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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VIP인 다문화의 밤

by 김지향

2 월은 미국에서 ‘Black History Month’로 지정된 중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는 2 월, 내가재직 중인 학교에서도 매년 ’다문화의 밤(Multicultural

Night)이 열린다. 그리고 이 날만큼은, 출신 국가도, 언어도, 피부색도 상관없이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행사는 단순한 소개로 끝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각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스를 운영한다. 한국의

불고기와 떡볶이, 중국의 딤섬, 일본의 타코야끼, 태국의

팟타이, 독일의 슈니첼, 스페인의 빠에야, 멕시코의 타코,

터키의 케밥, 그리스의 기로스등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이

한자리에 모인다. 단순한 시식을 넘어 직접 만들어 보고 그 나라의 식문화와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다.

음식만이 아니다. 한국의 부채춤, 인도의 볼리우드 댄스,

멕시코의 마리아치 공연 같은 전통 공연이 펼쳐지며,

참가자들은 각국의 전통 의상과 공예품, 언어와 역사가 담긴 자료들을 통해 세계를 더 가까이 경험한다.

음식이 입맛을 사로잡고,

음악이 귀를 사로잡고,

문화가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


‘다문화의 밤’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학교, 가정, 지역 사회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다. 학생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동시에 다른 문화를 배우며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포용과 융화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선진 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다문화의 밤, 초대받지 않아도 좋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VIP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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