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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생활하는 나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안고 유학을 온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특히, 교환 교수로 재직했던 University of North Dallas에서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학부모들이나 학생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곤 한다.
“성공적인 유학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학위를 빨리 취득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땅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학 생활이란 단순히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문득 나의 유학 시절을 떠올려 보곤 한다.
내가 처음 유학을 떠났을 때의 상황은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 비하면 훨씬 열악했다.
한국 음식을 구경조차 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인
자체가 드물어 어디를 가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익숙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환경에서, 나는 오직 내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래서 학생들이 성공적인 유학의 비결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이에요.”
물론, 이 말은 반쯤은 농담이다. 하지만 반쯤은 진심이다.
나의 부친은 거듭되는 사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으신 분이었고,
나의 모친은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국가대표 운동선수
못지않은 끈기를 지닌 분들이다. 현재도 팔순을 넘긴 나의
어머니께서는 태릉 선수촌에서나 볼 법한 운동 스케줄을
소화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신다. 그저 감사하고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아버지로부터는
강한 멘털을, 어머니로부터는 끈기를 물려받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는 영어 외에는 그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박사 학위를
받고 수많은 역서와 저서를 출판하며 학자로서 커리어를 쌓아가자, 십 수년 만에 연락이 닿아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은 하나같이 “너에게 이런 미래가 펼쳐질 줄 몰랐다.” 며 놀라워했다. 정작 학창 시절 촉망받던 학생들이 공부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걷는 경우도 많으니, 인생이란 결코
정해진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생 새벽 5 시 30분부터 1 시까지 늘 글쓰기를 했다는 괴테가 말하지 않았던가.
“큰 노력에 끈기를 더하라.”
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좋은 결과는 뛰어난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태도와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결국 부모님께서 내게 물려주신 것은 단순한 유전적 능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태도, 환경을 탓하지 않는 습관,
그리고 어디서든 길을 만들어가는 정신이었다.
결국, 성공적인 유학이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나는 직접 경험하며 배웠다.
이제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나누며그들이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유학 생활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