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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스스로에게 건 주문으로부터 시작된다.

by 김지향

평소에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절박한 순간이 오면 두 손을 모은다.

대상이 신이든, 우주든, 나 자신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다.

기도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거는 간절한 주문’이 아닐까.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묵묵히 견디며 중얼거린다.

“제발 이 일만 잘 넘어가게 해 주세요.”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단 한 가지 희망이라도 보여주세요.”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그 작은 속삭임이 마치 의식을 치른 듯, 내면의 동력이 된다.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다.

“나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으나

신은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시련을 주셨다.

나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으나

신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셨다.”


간결한 문장인데,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기도란, 원하는 것을 얻는 주문이 아니라,

삶에 대처할 ‘나’를 다시 세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더 단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던 시절,

나는 매일 밤 기도처럼 나 자신에게 말했다.

“지금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 시간이 나를 위해

존재했음을 알게 될 거야.”

그 문장을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고 나니, 기도가 현실이 되었다.

기도는 외부를 향한 간청이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을 떨치고 나를 깨우는 언어였던 것이다.


“나는 기적을 달라고 기도했으나

신은 나에게 기회를 주셨다.

나는 인생을 즐기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나

신은 나에게 삶을 선물로 주셨다.”


기도가 우리를 바꾸지는 않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돕는다.

누군가는 “신은 침묵하신다”라고 말하지만,

기도는 침묵의 방식으로 응답을 주기도 한다.

그 응답은 감정의 평온으로, 태도의 성숙으로,

혹은 고요한 응원으로 나타난다.


기도를 하며 우리는 더 용기 있게 삶을 이끌게 된다.

기도란 결국,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적을 만들 준비를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도 오늘, 조용히 기도했을까요?

그리고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응답받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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