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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Apr 24. 2020

말의 적정 온도는? 36.5도

당신의 인격도 36.5도

한 달 보름 겪은 일은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제오늘 뉴스에 나오는 여성펌하적, 여성의 인권이 무시된 말과 행동은 나이 50이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도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누구한데 말하기 힘들었고, 일주일을 고민한 끝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지인언니를 떠올려 문제를 해결하려 전화하였다. 그러나 휴대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지인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말과 듣고 싶지 않은 말로 겉잖은(진심없니 겉도는, 어설픈)말로 내 몸의 온도를 차갑게 하기에 충분했으며그 사람이 말하는 온도는 상처받은 영혼을 자기의 잇속과 다르다는 이유로, 친하다는 사람을 두 번 죽이기에 충분했다.


스트레스는 만 병의 근원이라는데 내가 그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지 몰랐다. 코로나로 몸은 쉬고 있다지만 마음은 쉬지 못했던 터라 더 힘들었을 것이다. 충격에서 벗어나려 무진 애를 썼지만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가슴이 뛰어 머리엔 감각이 없을 정도로 이상한 통증을 느끼길 여러번. 죽을 것 같은 아픔의 두통과 두통으로 인한 불면은 내 육체와 심장까지 흔들기에 충분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 3월.

그런데 지금은 4월인데, 그 말의 충격은 쉬 가시지 않는다. 역인게 많은 사회인인지라 그것이 더 고민이 맺지를 못하고 이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잊으리라, 다짐한다.


남들이 겪은 것을 그리 단순하게 말하지 말자. 자신이 겪은건 큰 일이고 타인이 겪은 건 경험으로 치부해서도, 결혼했으니 그깟 일이 뭐 그리 놀랄 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 말자.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위로아닌 위로를 하지 말자, 어설픈 위로로 가슴을 후벼파지 말자, 누가 되었건, 어떤 일이 있었건 간에 당사자는 그 순간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진정 나 개인 한 사람 이라도 그러지 말자.


그러함에도

나를 걱정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이리 많다는 것을 알고 다시 힘을 얻는다. 조건없는, 이유없이, 댓가성과 목적성이 아닌 사람들을 가까이 하는게 맞다.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것도 맞다. 그래야만 한다. 


2주 전 mri검사 결과에서 이상무!

검사결과를 걱정해주는 지인과 친구들....무탈하고 병명이 스트레스성 신경성 두통과 혈관 예민성이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한 달치 약봉지를 들고 왔어도, 한 달 뒤 다시 결과를 보자는 전문의 말도 모두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전문의가 환자인 나를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말들 넘 인상적이다. 한 달 전에 가슴에 징을 박듯한 말을 들어 가슴과 머리에 시퍼란 멍이 들었다면, 의사선생님의 말은 달걀로 살살 멍자리를 문질러 없애주는 듯 했고 시린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은듯 편안했다.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길래 개인 심리상담, 집단상담, 교육이나 강의를 한다고 했다.


''상담을 한다는게 그리 쉬운 일인가요.  그것도 한 사람도 아니고 아홉사람 열사람을 하루 종일 집단 상담한다는건 초집중해서 그 사람의 상처를 받아주는 총알받인데 그간 많이 힘드셨겠어요.'' 

라는 말...

이 말을 듣는데 속으로 울컥했다. 

여전히 두통이 있을테지만,여전히 목의 통증으로 잠을 잘 못 잘 테지만, 그래도 신경과 전문의가, 내 주치의가 환자에게 친절히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완화되는 느낌이 든다. 


당신이 하는 말의 온도는 몇도인가?

너무 뜨겁지 않고 차갑지 않은 온도는 몇도일까?

너무 뜨겁지도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말의 온도는  36.5도 이면 된다.

가까이 다가가기에 적당한 온도.

마음껏 안아도 되고, 곁에 나란히 있어도 춥지 않은 따뜻한 온도.

그 사람의 인격을 마음으로 몸으로 받고 줄 수 있는 최적의 온도는

36.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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