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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 그로프의 소설, 『플로리다』

by 김지향

“우리 외로운 인간은 너무 작고,

달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기에는

우리 삶은 너무 순식간이다.”

— 로렌 그로프, 『플로리다』


삶이란 그저 찰나와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커다란 우주의 눈으로 보면

먼지보다 작고, 한 줌의 빛보다도 희미한 것이다.

그토록 작고 소박한 존재에게 삶은 너무도 짧고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붙들어야 할까.


나는 그 질문을 안고 다시 플로리다로 향했다.

로렌 그로프의 소설 제목에 끌려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싣고, 플로리다의 해변으로 향했다. 공항에서부터 짠 바다 내음이 퍼지는 바람 속으로 그렇게 빨려 들어갔다.


플로리다의 해변은 언제나 포근하고 맑고 낭만적이다.

하얀 백사장은 해가 들면 투명하게 빛나고,

어둠이 내리면 보랏빛 장막을 드리운다.

모래는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맨발로도 오래 걸을 수 있고, 야자수는 그늘을 만들기보다 그저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흩날릴 뿐이다. 파도는 일정하지 않지만, 모든 불규칙은

결국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바다는 누군가의 상실처럼 멀고 깊게만 느껴진다.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무엇을 잊고, 무엇을 떠올릴까.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에도 기억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형하며 되살아난다. 나는 파도를 바라보다가 문득, 소설의 또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죽은 자는 우리에게서 가져갈 것이 없다.

산 자가 가져가고 또 가져간다.”


죽은 자는 정말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가.

산 자는 정말 그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가.

우리는 죽은 이의 집을 비우고, 옷을 나누고,

기억을 조각내어 새로운 의미로 다시 붙인다.

마치 누구의 죽음이 한 사람의 삶으로 다시 옮겨가는 것처럼. 산 자는 가져가고, 또 가져가며, 결국 언젠가는 잊는다.


그러나 바다만은 잊지 않는다.

바다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모든 흔적을 삼키고

지우고 다시 돌아온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깊이 숨겨진

마음이라 해도 파도처럼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는 파도가 발등을 덮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본다. 달이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괜찮다. 나는 내게

주어진 찰나의 삶을 다만 잘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무엇을 남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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