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도시 LA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스페인어로
‘천사들‘이라는 뜻이다)에서 잠시 머무를 일이 있었다.
오래전 지인 중 한 명인 까밀라와 다시 연락이 닿았고,
그녀는 나를 한인 히스패닉 공동체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조그마한 교회로 초대했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이 교회는
마치 무대 뒤편에서 조연의 역할을 해온 사람들의 숨은
안식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날 예배당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창가에는 선풍기 하나가 덜덜거리고 있었고,
까밀라는 손바닥만 한 부채로 아이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모두 평범하고 성실한 얼굴들이었다.
낯선 나라에 정착해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사람들.
그런데 예배가 끝나자마자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입구 쪽에 낯선 이들이 들어서며 한 남성을 가리켰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소위, ‘서류미비자‘를 검색하는 연방이민국(ICE) 요원이
경기장으로 진입하려다, 다저스 구단이 거절했다는 뉴스.
사람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야구장이 쓰이는 걸 구단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날 교회 안 상황도 비슷했다.
뉴스 화면에서 보던 그 단속반이 교회로 들이닥쳤다.
거세게 문을 두드린 뒤,
연방이민단속국이라며 들어오겠다고 외쳤다.
목사는 조용히 문쪽으로 다가갔다.
옅은 미소를 머금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는 하나님의 집입니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찾으려 왔다면…
그전에—당신들은 이 집에 기도하러 온 적이 있습니까?”
단속 요원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목사는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명확한 수색 명령이 없으면, 종교 시설엔 강제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거 아시겠죠? 그렇기에 문은 열어두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으로 들어오는 건, 여러분 각자의 믿음입니다.”
순간의 침묵.
그리고 요원들은 몇 마디 더 주고받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몇 가족은 그날 밤 교회에 남았다.
날이 밝자, 그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날 존 목사는 내게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하나님보다 법을 먼저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우리의 법 위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나는 지금 텍사스의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소용돌이치던 그 밤의 교회를 떠올린다.
고요하고 차분한 믿음,
누군가를 숨겨주기보다 ‘지켜낸’ 어떤 사람의 용기.
그것은 기도였다.
국경도, 언어도, 신분도 초월하는 사람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