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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Apr 30. 2020

딸바보 청소하다말고 모닝일기

황금연휴 첫 날


아침 촬영있다고 나가면서
"엄마 오늘은 내 방도 청소해주세요"
"오예~~!!! 오~케이!!!"
이 말을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딸아이 방까지 청소해주는게 뭐 그리 기쁘냐고 할지 모르지만 난 날 필요로 하는 딸이 좋고 사람이 좋다.

요즘 울 딸 마음이 칙칙하고 무겁다.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걸보면 가슴이 아프다. 내가 대신 가슴않이를 해 줄 수도 없고 들어주고 지켜봐주어야만 하는게 맘 아프다.

그제 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딸이
"엄마 오늘 뭐해? 바빠?"
"오늘 오전에 신촌에 일 하나 있고, 군자에서 어떤 분 나기로 해서 집에 오면 5시?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오면 6시는 되어야겠는데..."

머리감고 나와보니 거실에 있던 아이는 어느새 자기방 2층 침대에 누워있다.
"까꿍이~!  딸!
엄마 오전 일정 급취소했는데 엄마랑 양평갈까? 엄마가 정말 뽁뽁이랑 가고싶었는데 오늘 가자. 응?"
"엄마 요한 일 아니었어?"
"아니~!  뽁뽁이가 더 중요하고 소중해♡"
"엄마 취소해도 괜찮아? 아깝지 않아?"
"전혀~!  딸이랑 데이트하고 싶었는데 이제 찬쓰가 오네. 엄마가 양평에 정말 까꿍이랑 가고 싶은 곳 있었는데 알지? 저번에 정선샘이랑 가고서 노래노래 했던 곳. 오늘 거기 어때?"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보는게 엄마다. 이래라저래라, 답을 알려주고 방법을 알려줄 필요도 없다. 그냥 나를 필요로 할 때 과감히, 재지말고 아이 곁에 있어만 주어도 된다. 묻거나 많은 걸 주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가 말을 걸면 말을 이어주면 되고, 아이가 울면 같이 감정에 따라가 주면 된다.

아주 오랜 만에 딸 아이 방청소에 신이 난다. 그 전에 아이 몰래 치운다고 치우면 꼭 혼났었다^^;;
오늘은 혼날 일 없다^^♡

오늘은
작지만 울 집 대청소하는 날!
두 달 동안 내 맘 구석구석에서 묵히고 썩도록 내 버려 두었던 곰팡이도 락스로 싹싹 제거할거다. 옥상에 볕 좋은데 널어 말려서 내 마음도 뽀송뽀송하게 할거 다.

재활용, 폐휴지 버리고, 버리는 칫솔로 세면대와 씽크대 쓱쓱 닦고 황금휴일 맞이 대청소. 상쾌한 5월을 맞이해야지. 햇볕과 공기가 따스한 진정한 5월, 가족이 생각나고 함께 할 가족이 있는 5월,  내가 태어난 사랑스러운 5월, 축하하고 축하건네줄 일이 많은 5월.
이제 다시 일어나는거야! 홧팅!

울 딸 태명은 까꿍이, 애칭은 뽁뽁이(뽀뽀해주고 싶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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