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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사계(四計)

한 해를 연주하는 네 가지 계획

by 김지향

비발디의 <사계>는 네 개의 악장으로 한 해를 완성한다.

봄은 활기찬 바이올린의 질주로 시작되고,

여름은 더운 공기를 부드럽게 흔드는 현악으로 이어진다.

가을은 수확의 왈츠를, 겨울은 얼음 위의 고요한 현을 남기고…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온다.


텍사스의 학교에서는 8월 초에 ‘봄’이 시작된다.

새벽빛이 막 깨어난 캠퍼스는 황금빛 먼지를 머금고,

교정 앞의 깃발이 무더운 바람에 힘겹게 흔들린다.

아이들이 여름의 열기를 머금고 복도로 들어서고,

교사들은 그보다 열흘 먼저 새로운 악보를 넘긴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컨퍼런스의 리듬에 맞춰 하루가 연주된다.


첫 악장은 ‘봄의 설렘‘이다.

커리큘럼 세미나, 안전 교육, 정서 지원, 행동 지침…

다양한 주제가 현악기처럼 서로 다른 결을 내지만,

그 모든 선율 위에 행정팀의 목소리가 얹힌다.

“교사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 멜로디는 피곤한 공기 속에서도 오래도록 매달려 있다.


둘째 악장은 ‘여름의 인내‘다.

햇볕은 트랙의 아스팔트를 번들거리게 하고,

나무 그늘조차 숨을 헐떡인다.

학기가 무르익을수록 리듬은 빨라지고,

더위와 피로가 음표 사이를 잠식한다.

이때 나를 지탱하는 것이 ‘교사의 사계(四計)’다.


첫째, 건강한 음식

— 체력은 연주자의 손가락처럼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매일 새로운 것 배우기

— 지루함은 음악의 적이니, 새로운 음을 찾듯 작은 배움을 더한다.


셋째, 소리 내어 웃기

— 웃음은 박자를 다시 맞추는 셈이다.


넷째, 하루를 기록하기

— 연주의 흔적을 남기듯, 짧게라도 하루를 적는다.


셋째 악장은 ‘가을의 수확‘이다.

텅 빈 운동장 위로 붉게 물든 낙엽이 흩날리고,

교실 창가에는 아이들이 만든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작은 성취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발밑에 쌓인다.

교사의 네 가지 계획은 그 잎을 모아 책갈피에 끼우는 손길이 된다.


마지막 악장은 ‘겨울의 고요‘다.

이른 해가 저물고, 창문 밖 운동장은 은빛 안개에 잠긴다.

한 해를 다 써버린 교과서처럼, 마음도 잠시 여백을 원한다.

이 계절이 지나면 다시 봄이 찾아 온다.


비발디의 사계가 네 개의 악장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교사의 한 해도 네 개의 계획이 모여 완성된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듣는 관객은, 언제나 아이들이다.

그들의 웃음과 눈빛이야말로,

이 연주를 계속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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