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 학교의 ‘Career Day’
미국 공립학교에는 매년 ‘Career Day’라는 행사가 열린다. 단순한 직업 소개의 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직접 만나며 직업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체감할 기회를 제공하는 날이다.
초청된 연사들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포렌식 전문가, 소방서 지휘관, 브랜딩 크리에이터,
머천다이징 매니저, 모기지 감정 디렉터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직업군의 전문가들이 나와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T-mobile 같은 이동통신업계 종사자는 최신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선물하며 기술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금융권 인사는 신용과 경제 흐름을 설명하며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날 학생들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의 협력과 헌신으로 유지된다는 것. 그들의 전문성이 어떻게 연결되어 사회를 움직이는지 실감하게 된다.
AI의 비약적인 발전과 자동화의 확산 속에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태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 도입에 반대하며
방직 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기폭제가 되어 왔다.
1차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등장하면서 방직공들은
사라졌지만, 섬유산업은 더욱 확장되었고 새로운 기술직이 생겨났다.
2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가 산업을 바꾸었으며
3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세상의 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초연결의 시대에 서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이다.
데이터와 AI, 사물인터넷(Internet if things) 이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로봇 심리치료사(Robot Therapist), 가상현실 건축가(VR Architect), 디지털 장의사(Digital Undertaker),
메타버스 공간 디자이너(Metaverse Space Designer)
같은 직업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Career Day’는 단순히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지게 하고 고민하도록 만들고 있다.
과연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아니면 변화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변신』 속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었을 때, 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파멸을 맞이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의 변화 앞에서 마주해야 할 태도는
그레고르의 무기력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연결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인간의 능동성이어야 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