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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California!

문명과 자연을 품은 캘리포니아

by 김지향

캘리포니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여전히 이글스의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다.

40여 년 전 발표된 노래지만, 그 첫 기타 인트로만 들어도

서쪽의 황혼이 내 귀에 스며드는 듯하다.

중학생 시절,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호텔’이란 단어가 주는 로망—여행, 휴가, 낯선 설렘—을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내가 실제로 캘리포니아 땅을 밟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는 큰 아들이 LA에서 대학을 다니고,

나는 그를 핑계 삼아 이곳을 자주 찾는다.

내가 사는 텍사스와는 두 시간,

막내아들이 있는 플로리다와는 세 시간의 시차가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시간을 다르게 산다는 것은 묘하다.

그 작은 시차가 주는 이질감은, 우리가 사는 ‘하나의 나라’라는 개념이 사실은 하나의 시간대라는 허상 위에 세워진

것임을 깨닫게 한다.


바다, 산, 사막.

누구라도 사랑할 만한 모든 풍경이 한 주(州) 안에 있다.

미국 사람들은 말한다.

“인간이 만든 것을 보려면 동부로 가고,

자연이 만든 것을 보려면 서부로 가라.”

뉴욕은 늘 ‘걸어야 하는 곳‘이다.

자유의 여신상, 브루클린 브리지, 타임스퀘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여행자를 끊임없이 걷게 만든다.

또한, 그곳은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의 심장부다.

걸음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속도의 장소.


반면, 캘리포니아는 ‘머물고 싶은 곳‘이다.

요세미티의 암벽 위로 떨어지는 햇살, 말리부의 파도,

세쿼이아 숲의 숨결, 빅서(Big Sur) 해안의 끝없는 수평선…

이곳의 풍경은 여행자를 멈추게 한다.

동부가 ‘기록된 역사’를 품고 있다면,

서부는 ‘지워지지 않는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매력은 단순한 풍경의 나열이 아니다.

이곳은 시간의 층위를 느끼게 한다.

원주민의 발자취 위로 스페인 미션이 세워지고,

황금광 시대가 지나, 할리우드의 황금기가 흘렀다.

실리콘밸리가 세상을 재편하는 동안,

해안 절벽은 여전히 태평양의 파도에 깎여나갔다.

인간이 만든 것과 자연이 지켜온 것이 공존하는 이곳은, 우리가 무엇을 창조하고 무엇을 훼손했는지를 묵묵히 증언한다.


문득,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가 떠오른다.

“언제든 체크아웃은 가능하지만, 떠날 수는 없다.”

아마도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한 번 발을 들이면 마음 한쪽을 영원히 점유하는 장소 인지 모른다.

우리는 도시를 소비하고 떠나지만,

어떤 풍경은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남는다.

그것이 아마도 캘리포니아가 주는 가장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유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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