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컨셉팅 원칙 4
우리는 전 편에서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 중, 세 번째 방법인 <비교급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방법은 가장 파워풀한 컨셉팅의 양대산맥 <온리원 만들기>와 <최상급 만들기>를 사용할 수 없을 때, 경쟁 플레이어 대비 상대적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포인트를 더욱 강조하는 컨셉팅 방식이다.
비교급을 만드는 방법에는 더 높게/낮게, 많은/적은, 더 큰/작은, 더 무거운/가벼운 등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우리는 지난 시간에 이를 ①자사 제품과 비교, ②타사 제품과 간접적 비교, 혹은 ③경쟁사와 직접적 비교 방법으로 나누어 예시와 함께 살펴보았다.
비교급 표현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교표현하는 핵심내용이 소비자 니즈/혜택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할 시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단순한 어그로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사를 공격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자사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표현을 만드는 센스를 갖출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천하장사 이만기가 광고하는 쏘팔메토는 듣기만해도 건강하고 강해질 것 같지 않아?"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추천하는 구강세정기는 좀 더 안전하고 좋지 않을까?"
"지방이 캐릭터가 홍보하는 365mc 병원이 다른 병원보다 좀더 친숙하게 느껴지는걸?”
오늘 우리가 나눠볼 주제인 ‘보증’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하여 틀림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정의되는데(출처_표준국어대사전), 이를 일상생활의 ‘후광효과(Halo effect)로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할 때 기아의 ‘쏘울’을 의전차량으로 선택했는데, 이후 쏘울은 ‘교황이 탑승한 차’로 불리며 수출 및 판매량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쏘울이 교황의 후광효과를 입어 대중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형성한 것이다. 이처럼 한 대상의 두드러진 특성이 그 대상의 다른 특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후광효과’라고 한다.
<보증법 활용하기>는 브랜드/제품/서비스에서 내세우고자 하는 포인트와 핏이 맞는 다른 요소의 후광효과를 활용하여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기존에 가진 인물, 기관, 캐릭터 등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나 혼자서 메시지를 전달할 때보다 마케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가장 커다란 장점이 있다.
보증법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 ①전문가(엔도서) 활용하기, ②관련 기관/학회/협회 활용하기, ③캐릭터 활용하기 가 있다. 지금부터 사례와 함께 각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엔도서(endorser)는 협찬 제품을 광고/홍보하는 전문가나 유명인을 가르킨다. 이런 엔도서를 활용하는 방법은 저명한 전문가/직업들을 동원해 제품 홍보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다. 보통 유명한 의사/스포츠인/연예인/셰프/디자이너 등의 이름이나 직업을 활용한다.
남성 건강기능식품인 ‘파워업 쏘팔메토 골드’는 ‘천하장사 이만기’를 활용하여 제품이 가진 기능성을 매력적으로 어필하였다. 과거 국내 최고의 씨름 선수이자 현재 대학교수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천하장사 이만기’가 갖는 '건강하고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수많은 미투 제품이 난립하는 남성 전립선 건강제품 시장 내 엣지로 활용하고자 했다. 파워업 쏘팔메토 골드는 이만기를 최전선에 내세워 시장 내 다른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를 두었고, 13년간 100만병을 팔아치우며 현재까지 많은 중년 남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임플란트 브랜드 ‘오스템’은 ‘치과의사가 추천하는 임플란트’라는 컨셉으로 약 70여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사랑받고 있는 유명 브랜드이다. 최근 임직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위험한 내부적 이슈에 휘말려 있으나, 시장 내 부동의 1위 지위를 수년간 이어오고 있는 막강한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임플란트를 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안전'에 대한 불편(Un-met Needs)을 '치과의사'라는 전문가의 이름을 빌어 한 방에 해결한 컨셉팅 사례이다.
수분충전 음료베이스 링티는 특전사 ‘군의관이 개발한 수분보충음료’라는 컨셉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수많은 병사가 훈련 중 탈진과 과로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수액보다 좀더 쉽게 수분을 보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링티는 2017년 출시 이후 ‘마시는 링거’라는 광고문구를 활용, 수분보충이 필요한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센스있게 표현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식약처의 허위/과장광고 이슈에 휩싸이며 ‘링거워터’라는 사명을 바꾸는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도 적극적인 PPL과 광고활동을 통해 월매출 20억 이상의 히트제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명한 사람의 이름 자체를 브랜드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폴바셋’, ‘고든램지 버거’는 각각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폴바셋’과 세계적인 요리 연구가 ‘고든 램지’의 이름을 딴 브랜드이다. 이렇게 유명한 바리스타나 셰프의 이름을 활용하여 경쟁브랜드와 차별화된 엣지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최근 고든램지 버거가 한국에 입점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가격이 과하다면서도 맛은 이름값을 한다는 평이 대부분이니 관심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위의 사례에서 ‘사람’인 전문가를 내세웠다면, 유명한 ‘기관/학회/협회’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즉, 브랜드/제품에서 내세우는 USP를 백업해줄 수 있는 기관의 이름을 활용하여 메시지의 '신뢰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파나소닉코리아’의 구강세정기는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추천받은 제품을 핵심 컨셉으로 내세우고 있다. 파나소닉은 자사의 구강세정기 ‘제트워셔’의 치면세균막(프라그), 구강내 미생물 억제효과를 검증받아 대한치과의사협회에 구강건강 상품으로 추천 요청을 진행했고, 공식 추천을 받았다. 이런 신뢰도 있는 기관의 후광효과를 활용하여 ‘오랄비’ 같은 전문브랜드나, 손나은 칫솔로 유명한 ‘오아 전동칫솔’에 대비해 부족하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려동물 브랜드 ‘꼬뜨’의 전 제품은 ‘한국동물병원협회’의 추천을 받은 제품이다. 꼬뜨의 대표적인 제품인 ‘벤토나이트 고양이 모래’는 100% 천연 제올라이트를 활용해 제습력과 탈취력을 높였다. 신뢰도 있는 기관의 후광효과를 통해 불필요한 살생을 막는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가치를 고양하고, 반려인에게 안심을 선사했다.
여성분이라면 불과 몇 년 전 일었던 ‘생리대 파동’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이후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안전한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블루블루’ 생리대는 국제 공인 인증기관인 ‘Control Union’에서 OCS인증(유기농재료 확인)을 받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00% 천연 편백오일 패치와 유기농 순면커버로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다. ‘안전한 생리대’라는 소비자의 가장 중요한 KBF(Key Buying Factor: 핵심 구매고려 요인)를 공략하기 위해, 공인된 인증기관의 후광효과를 활용한 사례이다.
캐릭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친근감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감각적인 소비형태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군에서 널리 활용해온 방법이다. ‘캐릭터 마케팅’이란, 캐릭터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고객의 구매 욕구와 심미적 만족을 충족시키고 소비자와 교감을 나누는 고도의 감성 마케팅이다. 과거에는 TV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중심으로 아동 완구나 문구류에 국한되어 매출 증대를 위한 보조적 도구로만 활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캐릭터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보조적 관계가 아닌 대등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캐릭터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시켜, 브랜드에 친근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입혀서 다양한 연령대의 타겟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최근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도 ‘카카오프렌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가 가진 올드한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365mc 병원’의 ‘지방이’는 동네 인형뽑기방에 있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이다. ‘365mc’는 지방흡입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엄근진’을 내세우는 보수적인 병원마케팅 시장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이례 없는 마케팅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가졌다. 기존 성형외과 광고가 날씬한 모델을 내세워 아름다움과 효과만 강조할 때, ‘365mc’는 사라져야 할 존재인 지방을 귀여운 캐릭터로 형상화하여 친숙한 감성을 전달했다. 이런 파격적인 마케팅은 2012년 국내의료기관 최초로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수상까지 할 정도로 획기적이었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방이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활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두꺼비’ 캐릭터를 내세워 레트로 향수에 젖어있던 중년 남성뿐 아니라 20대 젊은 층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19년 4월 두꺼비 캐릭터와 함께 탄생한 ‘진로이즈백’은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병, 누적 4억 병이 넘게 팔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무신사, 기가지니, 커버낫 등 다양한 굿즈에 활용되거나, 프랜차이즈 주점 ‘포차이즈백’ 등 사진 스팟으로 활용되며 SNS에 특화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두꺼비 캐릭터는MZ세대에게 호응을 이끌며 진로가 가진 노후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내 캐릭터 마케팅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메리츠화재 '걱정인형'일 것이다. 기존 금융회사 광고는 감성소구를 목적으로 했지만 구체적인 스토리와 컨텐츠가 없어 차별화된 메시지를 만들지 못하였다. 메리츠는 과테말라 전래 동화의 ‘걱정인형’ 컨셉을 선택해, 눈에 보이는 걱정인형 캐릭터로 차별화된 감성소구에 성공하였다. 2011년 시작한 메리츠 걱정인형 캠페인은 손보업계 모델 파워 1위를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다양한 굿즈나 컨텐츠로도 활용되며 확실히 차별화된 컨셉이 되었다.
<보증법 활용하기>에서는 제품과 활용하는 대상 간의 핏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에스더가 광고하는 유산균과 이만기가 홍보하는 유산균 중 어떤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마케팅효과를 노리는 제품이 가진 핵심 아이덴티티와, 활용되는 대상의 이미지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야 그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한, 난립하는 미투 속에서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하지 말고 확실한 엣지와 품질력을 갖추고 있어야 단기간 반짝하고 끝나지 않는 제품이 될 것이다. 여기 이러한 교훈을 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곰표의 콜라보 마케팅 성공으로 콜라보 컨셉을 무작정 선보였다가 날선 비판을 얻은 ‘모나미 유성매직 스파클링’과 ‘서울우유 바디워시’다. 해당 제품들은 ‘맹물에 사탕 녹인 맛’으로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하거나, 우유 제품의 외관을 그대로 본뜬 생활화학제품을 식료품과 나란히 배치해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처럼 소비자 혜택 기반의 컨셉과 품질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보증법을 활용하는 대상이 해당 제품과 핏이 맞지 않는다면 단순한 어그로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니, 오히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의 자산마저 잃어버릴 수 있는 위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보증법 활용하기> 컨셉팅 방식은 마케팅 자원의 효율성과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 측면에서 유용한 방법임을 기억하고, 제대로 숟가락을 얹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