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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부자가 되어볼까?

돈 말고, 진짜 부자

by 김지향

‘배움에 전념하여 자신의 길에 들어선다’는 <지학>의

나이를 한참 지난 20대, 나는 미친 듯이 꿈을 향해 도전했다.

학문과 인격이 바로 선다는 <이립>의 30대에는

성공이라는 틀 속에 나를 끼워 맞추려 애썼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확립한다는 <불혹>의 40대에는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이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순리를 따른다는 <지천명>의 나이.

이제 나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과,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살아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는

<종심소욕불유구>를 꿈꾸며 슬슬 부자가 되어볼까 한다.


2001년 BC 카드 광고에서 한 여배우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부——-자 되세요!”

그 광고는 대중들의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넸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했다.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 더 큰 것을 추구하다 보면 끝없는

욕망의 굴레 속에서 억만장자가 아닌 이상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난 보이지 않는 것을 모으는 ‘부자‘가 되기로 했다.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문장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지않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결심했다.

시시하게 남들이 쫓는 부자가 되는 건 그만두기로.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모으는 부자가 되기로 했다.

가치, 도전, 꿈, 사랑, 희망, 우정, 철학, 별, 우주…

뭐든 좋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그러나 내 삶을 빛나게 해 줄 것들.

그리고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고 우겨볼 참이다.

어차피 정량 비교가 불가능한 게임.

이 부자 싸움에는 승부가 없을 테고,

나는 그렇게 ‘진짜 부자‘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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