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어 말은 강력한 도구이다.
‘말 잘하면 징역 갈 일도 없고, 말 못하면 얻을 밥도 잃는다.
혀 밑에 죽을 말이 있고, 남의 말 다 들으면 목에 칼 벗을
날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에 얽힌 속담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만큼 말을 잘하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말은 그 자체로 관계를 세우고, 공동체를 유지하며,
때로는 권력의 속성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화려하지 않아도, 한마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무거운 공기를 단박에 풀어내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기술’이 있다.
오래전부터 나는 나폴레옹의 그 기술을 흠모해 왔다.
정복자로서의 위엄이나 전략가로서의 탁월함보다도
내게 있어 나폴레옹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자였다.
상대를 불문하고, 적이라 하더라도 단숨에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화술,
그것은 단순한 언변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과 정서의 교감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1808년, 독일 튀링겐의 수도 에르푸르트에서
한 편의 연극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과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만난 것이다.
당시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이었고,
프랑스에 의해 독일이 초토화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괴테 역시 나폴레옹에게 우호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괴테를 보자마자
그의 데뷔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구절을 암송했고,
괴테가 번역한 『볼테르의 철학』에 대해 언급하며 문학적
대화를 이어갔다.
그 순간 괴테는 적국의 수장이 아닌,
한 사람의 감동적인 독자를 마주한 듯한 전율을 느꼈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나폴레옹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리스인들은 그의 조각상을 남겼을 것이다.”
괴테조차 감복하게 만든 이 짧은 만남은,
나폴레옹의 전투력이 아니라 화술의 힘이 만들어낸
명장면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대화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고,
오해를 거두는 가교이기도 하며,
혼란한 사회에서 명확함을 선사하는 빛이 되기도 한다.
말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마음이 들어 있다.
상대의 입장을 가늠하고, 정서를 고려하고,
공감과 설득의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기술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의 말을 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가?
말을 통해 설득하기보다는
말을 통해 다투고 단절하는 일이 오히려 많아진 시대,
그래서 우리는 더욱 나폴레옹의 대화법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이며,
타인의 서사를 자신의 서사에 연결시키는 그 언어의 품격.
결국, 말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 기술을 익히고 단련하는 일은
인간관계의 예술을 연마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