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난 해방의 날. 6월 19일
6월 19일, 미국에서는 ‘준틴스(Juneteenth)’라는 이름의 공휴일을 기념한다.
이름도 생소하고, 왜 6월 19일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날이다.
Juneteenth는 ‘June’과 ‘Nineteenth’를 합쳐 만든 말이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2년이 지난 1865년 6월 19일,
북군의 고든 그레인저(Gordon Granger) 장군이 텍사스 주 갤버스턴(Galveston)에 도착해 노예 해방을 선포한 날이다. 이로써 마지막까지 노예 제도가 유지되던 남부 지역에까지
자유의 소식이 이르게 되었다.
1863년에 링컨 대통령이 이미 ‘노예 해방 선언’을 했지만,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그 선언이 시행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마지막 조각이 텍사스였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 날을 *Freedom Day(자유의 날)*
또는, *Emancipation Day(해방의 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단지 역사 속의 사건을 기리는 날은 아니다.
Juneteenth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자유,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기억, 지금도 계속되는 평등을 위한
투쟁을 상기시키는 날이기도 하다.
어느 여름, 텍사스의 갤버스턴 시에서 열린 *Juneteenth*
축제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3.1절이나 광복절이 다소 무겁고 경건한 분위기라면, Juneteenth는 그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축제에 가깝다.
거리에는 자그마한 깃발들이 펄럭이고, 도시 광장에는
바비큐를 굽는 연기가 자욱하다. 아이들은 얼굴에 붉은색,
초록색의 아프리카 상징의 색을 칠하고,
전통 음악인 가스펠과 블루스, 심지어 힙합까지 흘러나온다.
그중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청 앞 광장 한복판에서
있었던 리딩 행사였다.
흑인 여성 시인이 낭독한 시의 첫 구절은 이렇다.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다만, 아무도 우리에게 그 자유의 시작을 말해주지 않았다.”
해방이란 법으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삶에서 실현되고 체감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미국은 지금도 인종, 계층, 성별, 언어 등 수많은 갈등을 안고 있는 나라다.
그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Juneteenth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다짐하는 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1년에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 날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다.
6월의 19일, 텍사스의 어느 도시에서 사람들이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서로를 안아주며 “Happy Juneteenth!”라고 외치는 장면은 내 기억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를 꿈꾸며 살아간다.
Juneteenth는 미국 지역에서 가장 ‘늦게‘ 도착한 자유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그 기다림 끝에 맞이한 존엄과
기쁨의 얼굴을 보여주는 축제이기도 하다.
6월 19일이라는 숫자 하나에 담긴 간절함과 회복의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자유의 여정을. 거창한 역사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무거운 의무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진실을
잠시 되새기는 마음으로 즐기는 사람들.
어쩌면 Juneteenth는 우리 각자의 인생에도 있을 수 있다. 늦었지만, 결코 잊히지 않고, 반드시 와야만 하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