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컨셉팅 원칙 2
전 편에서 알아보았던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 중, 첫번째 방법이자 가장 파워풀한 전달력을 가진 방법은 “Only One이 되기”다. Only One은 말그대로 오직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방법이며 ①최초가 되기, ②나만 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시장에서 ‘최초’가 된다는 것은, 해당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보통명사로 자리잡는 리더브랜드가 될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지며, 시장이 성장해갈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함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는 독점판매/유통이나, 오리지널&특허기술 등을 통해 나만이 가진 것을 소비자에게 내세울 수 있다. 이렇게 Only One을 만드는 것은 소비자에게 시장의 다른 경쟁자/대체자들과 비교하여 '나를 선택해야 하는 명분'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한 분야의 최초가 되어 그 분야를 선도하는 ‘원조’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그 분야의 최초가 될 수 없다면, ‘최고’가 되는 것을 노려보자. 지금부터 [차별화된 컨셉팅 원칙]의 두번째 방법, ‘최상급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액상소화제는?”
“LG 그램이 제일 가벼운 노트북이라 휴대하기 좋다는데!”
“제일 매운 라면인 핵불닭볶음면이 안 맵다니! 대단한걸?”
‘최상급 만들기’는 Only One 과 마찬가지로 나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이 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마케팅적 효과를 갖는다. ‘최상급 만들기’ 사례를 살펴보기 전에, 최상급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먼저 살펴보자. 최상급의 사전적 정의는 ‘가장 높은 정도나 등급’(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를 우리가 배운 차별화된 컨셉팅에 적용시켜보자면, 최상급은 시장의 경쟁/대체 플레이어와 비교하여 가장 높은 수치를 만들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많고/적고, 높고/낮고, 크고/작고, 빠르고/느리고 등의 표현을 활용한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최상급’이라는 단어 자체만 본다면 이를 단순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낮은’ 수치로도 최상급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최상급 만들기’를 ‘높은 수치’와 ‘낮은 수치’ 두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알아보겠다.
“가장 높다/많다/크다” 라는 말을 그냥 지나칠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처럼 수치가 클수록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Selling Point가 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린, (좋은 성분이) 가장 많은, 가장 오래된(역사 깊은), 가장 매운, 가장 규모가 커다란 사례를 순서대로 살펴보자.
동화약품의 활명수는 120년이 넘도록 액상소화제 시장 1위를 놓치지 않는 장수 의약품으로, 액상소화제 시장에서 약 7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의 스테디셀러이다. 그 중에서도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제품은 ‘까스활명수’인데, 1966년 활명수에 탄산가스를 넣어 출시된 뒤 현재까지 판매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판매 1위’ 표현은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고, 다양한 세부 용량/제형/시장내 1위로 세분화하여 사용이 된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말만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쉽고, 선택이 실패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말은 없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기업 바이오일레븐이 출시한 드시모네는 국내 최대 4,500억 보장균수를 보유한 건강기능식품 제품이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2010년대 이후 장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장면역기능에 좋은 업그레이드 제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진입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바이오일레븐은 기존의 시장이 유산균의 투입균수 CFU(Colony Forming Unit : 미생물 집락수)가 누가 가장 높은지를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보장균수’를 소구하며 차별화를 꾀하였다. 또한, 한가인이라는 빅 모델을 활용하여 ‘국내 1위 보장균수 4,500억 + 국내 유일 장면역 개별인정원료’라는 두가지 차별화방식을 동시에 내세우며 시장내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가장 매운 라면’하면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불닭볶음면’이라고 답할 것이다. 삼양식품이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출시할 때 국내에서 ‘가장 매운 라면’으로 입소문을 탄 것과 더불어, 맛까지 좋아 국내 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대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불닭볶음면’은 기존 불닭볶음면보다 2배 더 매운 버전으로 출시되어, 8,706 스코빌(봉지라면 기준)로 매운맛으로는 최고치를 찍었는데, 유튜브와 같은 SNS 매체의 전파력을 통해 붉닭볶음면의 해외 진출이 ‘매운맛 강자’인 한국인들의 이미지를 더 굳힐 것으로 기대한다.
해태제과의 연양갱은 1945년부터 이어진 국내 최장수 과자이다. 가장 오래된 과자인 만큼, ‘국민간식의 원조’ 키워드를 내세우며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해태제과는 추석연휴를 맞아 한국의 미(美)를 담은 ‘연양갱 추석선물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퓨전 동양화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현정 작가가 그린 그림이 담겨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패키지로 연양갱의 전통성과 젊은 감각을 불어넣은 퓨전 동양화를 선보이며, 자칫 올드한 이미지로 외면 받지 않고 브랜드의 신선함(Freshness)을 유지하며 ‘국내 최장수 과자’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양평에 가면 국내 최대규모의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개점 21주년을 기념해, 2020년 스타벅스 더양평DTR점을 개장했다. 1,200㎡ (364평)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1층부터 3층까지 총 261석의 많은 자리를 보유하고 있다. 남한강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오픈 당시 여름휴가를 맞아 스타벅스를 찾아온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최대규모’와 ‘스타벅스’라는 강점이 결합하여,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불러모으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반드시 높은 수치로만 최상급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치가 작을수록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Selling Point가 되는 사례도 많은데, 아래에서 가장 수치가 낮은, 가장 가벼운, 크기가 작은, 성분이 적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오뚜기에서 2004년에 출시한 컵누들은 가장 칼로리가 낮은 라면으로 젊은 여성 타겟에게 유명세를 얻은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최근에는 ‘컵누들 쌀국수’ 등 SKU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데, 기름에 튀기지 않아 건강한 라면이라는 컨셉으로 출시되어 작은 컵 하나의 칼로리가 120kcal에 불과하다. 낮은 칼로리 덕분에, 컵누들은 다이어트 중인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며 현재까지 마니아층을 유지하고 있다. ‘최저 칼로리’라는 컨셉은 칼로리 때문에 라면을 먹지 않는 타겟층의 죄책감(Guilty)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LG전자의 LG그램은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컨셉으로 ‘휴대성’이라는 수요를 브랜드화 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LG그램이 출시되기 전인 2010년대 초반에는 노트북이 너무 무거워 학교에 두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당시 가장 가벼운 제품의 무게가 1.25kg였는데, LG전자는 1kg의 벽을 깬 980g로 ‘LG그램’을 출시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에도 부품 무게를 줄이려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2020년 1190g의 16인치 노트북인 ‘LG 그램 16’으로 세계 기네스 협회로부터 ‘세계 최경량 16형 노트북’ 인증을 받기도 했다.
최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즉석카메라’로 SNS상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 있다. 폴라로이드의 ‘폴라로이드 고’는 105mm*83.9mm*61.5mm의 스펙으로 핸드폰보다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또한 필름의 크기도 66.6mm x 53.9mm로 매우 작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무게와 사이즈 때문에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을 ‘작은 사이즈’를 통해 잘 개선하여 아날로그 감성의 유행을 수익으로 만들어냈다.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무색소’를 내세워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를 긴장시킨 유일한 제품이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출시된 이후, 가공유 판매 1등을 놓치지 않으며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그러나, 매일유업이 2006년에 출시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제품의 네이밍과 무색소 표기가 ‘기존의 노란색 바나나맛 우유들은 모두 색소를 쓴다’는 사실을 도발적으로 알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출시 후 6개월동안 2000만개를 팔아치우며 선전했고, 현재는 10년차 베테랑이 되어 다양한 변화를 계속해가고 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무첨가’라는 컨셉으로 잘 파고든 사례라고 판단된다.
지난 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는가? Only One 만들기와 마찬가지로, 일등이 아니라면 되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최상급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규모 백화점은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인데, 올해 2월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서울 최대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수 없으니, ‘1등’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범위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지역별/용량별/타겟별/기간별로 1등을 만들어서 표현하는 요령을 갖춘다면, 최상급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수치를 활용해 최상급을 표현하려 할 때는, 객관적인 수치 표기를 명심해야 한다. ‘최고’로 ‘제일’가는 타이틀을 쓸 때는 객관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야 법규 혹은 경쟁사의 견제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에 표시를 활용할 경우는 해당 카테고리의 법규 중 표시조항 등을 꼼꼼히 읽어보고 크로스체크 해보기를 추천한다.
또한, 소비자의 KBF(Key Buying Factor / 핵심구매고려요인)과 최상급 표현의 주체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LG 그램은 타겟의 숨겨진 니즈(Un-met Needs)와 표현의 주체 간의 연결성을 잘 갖춘 사례로 볼 수 있다. LG 그램이 출시되기 전, 타겟층인 직장인/대학생은 노트북은 ‘원래’ 무거운 것이니까 ‘들고 다니지 못하는 불편’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LG는 이러한 소비자의 잠재적인 니즈를 파악하여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노트북을 만들었고,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표현을 통해 소비자의 혜택(Benefit)을 충족시켰다.
반대로 단순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상관없는 최상급을 남발한다면, ‘가장 가벼운 과자’, ‘가장 부피가 큰 라면’처럼 쓸 때 없는 표현이 될 것이다. 이처럼 최상급을 만들 때는, 소비자의 혜택(Benefit)과 최상급 표현의 연결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인식에 남으면, 그걸로 되었다는 뜻이다. 최상급을 사용하여 한번 소비자 인식에 박히면, 나중에 그보다 더 큰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최상급은 유효하고 소비자에 인식에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이를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첫번째인 ‘리더십의 법칙’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한번 각인된 소비자의 인식/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식에 한번 ‘가장 ~한’ 이라고 자리잡으면, 그 인식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 오랜 기간 우리 회사와 나의 브랜드에 좋은 성과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렇게나 강력한 무기를 혹시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내 브랜드와 제품의 특징들을 꼼꼼히 되짚어보는 시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