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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으면 낙서로 남고, 기록하면 ‘역사’가 된다.

by 김지향

학창 시절, 나는 동기들 사이에서 ‘속기사‘로 통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학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던 때였다. 특히, 참고 도서를 모두 읽을 수 없는 교양과목은 노트 필기가 생명이었다.

나는 나만의 상형 문자 같은 기호와 그림을 섞어가며,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필기했다. 덕분에 동기들의 극찬을

받았고, 나의 필기는 그들 사이에서 ‘필독서’가 되었다.

하지만 필기는 단지 강의실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작은 ‘기자 수첩‘을 들고 다니며 순간을

기록한다. 나의 버릇은 그때 그때 떠오른 생각을 바로

기록해 보관하는 소위 (수사차록법)이다.

이런 기록의 DNA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어릴 적, 매년 12월 말이면 아버지는 이틀 동안 꼬박 앉아,

백명도 넘는 지인들의 연락처, 책 리스트, 인상적인 경구들을만년필로 깨알같이 기록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자연스럽게 기록이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나만의 지식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흔히 메모의 장점으로 기억력 향상, 창의력 촉진, 학습 효과 증진등이 꼽힌다고 하지만 나에게 기록은 그 이상의

의미였다.

나는 메모하는 순간, 모든 일이 ‘1인칭’에서 ‘3 인칭‘

시점으로 이동하는 마법을 경험했다.

어떤 일이든 글로 적는 순간, 감정이 객관화되고, 마음이

정리되며, 스트레스 지수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기록들은 나만의 지식 창고가 되어,

언제든 유용하게 꺼내 쓸 수 있는 보물이 되었다.


다빈치도 기록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방대한 코덱스(Codex)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노트에는 과학적 연구와 예술적 스케치뿐만 아니라,

그의 사소한 개인적 단상까지 기록되어 있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며, 나의 삶을 역사가 되게 하는

행위이다.

오늘을 적어보자!

기억과 추억이 쌓이면,

그것이 곧 ‘나의 역사’가 된다.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쉬지말고 기록해라.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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