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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싫어하는 건 하지 맙시다

PART 3. 제발, 선을 넘지 않는 시부모가 됩시다

by 해날

인간관계에서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해줘도 동시에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지속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진은 폭력도 폭력이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는 습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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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선배입니다. 며느리의 입장을 먼저 겪었으니까요.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후배인 셈이죠. 그러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괴롭히는 건 일종의 빵셔틀이 되는 건가요? 자주 전화하라는 전화 셔틀, 주말에 쉬지도 못하게 오라는 방문 셔틀, 다 먹지도 못했는데 김치며 반찬을 또 가져다주시는 음식 셔틀 등. 시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너무 비약했다고요? 원하지 않은 도움은 과잉 친절이듯 시어머니의 이런 행위는 아들에게는 과잉 보호, 며느리에게는 과잉 간섭입니다. 제일 안타까운 건 해주고도 욕먹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도움은 미리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할 때 줘야 ‘고맙다’는 말이라도 듣습니다. 집안 살림에 있어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저희도 어머니께서 집에 오셨을 때 가끔 싱크대 청소를 하셔서 아내가 불편해했더랬죠. 저희는 다행히 이런 경우는 없었지만, 시어머니께서 맞벌이하느라 아들, 며느리가 없는 빈집에 오셔서 집 안 청소며 설거지를 해주고 가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신의 영역에 무단으로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부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가정 살림은 며느리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 상황 자체가 불편합니다. 내 마음을 일방적으로 들키는 것이니까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아무도 없는 집에 들르는 것을 이처럼 느낍니다. 마치 숨기고 싶은 것을 들킨 기분이니까요. 냉장고에 이미 채워진 어머니 반찬과 스타일이 수용 불가한 손주 옷, 그걸 또 억지로 받아야 하는 무단 전달은 또 어떤가요. 전에 주신 반찬도 아직 남았는데 냉장고에 자꾸만 쌓여가고 결국 멀쩡한 음식이 버려집니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아이들 옷을 입히자니 며느리는 마음에 들지 않고 안 입히자니 시어머니께서 왜 당신이 사준 옷을 입히지 않냐고 하십니다. 입히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고민 속에 어느 경우든 시어머니와 며느리 중 한 사람은 분명 스트레스입니다.


며느리는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남편은 중간에서 쩔쩔맵니다. 오히려 반대로 어머니 음식이 더 맛있다거나 ‘당신이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대신 해 주시는데 좋지 않냐’는 식으로 나오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시어머니 편을 드는 남편이라면 결국 대화는 싸움으로 번집니다. 가정엔 미움과 다툼이 가득합니다. 정식 어원은 아니지만 ‘아내’라는 말이 "집 안의 해(태양)"이라는 의미로 가정의 해, 밝은 빛을 비추는 따듯한 햇살같은 존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고부갈등의 스트레스로 인해 집안이 온통 먹구름에 천둥, 번개가 친다면 내 만족(그것이 행복인지는 모르겠습니다)을 위해 자녀와 손주를 불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부갈등은 며느리뿐 아니라, 당신의 아들과 손주까지 괴롭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도인가요, 어리석음인가요.


아들의 앞길을 막는 사람이 바로 시어머니입니다. 이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멈추지 않고 한결같이 당신의 방식을 고수하십니다. 이로 인한 고부갈등이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부모가 스트레스를 주는 만큼 당신의 아들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것을 알고도 이러한 갈등상황을 멈추지 않는다면 자녀의 행복을 위한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사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입니다. 이기심일 뿐이죠. 적어도 아들이 부모님의 간섭에 이래저래 힘들다고 말하면 싫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갈등 상황을 만드는 부모가 있다면 손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무지든 이기심이든 인생에 있어 마이너스입니다. 서둘러 손절해야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고부갈등을 푸는 첫 단계는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시어머니’가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열어 갈등의 원인을 풀어주고 각자의 자유를 누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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