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컨셉팅 원칙 3
우리는 지난 편에서 [차별화된 컨셉팅의 8가지 원칙] 중, 두 번째 방법인 <최상급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최상급 만들기>는 <Only One>과 더불어 나만이 쓸 수 있는 독자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가장 높은/많은/큰'과 같이 높은 수치를 활용하거나("+"의 방법), '가장 낮은/가벼운/작은'처럼 낮은 수치를 활용하여("-"의 방법) 소비자의 '인식 속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갖는 방법이다.
전체 시장에서 1등을 만드는 방법이 어렵다면, 시장/소비자/카테고리/지역/용량 등을 쪼개서 1등이 되는 지점을 찾아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소비자의 불편(Un-met Needs)과 혜택(Benefit)에 기반한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들어야, 소비자 행동의 명분인 RTB(Reason To Believe)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Only One 만들기>와 <최상급 만들기>는 차별화된 나만의 엣지(Edge)를 갖는 강력한 컨셉팅 방법의 양대산맥이다. 오늘부터 배울 <비교급 만들기>와 <보증법 활용하기>, <비유법 활용하기> 3가지는, 위의 두 가지 방법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경쟁/대체재와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컨셉팅 방법이다.
“오뚜기 BIG 육개장이 나왔는데, 기존보다 20%나 더 푸짐하고 더 진하게 만들었대"
“리챔 더블라이트는 나트륨도 지방도 25%나 적게 들어가서 더블로 건강하다는데?”
“가그린은 색소가 안 들어있다고 하고 리스테린은 가글 말고 다 된다 하던데, 뭐가 더 좋은 거지?"
'비교'란 둘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 따위를 밝히는 일을 뜻한다. '비교급'은 어떤 대상들을 비교할 때, 성질이나 상태의 정도를 표시하는 것으로 원급보다는 더 심하고, 최상급보다는 덜한 것을 말한다. (출처_표준국어대사전)
이를 차별화된 마케팅 컨셉에 적용해보자면, 소비자의 구매고려대상군(Consideration Set)에 있는 경쟁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포인트를 더욱 강조하는 방식이 <비교급 만들기>가 되겠다. 남들보다 더 많은/적은, 있는/없는, 더 높은/낮은, 더 큰/작은, 더 무거운/가벼운, 더 빠른/천천히 등의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비교급을 만드는 방법에는 ①자사 기존 제품과 비교하는 방법, ②타사 제품과 간접적으로 비교하는 방법, ③타사 제품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방법 이 있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비교급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의 코카콜라 vs 펩시콜라나, 맥도널드 vs 버거킹 경쟁자 간 비교광고 사례는 광고나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유명한 사례이다. 자사의 유니폼을 입고 경쟁제품을 먹기도 하고, 경쟁사의 SNS에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며, 때로는 혐오/공포스러운 이미지나 위트 있는 방법을 통해 자사의 강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미국은 비교광고가 자유롭게 허용이 되는 반면, 한국은 비교광고의 표현 규제가 많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국내의 비교급 사용에는 자사의 기존제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뚜기는 지난 5월, 기존 자사 제품 대비 양과 맛을 늘린 ‘BIG 육개장’을 리뉴얼 출시했다. 기존 육개장 대비 면, 건더기, 분말스프 모두20% 증량하고, 육수 맛을 더 진하게 바꾼 비교급 표현을 활용하여 시장 1위 농심 육개장과의 경쟁에 나섰다.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펩시 미니’는 롯데의 제조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존 250ml 주력제품 대비 용량이 작은 초미니 탄산음료이다. 기존 제품 대비 40% 적은 용량인 160mL의 제품으로, 휴대성과 음용 편의성이라는 소비자 Benefit을 선사했다. 이는 어린이 및 여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여 출시 3년만인 2019년, 전년대비 판매율이 200% 증가하는 등 큰 성과를 보였다.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아이시스8.0/카스 한입 캔과 같은 생수/주류 업계도 기존 제품 대비 소용량 제품을 선보이며 1코노미(1인가구+이코노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다크 초콜릿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롯데제과 드림카카오는 기존제품의 성분을 높인 제품을 두어 Level별로 SKU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브랜드이다. 13년 만에 디자인을 탈바꿈한 ‘드림카카오’는, 56%, 72%, 82%의 카카오 함량만 표시한 기존 디자인에 초콜릿의 핵심 성분인 폴리페놀 성분 함량도 함께 표시했다. 56/72/82%의 제품에 각각 900/1,220/1,420mg의 폴리페놀 함유량을 표기하여 구매 선택의 폭을 넓힌 소비자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전자담배 닷모드의 신제품 닷모드 AIO Mini는 기존 제품보다 사이즈를 작게하여 휴대성을 강조했다. 과거 지드래곤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유명해진 이 제품은 기존의 닷모드 AIO보다 20~30% 작은 콤팩트한 사이즈로 그립감과 휴대성을 모두 높였다.
매일유업의 상하치즈 ‘더블업 체다 슬라이스’는 2017년 맛과 두께를 업그레이드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슬라이스보다 20% 두툼한 두께로 식감을 더했고, 9개월 이상 숙성한 치즈 함량이 기존 제품 대비 2배이다. 기존 제품보다 더 늘어난 함량과 두께로 가열 시 치즈가 녹아드는 멜팅감을 더욱 증가시켰다. ‘더블업 체다 슬라이스’ 리뉴얼 출시 이후 기존 제품 대비 판매율이 2배 증가했다.
간접비교 방식은 시장 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수치, 혹은 관련법규에서 인정하는 비교표현을 활용하여 자사우위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식약처에서는 시장 내 점유율 상위 1~3위 평균 영양수치보다 25% 이상 높다면 '더', '고' 등의 표현을, 낮다면 '덜', '저' 등의 표현을 쓸 수 있게 허용하였다. 자사제품이 아닌 타사제품으로 비교급을 활용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동원의 ‘리챔 더블라이트’는 캔햄시장 상위 3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지방 함량 대비25% 낮아 더블로 건강한 제품의 강점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건강을 지향하는 타사 캔햄 제품이 저지방이나 저나트륨 중 하나의 요소만 강조할 때, 리챔은 두 요소를 모두 포함해 더 건강하다는 베네핏을 담아 건강미 넘치는 김종국이라는 모델을 활용하여 표현했다.
이디야의 스틱커피 ‘비니스트’는 타사대비 원두를 더 많이 함유하여 더 깊은 풍미를 강조하는 비교급 컨셉팅을 사용하였다. 대중적인 맛을 살려야하는 스틱커피에 에콰도르산 최고급 원두함유량을 10% 더 함유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핸드드립 커피와 같은 진한 풍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혜택 덕분에, 별도의 광고 없이 입소문 만으로 2018년 매출 130억원을 돌파했으며, 최근 코로나 19 장기화로 홈카페족을 겨냥해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K2는 2021년 겨울시즌을 공략하는 씬에어 라이트 다운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 제품은 다운 압축 기술로 탄생한 ‘씬다운’을 적용해 기존 경쟁사 패딩 제품보다 더 가볍고 따뜻하다. ‘따뜻한 겨울 패딩’하면 떠오르는 부하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안 입은 듯 가볍고 트렌디한 핏을 충족시켰고, 수지라는 빅모델을 활용하여 젊은 타겟에게 세련되게 어필하였다.
오뚜기는 2020년 12월 엄선된 재료로 꽉 채운 ’X.O. 만두’를 출시했다. 비범한, 놀라운(eXtra Ordinary)이라는 의미를 가진 브랜드명 X.O.는 돼지고기, 쇠고기, 버섯 등을 큼직하게 썰어 풍부한 식감을 소비자 베네핏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당면으로만 만두소를 채우거나, 만두소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경쟁사 제품들 사이에서 ‘만두 다운 만두’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는 “물을 타지 않았다.”는 비교급 표현을 활용해 치열한 맥주시장 내에서 빠르게 제품 인지도를 확립시켰다. ‘물을 타지 않은 리얼 맥주’ 문구를 광고에 사용함으로써, 타사 맥주들은 물을 탔다는 내용을 상대적으로 공략하였다. 이런 마케팅 기법을 통해 클라우드는 출시 100일만에 2,700만병 판매를 돌파하며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광동제약의 ‘비타 500’ 역시 비교급 표현을 통해 장점을 드러낸 제품이다. 비타 500은 2013년 ‘카페인이 없는 착한드링크’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제1경쟁자 박카스의 약점인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안전 부분을 적극 공략하는 브랜드 전략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우리는 착하고, 상대방은 나쁘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며 건강드링크라는 포지셔닝의 우위를 점하였다.
국내에서 비교광고가 금지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비교광고’가 아닌 ‘부당한 비교광고’이다.
비교광고의 목적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자사 브랜드의 우위성을 소구(Appeal) 하여, 구매 선택에 명확한 준거점을 제공하기 위함인데, 국내에서는 이에 반하는 것들을 ‘부당한 비교광고’로 명명한다. 즉, 국내에서 규정하는 '부당한 비교광고'의 개념은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자료 없이, 허위로 경쟁사의 제품/서비스를 비방하고 과장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반면 의료, 의약품 등 특정 상품군을 제외하고, 소비자에게 합리적 구매선택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당한 비교광고는 허용된다. 따라서 우리는 직접비교 방식을 사용할 때, 사실을 바탕으로 자사의 비교우위점을 객관적이고 정확히 표현하여 전달해야 한다.
국내 비교광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바로 국내 비교광고에 한 획을 그었던 미샤의 ‘비교품평’이다. 미샤는 고가 화장품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기형적인 한국 화장품 시장의 문제점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 2위 화장품 회사인 P&G의 제품과 미샤의 신상품의 품질 비교를 요청하는 광고를 걸었다.
P&G의 브랜드에서도 최고급 브랜드 라인인 SK-Ⅱ 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면 미샤의 에센스 제품을 공짜로 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는, 출시 9개월만에 80만개 판매율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이에 SK-Ⅱ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 P&G’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소비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미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미샤는 ‘에스티로더 갈색병 에센스에 비교 품평을 제안합니다’라는 공격적인 광고카피로 경쟁자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두 번째 비교품평을 이어나갔다. 그 뒤에도 ‘랑콤 마스카라에 비교 품평을 제안합니다’는 시리즈 광고를 집행하며 미샤 브랜드의 강점인 가성비를 어필하였다. 미샤의 비교품평은 연타석 홈런을 치며 2005년 이래 ‘더페이스샵’에 줄곧 빼앗겼던 브랜드숍 매출 1위 자리를 되찾는 쾌거를 올렸다.
최근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배달서비스 O2O(Online to Offline)의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의 민족’이 가진 단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워 시장 1위를 공략하였다. ‘돌지말고 지금 쿠팡이츠 하세요!’라는 TVC를 통해 여러 집을 방문하는 ‘배달의 민족’의 단점을 꼬집고, 한 번에 한 개의 집만 방문하는 자사만의 강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지하철 옥외광고를 통해 기존 배달의민족 고객들을 겨냥해 지역별로 쿠팡이츠 첫 주문 할인을 홍보하는 등 재치 있는 프로모션을 집행하며 젊은 세대의 호감을 만들어냈다.
2013년, 참치 캔 시장의 만년 2위 ‘사조참치’는 1위 ‘동원참치’의 알루미늄 소재의 캔이 위험하다는 소비자의 Un-met Needs(미충족 니즈)를 공략했다. 광고에서 날카로운 ‘동원참치’의 캔뚜껑과 손이 다칠 우려가 없는 안심따개를 비교하여 유머있게 전달한다. 경쟁사의 치명적인 단점을 자사의 강점으로 승화시킨 사조참치는 출시 3년만에 2억캔 판매를 돌파하며 1위를 뒤쫓고 있다.
‘리스테린’은 시장 1위 ‘가그린’이 무색소를 소구하는 광고에 (간접비교 방식) 자사의 강점인 복합기능성을 소구하며 맞받아쳤다. 특히 광고에 ‘가글 말고 다 되는 리스테린’ 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여 ‘가그린’과의 비교를 요하고 있다. ‘가그린’이 빼기의 중요성(타르색소)를 말한 반면, ‘리스테린’은 더하기의 중요성을 통해 기능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비교급 만들기>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의 구매 고려대상에 대비한 비교 경쟁우위 전달로, 보다 직접적/간결한 메시지의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비교표현을 하는 포인트가 소비자의 불편과 니즈 기반의 혜택(Benefit)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는 지난번 <최상급 만들기> 편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상관없는 비교 포인트는 구매에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하고 어그로로 끝나기 때문이다.
둘째, 단순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경쟁사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자사 브랜드가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다. 단적인 예시로 2021년 ‘산타토익’ 광고가 있는데, 광고가 전부 파고다, 해커스, 영단기 등의 경쟁사를 돌려까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영어교육시장에서 시간 낭비를 없애준다는 Benefit을 전달한 것과, 위트 있는 방식으로 돌려까기한 점은 칭찬해주고 싶지만 이 광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광고를 시청한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사의 브랜드는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미손&원슈타인에 집중하지 말고, 차라리 산타복장을 등장시켜 산타토익의 반복 카피를 사용해봤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광고였다.
비교급 표현을 사용할 때는, 경쟁사를 낮췄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자사는 남지 않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독자들이 이런 광고대행사의 어그로 아이디어를 걸러낼 수 있는 마케터의 인사이트를 지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