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컨셉팅 원칙 1
마케팅이란 ‘제한된 자원과 만들어 내고 싶은 목표를 바탕으로 기업/제품/사람 등의 대상에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비즈니스 관점에서 마케팅의 의미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쟁/대체제보다 잘난 점을 어필하여, 나를 선택해야 하는 명분을 만드는 행위’이다.
이렇게 내 아이템과 브랜드,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명분과 가치를 만들어주기 위하여 ‘차별화된 컨셉’이 필요한데, 필자는 컨셉이란, ‘소비자의 혜택이 담긴 차별화된 아이디어’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마케팅 컨셉을 만드는 8가지 방법]을 말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살펴볼 8가지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Only One 만들기, ②최상급 만들기, ③비교급 만들기, ④보증법 활용하기, ⑤비유법 활용하기, ⑥TPO 쪼개기, ⑦고객 쪼개기, ⑧사용방식 바꾸기
이번 편에서는 [차별화된 컨셉팅 원칙]의 첫번째 방법, ‘Only One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햇반이 당연히 국내 최초의 즉석밥이지!”
“’국내 최초 '새벽배송’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도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가치가 변하지 않는 강력한 지속력을 지닌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Only One을 만드는 것은 소비자에게 시장의 다른 경쟁자/대체자들과 비교하여 '나를 선택해야 하는 명분'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시장의 리딩브랜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Only One만들기’는 ‘1등’, ‘나만 가진 것’을 모두 함의한다. 전자는 ‘최초가 되기’, 후자는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지금부터 각각의 내용을 사례와 함께 살펴보자.
마케팅 업계의 필독서이자, 출간 후 약 30여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서적이 된 「마케팅 불변의 법칙」(알리스/잭트라우트)의 제 1법칙은 바로 '리더십의 법칙(The Laws of Leadership)'이다. 책에 따르면, 대체로 사람들은 처음의 것만 기억에 남기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이 되기 보다는 최초가 되는 것이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 최초가 되면, 3M의 스카치테이프처럼 해당 제품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보통명사로 자리잡는 리더브랜드가 될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 중에서 최초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최초의 타이틀을 붙여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전쟁에서 적군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최초가 된다는 것은 시장이 성장하고, 소비자가 많아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너무나 유명한 사례이자 국내 마케팅 성공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CJ제일제당의 햇반은 국내 최초의 즉석밥이라는 컨셉으로 1996년 출시되었다. 론칭광고로 모델 김혜자가 등장하여 "제일제당에서 밥이 나왔어요."라고 카피를 얘기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이제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넘어 가공밥 시장을 대표하는 보통명사로 성장한 리더브랜드이다. 예측해보건데, 편의성을 추구하는 성향과 싱글가구의 성장세 속에 가공밥 시장이 성장할수록 '시장의 원조'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2015년 '국내 최초 새벽배송' 컨셉으로 신선식품 배송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마켓컬리는 어느덧 매출액 1조원을 육박하는 거대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최근 인터브랜드에서 조사한 '2021 대한민국 브랜드가치 랭킹'에서 당당히 47위에 이름을 올렸고, 현재는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6년이 흐른 지금은 SSG, 쿠팡, 오아시스 등 너도나도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들이 부랴부랴 준비하여 시장에 진입하는 동안, 이미 시장을 리딩하는 브랜드는 막강한 인지도와 재무성과 뿐만 아니라 마인드 쉐어(소비자의 마음속 점유율, Mind Share)까지 소유하였다.
롯데칠성음료의 생수브랜드 아이시스8.0은 전세계적으로 ESG와 친환경열풍이 불어온 2020년 초 '국내 최초의 무라벨 생수'라는 마케팅 컨셉을 활용한 신제품 아이시스8.0 ECO를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하였다. 지금은 많은 브랜드들이 무라벨생수 제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처음의 것만 더 쉽게 기억하기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위 삼다수를 위협하는 무기로 작용해갈 것으로 기대된다.
매일유업의 발효유 브랜드 엔요는 경쟁사인 남양유업 이오의 짝퉁제품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20여년간 시장점유율 10%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8년 '국내최초 전용빨대'라는 마케팅 컨셉을 가지고 리뉴얼한 제품 엔요100을 선보이며, 리뉴얼 출시 1년 후인 2019년 시장점유율 1위를 뒤집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후 친환경 열풍속에 20년 6월 전용빨대를 제거하는 과감한 변화를 했음에도 한번 기울어진 소비자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를 않아 현재도 1위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초가 되는 것만이 Only One 만들기의 전부는 아니다. 나만이 가진 것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나를 선택하는 명분을 만드는 방법도 존재하는데, 이를 ①독점, ②오리지널&특허기술로 나누어 설명하겠다.
①독점
먼저 독점계약을 활용하여 경쟁사가 갖지 못하는 영역을 소유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이 방법은 독점계약의 파트너가 되는 기존 브랜드/제품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인 차별화 방식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자주 활용이 되는 기법이다.
쿠팡은 국내 분유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2015년, 스위스 유기농분유 '홀레 분유'를 독점공급하기 시작했다. 기존 해외구매대행이나 해외직구 등을 통해만 구입할 수 있었던 유럽산 수입분유를,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혜택을 제공하여 기타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2019년 코스트코는 현대카드와 새롭게 멤버십카드 계약을 채결하여 국내 카드시장 점유율 변화를 일으켰다. 20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 회원을 고객으로 유치한 현대카드는 2019년 초 시장점유율 15% 수준에서 2020년 말 17.3%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2위 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독점계약 방식은 유통사에서만 활용되는 기법이 아니라, 제조사에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방식이다. SPC삼립은 2021년 8월 미국 그릭 요거트 시장 1위 요거트 브랜드 초바니와 독점계약을 맺고 현대백화점과 마켓컬리 등에 제품을 유통판매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 다른 사례로, 광동제약은 국내 1위 생수브랜드 제주개발공사 삼다수의 독점유통 뿐만 아니라, 2014년 안국약품의 유명 브랜드 토비콤의 약국영업을 대행하는 판매 제휴 계약을 채결하여 기존 강점을 활용한 수익모델을 만들어 냈다.
②오리지널&특허기술
2021년 9월 22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전체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만들어냈다. 넷플릭스는 이전에도 킹덤이나 스위트홈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호평을 얻고 있다. COVID19 이후 성장이 가속화된 OTT 업체들의 무한경쟁 속에서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이 앞다투어 오리지널 컨텐츠들을 만드는 이유 역시, 나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된다.
다음은 특허기술을 활용한 Only One 만들기 기법이다. 이 기법은 특허분쟁이나 소송을 통해 기존에 쌓아왔던 가치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법적 검토를 통해서 사용해야 한다. 2010년대에 전국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어쿠션 화장품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간의 소송전이나, 날개 없는 선풍기를 통해 '정용진 선풍기'로 불렸던 다이슨의 에어 멀티플라이어의 중국산 유사제품 소송전은 특허설정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해주는 사례이다.
특허를 활용한 차별화 기법은 특히 화장품이나 고관여 제품에서 두드러진다. 애경의 대표제품 Age20`s 화이트닝 라인은 독자 개발한 특허성분 '톤업 펩타이드'라는 핵심성분을 통해 다른 미백 경쟁제품과의 차별화된 엣지를 만들었고, CJ제일제당은 김치로부터 추출한 유산균 CJLP133으로 자사 건강식품과 김치 등에 마케팅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특허를 활용한 자산구축을 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9년에 특허청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치료 보조기기 분야 특허출원 1위를 기록했고, 안마 도중 정전될 경우 위치 재설정이 가능한 특허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여 정전이나 단선 등으로 인한 끼임이나 인체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였다.
잭트라우트의 마케팅 명서 포지셔닝에는 '최초나 일등이 아니라면, 되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라!' 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경쟁의 판을 재정의 하여 내가 최초가 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곳에서는 ‘내가 최초야’ 라는 메시지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1972년 대서양을 횡단한 최초의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 이후 세번째로 횡단에 성공한 비행사 에어하트가 '대서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포지셔닝하며 미국인들에게 유명세를 얻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반드시 최초나 처음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대단하고 어려운 기술과 업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법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엣지를 만들어서(그렇다고 너무 브랜드/제품과 관련 없는 쌩뚱맞는 내용으로 단순히 어그로만 끌어서는 안 되고), 나를 선택해야 하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강력한 무기가 때로는 햇반처럼 시장을 대표하는 원조제품이 될 수도 있고, 매일유업 엔요의 성공사례처럼 마케팅 불변의 법칙 1법칙을 뒤집기도 하는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지금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나/제품/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최초의 단초를 찾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