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컨셉팅 원칙 5
우리는 전 편에서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 중, 네 번째 방법인 <보증법 활용하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방법은 <비교급 만들기>와 마찬가지로, 컨셉팅의 양대산맥인 <온리원 만들기>와 <최상급 만들기>를 사용하기 어려울 때, 경쟁 플레이어 대비 상대적 비교우위를 점하는 포인트를 강조하는 컨셉팅 방식이다.
<보증법 활용하기>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브랜드/제품/서비스에서 내세우고자 하는 포인트와 핏이 맞는 다른 요소의 후광효과를 활용하여 메시지에 숟가락을 얹는 방법이다. <보증>을 하기 위한 요소를 선택하는 방법은 크게 ①전문가(엔도서) 활용하기, ②관련 기관/학회/협회 활용하기, ③캐릭터 활용하기 로 나눌 수 있으며, 가장 유행하는 마케팅기법인 콜라보레이션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보증법을 사용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점은 제품/서비스와 활용하는 대상 간의 핏이 잘 맞아야 하는 것과 컨셉에 부합하는 제품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그로를 끌기 위한 포장하기는, 소비자들의 날선 비판과 함께 기존에 가진 브랜드의 자산마저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치즈가 얼마나 많길래… 치즈 폭포에 빠지고 싶다"
"마카롱 밥솥, 이름만 들어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걸?"
"평택 메인스트리트라는 카페 가봤어? 뉴욕을 그대로 옮겨놨다던데?!"
오늘 다룰 주제인 ‘비유’란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아니하고, 다른 비슷한 현상/사물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일(출처_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한다. 비유는 ‘은유’와 ‘메타포’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 ‘은유’는 사물의 상태를 암시하는 표현이며, ‘메타포(Metaphor)’는 행동/개념/물체가 지닌 특성을 다른 말로 대체하여,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이다. 이를 종합하여 컨셉팅에 접목시키면, ‘비유법’은 제품/서비스가 가진 속성을 활용하여 간접적/암시적인 별명을 붙이는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비유법 활용하기>는 <보증법 활용하기>와 마찬가지로, 활용하는 ‘별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과 특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나 혼자서 메시지를 만들 때보다 마케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쉽게 전달이 가능하다.
비유법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총 3가지가 있다. ①형태를 활용하여 별명 붙이기, ②기능/속성을 활용하여 별명 붙이기, ③이미지를 활용하여 별명 붙이기 가 그것이다. 지금부터 사례와 함께 각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방법은 제품/서비스가 가진 외형적인 형태에 적합한 별명을 붙여서 소비자의 친숙함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말하고자 하는 제품의 모양이나 크기 등의 ‘생김새’와 비슷한 다른 사물을 활용하여 별명을 붙이면, 강조하는 제품의 특성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르메르’는 ‘크로아상백’으로 불리는 범백을 시그니처로 하여 유명세를 탔다. 과거 클래식함만을 지향하던 명품 소비자와는 달리 개성을 중시하는MZ세대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의류나 가방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르메르’의 범백은 생긴 모양이 크로아상 빵을 연상케 해 이른바 ‘크로아상백’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패피(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들의 잇템이 되었다. 가방의 유니크한 디자인을 빵 모양에 빗대어,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이렇게 기존 명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뽐내며, 21년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개점 당시, 르메르 크로아상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GS25는 21년 ‘랍스터 급식’으로 화제를 모은 김민지 영양사와 콜라보를 통해 ‘이불돈까스 도시락’ 등 ‘고등급식’ 시리즈 상품을 선보였다. 김민지 영양사는 고등학교 영양사로 근무할 당시 퀄리티 있는 식단과 푸짐한 양으로 화제를 모은 스타 영양사다. GS25는 김민지 영양사의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급이 다른 식사’로 푸짐한 ‘이불돈까스 도시락’을 기획했는데, ‘이불돈까스 도시락’은 GS25가 지금껏 출시한 돈까스 중 최대 사이즈의 돈가스가 밥 위에 덮여 있는 제품이다. ‘이불돈까스’이라는 제품명을 통해 돈까스가 이불처럼 밥 위에 덮여 있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강조하고자 했다.
주방/생활가전 제품을 만드는 제니퍼룸이 18년에 출시한 ‘마카롱 밥솥’은 마카롱을 연상시키는 작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마카롱 밥솥은 높이가 17.8cm로 한 뼘 정도이며 무게는 1.68kg밖에 되지 않는 초경량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마카롱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파스텔 색상(핑크, 노랑, 화이트, 올리브)과 컴팩트한 사이즈, 비주얼로 출시 초기부터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자취하는 학생이나 회사원 등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인기몰이를 이어가며 출시 후 2년동안 16만대가량을 판매한 히트상품이 되었다. 제품의 컴팩트하고 스마트한 형태적 특징을 마카롱에 잘 비유해 성공한 사례로, 현재는 1인 가구의 필수템으로 자리잡았다.
경남 함안군에서 출하된 ‘백자 멜론’은 흰색 바탕에 녹색 호피무늬가 그려진 외형이 가야시대 도자기인 백자와 유사해 ‘가야백자멜론’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반적인 멜론보다 껍질이 얇고 과육은 부드러우며 당도는 약 13~16 brix 정도로 단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백자 멜론’은 단순히 높은 당도를 넘어 ‘백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마켓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혀가고 있으며, 20년 농촌진흥청의 수풀유망품목에도 선정되어 싱가포르에 수출을 하였는데 시판 중인 멜론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개당 8달러)으로 판매되었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제품의 외형을 본 따 별명을 붙인 방법이라면, 제품의 기능이나 핵심적인 속성에 적합한 별명을 붙여서 이를 더욱 강조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광장시장의 ‘마약김밥’이 ‘마약’처럼 중독되는 맛을 강조한 거나, 남자 아이돌 ‘2PM’이 소위 ‘짐승돌’이라는 컨셉으로 거친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춘 것이 이에 해당된다.
국내 바이오 코스메틱 브랜드 ‘셀로니아’는 자사의 제품 ‘시그니처 바이오 앰플’에 ‘모래시계 앰플’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름개선 효과를 강조하였다. 셀로니아 앰플에는 제대혈 줄기세포 배양액과 영양 콤플렉스가 함유되어 있어 다양한 피부 고민을 집중 케어한다는 RTB(Reason To Believe)를 가지고 있다. 주름과 미백에 고민을 가진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피부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준다는 소비자 혜택을 ‘모래시계’라는 속성에 비유하여 엣지있게 전달한 사례이다.
스킨케어 브랜드 ‘셀리맥스’의 ‘지우개패드’는 제품명 그대로 데일리 각질관리의 효과를 전달했다. 각질관리에 대해 피부고민을 가진 소비자를 상대로, 지우개처럼 각질과 피부고민을 말끔히 지워주는 제품 속성을 이름으로 드러낸 사례이다. ‘지우개패드’는 셀리맥스 공식몰 기준 후기 누적수가 3만 건을 넘으며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되면서 피부진정 효과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꾸준한 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무원은 21년 ‘치즈폭포 시카고피자’ 2종(10가지 치즈 스위트 갈릭 피자, 셰프클래식 토마토 피자)을 출시해 새로운 프리미엄 피자로 피자 마니아 입맛 공략에 나섰다. 토핑의 반 이상을 치즈로 구성하여 치즈가 많이 들어있다는 핵심속성을 ‘폭포’에 비유하여 표현했다. 제품명으로 폭포처럼 흐르는 치즈의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치즈 양이 부족해 아쉬움을 샀던 기존 HMR 피자 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출시 이후 수요가 폭증해 물량 부족으로 판매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연출될 정도로 치즈폭포 피자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풀무원 피자 카테고리 매출액을 20년 320억에서 21년 400억으로 상승시키고, 21년 37.6%로 온라인 피자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하는 등 치즈폭포 피자는 브랜드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비유법 활용의 마지막 방법은 감성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별명을 붙이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및 제품/서비스를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전혀 다른 이미지, 혹은 전혀 연관 없는 이미지와 연관 짓는다. 특히 요즘 MZ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쌩뚱맞은 이미지로 다가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는데, 포화상태에 이른 수많은 경쟁/대체 제품들 속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출시된 ‘라라베시’의 ‘악마쿠션’은 2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악마 같은 커버력’이라는 특징에서 지어진 악마쿠션은 브랜드 네이밍과 기능으로 당시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쿠션 브랜드 최초로 출시 4년만에 밀리언 판매를 돌파하며 대세로 떠올랐는데, 당시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오직 온라인 상으로 이러한 업적을 이룬 것은 뷰티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재는 중소 화장품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며 예전만큼의 인기를 이어가진 못하지만, 당시 자칫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일 수 있는 ‘악마’ 이미지의 리스크를 이겨내고 큰 파급효과를 일으킨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2021년 5월에 오픈한 ‘평택 메인스트리트’는 ‘뉴욕의 미니어처’라고 불리며 평택을 대표하는 힙플레이스(hip place, 개성 있는 명소)로 떠올랐다. 1,500평 규모의 초대형 베이커 카페 ‘메인스트리트’는 ‘뉴요커 되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뉴욕을 테마로 한 다양한 공간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코카콜라존, 올드타운바 등 20개의 다양한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고, 뉴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테리어로 마치 뉴욕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300년이 넘은 뉴욕의 벽돌을 직접 공수하여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인 점은 매우 놀라웠다. 코로나 시대에 여행이 그리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많은 연예인들이 방문하는 등 SNS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 성남에 2호점을 오픈했다고 하니, ‘한국의 뉴욕’에 방문하고 싶다면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비유법 활용하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다른 간접적 컨셉팅 방법들과 마찬가지로 말하고자 하는 제품과 대상 간의 핏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14년 현대자동차에서 론칭한 자동차브랜드 ‘아슬란’은 현대의 대표적인 실패작품으로 꼽힌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를 타겟으로 하여 ‘조용하고 편안한 차’를 원하는 4050 중장년층을 공략했다. ‘아슬란’은 ‘꽃중년을 유혹하는 조용한 사자’로 터키어의 ‘사자’라는 뜻에서 가져온 네이밍이다. 그러나 출시 후 소비자들이 가진 이미지는 이슬람, 이슬람왕자, 무슬림 같이 잘못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적절하지 못한 비유를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비유법 활용하기>는 기존에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있는 ‘별명’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기 때문에, 강력한 마케팅 효율을 갖는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 내에서 제품간 차이가 크지 않거나, 예산이 부족한 중소브랜드, 시장에 처음 들어가는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이 컨셉팅 방법을 통해 최대의 마케팅 효율을 누려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