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소회(所懷)이다.
막내아들이 오는 8월,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로 진학한다.
5살 때 캐나다에서 리틀 리그 야구를 시작했고,
10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로 줄곧 야구와 함께였다.
유년의 모든 방학과 시간들,
우리 가족의 일상은 그의 야구 일정에 따라 채워졌다.
아들의 이름이 처음으로 전국 스카우터들에게 알려진 건
8학년 때였다. 미국 내 유수 대학들의 스카우터들이 그를
주목했고, 이듬해 9학년 때는 NCAA Division I
대학들로부터 공식 오퍼를 받고 커밋(Commit)했다.
그동안 많은 대학의 오피셜 비짓(Official Visit)을 하며
최고의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 모든 과정이 낯설고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다.
이제 그는 플로리다 대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려 한다. 야구 명문으로 손꼽히는 이 대학은
NCAA 야구리그에서도 매년 상위권을 기록하는 곳이다.
전미 최고의 투수와 타자들이 모이는 이 팀에서 내 아들이
뛴다는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엄마인 나는, 아들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돌아보게 된다.
문화적 배경도 언어도 낯선 미국 땅에서, 단지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벤치에 앉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백그라운드가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
몸으로 부딪혀야만 했던 팀 스포츠의 벽,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뚫고 올라온 아들의 끈기와 성실함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며칠 후 그는 애리조나로 간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차세대 유망주들을 초청해 테스트하는 행사인 ’MLB 컴바인(Combine)’에 공식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취이며,
동시에 미래를 위한 중요한 관문이다.
운동 능력은 물론, 인성과 태도, 야구에 대한 이해력까지
모두 테스트받는 이 자리에서 그는 다시 새로운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졸업식을 ‘Commencement ceremony’라고 부른다.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에 그렇다.
아들이 성인이 되어 홀로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이 시점에서, 나는 기도처럼 조용한 축복을 건넨다.
그의 앞길이 평탄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기를.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아들. 또래 친구들이 누리고 즐기던 사소한 일상들—
게임, 파티, 여행—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오직 야구에만
집중했던 그의 지난 시간은,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 인내와
자신에 대한 믿음의 결정체였다.
멋 내고 싶은 나이였음에도 그는 언제나 야구 티셔츠에
반바지, 운동화 하나로 고등학교 4년을 담백하게 채웠다.
겉으로 꾸미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단단하고 또렷하게
빛났던 그 소박함이, 내게는 늘 감사했다.
이제 아들은 플로리다의 따뜻한 햇살 아래,
Division I 야구의 무대에서 새로운 경기를 시작한다.
나는 비록 더 이상 덕아웃 가까이에 있지 않지만,
인생이라는 거대한 경기장의 관중석 한편에서
그의 플레이를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너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어.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말이야.”
우리의 삶은 매일의 경기이고,
지금 이 순간도 또 하나의 첫 이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