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컨셉팅 원칙 6
우리는 전 편에서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 중, 다섯 번째 방법인 <비유법 활용하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비유법을 짚어보기 전에, 컨셉팅의 최상단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양대산맥은 (1)온리원 만들기 와 (2)최상급 만들기 가 있다.
이러한 티어(Tier)1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자사역량 및 마케팅 환경 안에 있다면, 내가 가진 비교우위의 속성을 강조해서 전달하는 티어(Tier)2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에 해당되는 비교법, 보증법, 비유법 등 총 3가지 방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3)비교법 활용하기는 소비자의 구매고려대상군(Consideration Set)에 있는 경쟁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높은 혹은 낮은 포인트를 직/간접적으로 강조하여 전달하는 방법이다. (4)보증법 활용하기는 내세우고자 하는 포인트와 핏이 맞는 다른 요소(전문가, 학회/협회, 지역, 캐릭터 등)의 후광효과를 활용하여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며, 우리가 지난 시간 배웠던 (5)비유법 활용하기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속성을 활용하여 간접적/암시적인 별명을 붙이는 방법이다.
비유법 활용하기는 ①형태, ②기능/속성, ③이미지를 활용해 별명을 붙여 알리고자 하는 제품/서비스의 이미지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기존에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있는 인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강력한 마케팅 효율을 갖는 방법이므로, 마케팅 예산이 충분치 않은 중소,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추천한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농심 짜파게티" 일요일만 되면 짜파게티가 생각난단 말이지?
"코오롱에서 “낚시할 때 입는 피싱웨어” 웨더몬스터가 나왔다는데, 한번 사서 입어볼까?
"캠핑용 소시지 사조 캠프&하우스"는 소시지가 종류별로 들어있어서 캠핑할 때 편하대!
앞서 말한 티어(Tier)1 과 티어(Tier)2 를 모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족한 자사 역량 / 치열한 경쟁상황 / 제품간 품질차별이 어려운 / 경쟁,대체재가 너무 많은 시장에서는 그 전과 다른 방향의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티어(Tier)3 은 메인 시장을 내어주고, 시장을 더 세분화시켜서 ‘작지만 명확한 내 영역이라도’ 챙기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시장을 쪼개는 방법은 (1)TPO로 쪼개기, (2)고객으로 쪼개기, (3)사용방식으로 쪼개기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위 방법을 모두 포함하면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이 완성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6)TPO로 쪼개기 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TPO로 시장을 쪼개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지금부터 ①시간(Time), ②장소(Place), ③상황(Occasion)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법을 사례와 함께 살펴보자.
시간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법은 말그대로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을 나만의 특정한 세분화(Segmentation) 기준으로 활용하여 쪼개는 방법이다. '아침/점심/저녁’ 등 넓은 시간대를 의미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ㅇㅇ시' 등 아예 특정한 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시간’과 내 제품/서비스의 핵심 소구포인트를 연관지음으로써 특정 시간대에 내 제품/서비스를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많은 화장품 회사에서 사용하는 밤에 바르는 나이트 크림이나, F&B 브랜드에서 아침 전용 메뉴인 맥모닝, 킹모닝과 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 라디오 프로그램명 ‘정오의 희망곡’ 처럼 특정한 시간대를 공략하는 컨셉팅 기법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아침에주스’는 1993년 출시 이후 국내 냉장주스 시장규모 약 1400억원 중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1등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아침에주스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콜드필링으로 낸 과즙 고유의 신선한 맛, 생산부터 유통까지 냉장시스템, 신선함을 생각한 짧은 유통기한 등 과일 본연의 상큼한 맛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 이런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아침에주스’라는 네이밍과 ‘상쾌한 하루의 시작은 아침에주스와 함께하세요!’ 라는 슬로건을 통해 하루의 시작인 ‘아침’이 주는 이미지를 차용하여 강조하였다.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1984년 출시 이후 농심의 짜장라면 ‘짜파게티’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식품업계 최초의 ‘TPO 마케팅’ 성공 사례로도 꼽히는 이 카피는 30년간 사랑받는 짜파게티의 상징이 되었다. 왠지 일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끓여 먹어야 할 것만 같은 전설적인 카피를 시작으로, 짜파게티를 활용한 여러 소비자 레시피가 등장하며 이제는 일요일이 아닌 다양한 상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19년 영화 <기생충> 열풍으로,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2020년 연간 매출액 2,000억을 돌파했다. 짜파게티가 신라면을 잇는 K푸드(세계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매일유업의 과채음료 전문 브랜드 ‘썬업’은 2017년 비타민 A∙C∙E가 함유된 신제품 과즙음료 ‘브이플랜’을 출시하며 기능성 과채음료 시장 확대에 나섰다. 썬업 브이플랜은 비타민 A, 항산화 작용을 돕는 비타민 C 및 비타민 E와 엘더플라워 및 루이보스 허브가 더해져 활력과 수분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배우 고준희가 ‘나른하고 지치기 쉬운 오후 3시’에 썬업 브이플랜을 추천하는 새 광고 캠페인을 통해, 하루 중 가장 활력이 필요한 시간에 비타민으로 생기를 챙길 수 있는 브이플랜의 기능성을 강조하였다.
위의 사례처럼 숫자로 나타나는 정확한 시간이 아닌, 특정 상황과 결합되는 시간대를 활용하여 재미요소를 더한 사례도 있다. CU는 2019년 한정수량 출시한 ‘탐앤탐스 떡볶이’로 펀슈머(재미와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 마케팅에 도전했다. 당시 유행했던 ‘몰래먹기’ 챌린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시한 이 제품은,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테이크아웃컵에 떡볶이를 넣어 마치 커피인 것처럼 ‘업무시간’에 남몰래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패키지가 실제 탐앤탐스 테이크아웃 컵과 일치해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국물떡볶이가 담겨있는 반전 제품으로 재미요소를 남기며, 2만 개 한정 수량이 출시 일주일도 안돼 조기 완판되며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시간을 쪼개 나만의 세분시장을 만드는 방법처럼, 장소를 나타내는 표현을 활용하여 시장을 세분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어디서 ~~하는' 나만의 특정한 시장을 규정하여 특정 장소와 나의 제품/서비스를 연관시키는 방법이다.
불스원의 차량 전용 공기청정기 ‘에어테라피 멀티액션’은 2017년 출시 이후 차량용 공기청정기 시장을 선도해온 제품이다. 차량용 연료 첨가제로 친숙한 불스원이 선보인 제품답게, 시가잭용 전원 어댑터가 포함되어 있어 차량 내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휴대용 크기로 줄여 부담없는 크기와, 먼지 입자를 99.95% 걸러내는 기능으로 운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기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내에서, 가정용/사무용 시장이 아닌 ‘차량용’이라는 세분화된 시장에 자사 브랜드의 전문성을 담아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여기 팬데믹으로 등장한 이색 제품이 있다. 지난 2020년, 오션월드는 워터파크 전용 마스크 ‘오션 마스크’를 개발해 워터파크 이용객에게 무료 배포를 시작했다. 오션월드와 소노인더스트리가 국내 최초로 제작한 ‘오션마스크’는 초극세사 섬유와 메쉬 원단 소재를 이용해 숨쉬기 편하고, 표면이 물에 젖거나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돼도 성능이 유지돼 라커룸이나 샤워실, 워터파크 어트랙션 탑승 시에도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다. 물 속에서 써도 입과 코에 붙지 않는 편한 구조와 특수코팅 마감으로 빠른 건조가 가능해, 워터파크 내에서 마스크 착용시의 불편함을 줄여 팬데믹으로 인한 고객 감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뉴트리어드바이저가 2020년 처음 출시한 골프장 전용 패치 ‘블록앤케어 쁘띠골프패치’는 라운딩 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는 피부의 특성을 고려해 나온 제품이다. 자외선을 차단함과 동시에 피부에 좋은 7가지 성분이 가득 들어있는 하이드로겔을 사용해 피부에 가하는 자극을 최소화했다. 사회적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골프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 전용 제품으로 관련 시장을 잘 파고든 성공 사례이다.
최근 일본 본토에서 한국 제품만을 전용으로 파는 편의점 '한비니(韓ビニ)'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 가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제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차로 1시간 걸려 오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다. 2020년 12월 사이타마현 카와구치시에 오픈한 한비니(韓ビニ)는 한국의 '한'과 일본어로 편의점을 뜻하는 '콘비니'(convenience store)의 합성어다. 오픈 즉시 코로나19로 한국을 여행할 수 없던 일본 한류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고, SNS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라면과 과자 등 즉석 음식과 양념게장, 곰탕 등 한국 전통음식 뿐만 아니라 K-Beauty흥행을 위시한 다양한 화장품까지 만나볼 수 있어 ‘한국’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하루과일’은 사무실에서 편하게 하루 한 끼 과일을 배달 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오피스 과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영양이 불균형한 직장인을 타깃으로, 사과, 방울토마토 등의 신선한 과일을 바로 먹을 수 있게 매일 야쿠르트 아줌마가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와 제품을 연관지어, 날마다 과일을 챙겨 먹기 힘든 현대인들이 깎아 먹기 불편한 과일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혜택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상황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법은 일상에서의 특정한 상황을 활용하여 'ㅇㅇ할 때 사용하는' 나만의 시장을 만드는 방법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상황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특정 상황에서 나만의 제품/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노랩스가 2021년 출시한 ‘공부할 때 먹는 젤(이하 공먹젤)’은 집중력 향상과 컨디션 관리를 돕는 스마트 스낵이다. '공먹젤'은 수험생, 직장인 등 평상시 공부나 업무에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나 시험 당일 긴장될 때, 혹은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출시 이후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 직장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을 제품 이름 자체에 결합시키고 광고모델 ‘츄’를 활용한 영상광고를 통해 ‘공부할 때 먹는 젤리’를 반복하여 전달하면서,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어내었다.
P&G의 ‘다우니’는 오늘날 빨래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이다. 그 중에서 ‘다우니 엑스퍼트 실내건조’는 한국인들의 생활 습관을 정확히 파악하여 제품에 반영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파트 중심의 국내 주거환경과 장마, 미세먼지 등의 기후적 요인을 고려해 출시된 이 제품은, 강화된 냄새 중화입자를 적용해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특유의 덜 마른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준다. 이를 ‘세탁 후 실내건조 할 때 다우니 엑스퍼트 실내건조’라는 슬로건을 활용하여 간결하게 전달했다. 소비자의 생활습관과 기호를 파악하여 핵심만 전달하는 이러한 전략이 다우니를 국내 1위 섬유유연제를 넘어 세계 1위 세제 브랜드로 성장시킨 비결이 아닐까 싶다.
슈케어 브랜드 ‘만듬’의 ‘만듬 신발클리너’는 세탁 없이 신발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슈즈케어 제품이다. 물에 타지 않고 신발에 직접 분사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세탁소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다룰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여행 계획 시 클리너 하나로 깨끗하게 신발을 관리함으로써 짐도 줄이고 여행 내내 쾌적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장시간 도보로 인한 신발 오염과 발냄새를 동시에 케어해 편안한 여행을 돕는다는 메시지를 ‘여행 후 신발관리’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했다.
사조대림의 ‘캠프 앤 하우스’는 2012년 ‘캠프에서도 집에서도 독일식 정통 소시지를 즐기자!’는 컨셉으로 탄생해 출시 1년 만에 100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린 제품이다. 그 중에서도 ‘캠프 앤 하우스 부어스트 콤비’는 여러 종류의 소시지가 소량으로 들어있어,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캠핑할 때 먹는 소시지’로 불린다. 팬데믹 여파로 야외활동이 증가하며 2021년 국내 캠핑산업 규모가 약 6조3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앞으로 캠핑 먹거리 시장 또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은 2022년 10월 프리미엄 낚시웨어 브랜드 ‘웨더몬스터’를 론칭했다. 2022년 낚시 인구는 약 973만으로 추정되고2024년에는 1000만명 이상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낚시 시장은 형성되어 있지만 대부분 용품에 집중되어 있고 낚시웨어 시장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에 코오롱이 아웃도어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론칭한 브랜드 ‘웨더몬스터’는 낚시 레저를 위한 전용웨어로 구성되어 있다. 내마모성, 투습, 방수, 발수 등 낚시 활동을 위한 기능을 적용한 웨이더 팬츠(가슴까지 올라오는 낚시 전용 팬츠)와 갯바위 펠트, 전문 자켓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낚시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선두주자 코오롱이 ‘웨더몬스터’를 통해 산을 넘어 바다로 아웃도어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TPO 쪼개기>는 기존의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강력한 힘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과 쏟아지는 대체재 속에서 '살아 남는' 컨셉팅 기법이다. 큰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조그마한 시장이라도 잡아 생존하려는 목적이지만, ‘짜파게티’, ‘아침에주스’처럼 뾰족한 엣지를 통해 시장 내에서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한다.
혹시나 ‘이 시장이 너무 작은 파이가 아닐까?’라고 걱정을 한다면, 제발 그 시장만이라도 차지하라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거품이 걷혀진 사업 한랭기인 요즘, 비즈니스 트렌드는 ‘자생력’을 갖고 시장에서 생존하는 그 자체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 시간/장소/상황에 따른 나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 놓고 소비자 혜택을 전달한다면, 내가 가진 마케팅 자원이 한정되어 있더라도 최대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