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속이야기3] 100인생 그림책

인생은 곡선여행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한 사람의 인생은 시작된다. 하루, 이틀, 그리고 열 달 동안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고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빛과 어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느끼며 시작된다. 선택하지 않은 인생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이 펼쳐진다. 아기 때는 눈을 뜨면 아침이고 눈을 감으면 밤의 하루가 모여 인생이 만들어 진다. 인생은 살아가며 사랑도 배운다. 사람들마다 태어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예측할 수 없다. 인생의 모양이 다 다르듯이 마음에 드는 인생, 바꾸고 싶은 인생이 있다. 인생에 색을 입혀도 무지개 색 인생, 무채색 인생, 파스텔 인생 등 인생은 모양과 색, 느낌, 냄새 모두가 다 다르다.


삶은 쑥쑥 커지면서 자기만의 모양이 만들어지고 자기만의 색이 선명해진다. 남과 똑같은 인생이 아닌 자기만의 독특한 인생 곡선이 생긴다. 0세에서부터 고유한 인생이 탄생하여 다양한 것을 느끼고 배우고 익히며 농익는다. 0세의 인생은 부모님의 뱃속 인생이고, 태어나는 순간부터는 오롯 견뎌내야 하는 자기만의 인생, 나의 인생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어도 없어도, 자기인생 사는 법, 공유하며 사는 인생 방법, 인생 멋지게 사는 방법 등을 듣고 알아도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인생의 길이를 짧게 선택할 수도 있고, 주어진 길이만큼 살다가 갈 수도 있다. 원하는 삶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원치 않는 삶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인생이다. 이처럼 인생을 사는 건 쉽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하고, 인생이 짧기도 하지만 길기도 하다. 그래서 ‘인생은 롤러코스터’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책에 개개인의 인생을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0세에서부터 100세 까지의 인생을 담은 그림책이 있다. 하이케 팔러 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100 인생 그림 책』은 그 연령에 있을 법한 일이나 감정, 가장 고민할 만한 이슈들이 그림과 짧은 글로 공감가는 표현이 철학적 생각을 하게 되는 그림책이다. 지금 자신의 나이를 펼쳐 볼 수 있지만 이 책은 타임머신을 타고 원하는 나이의 과거로 갈 수 있다. 내가 가장 기뻤던 나이, 가장 힘들었던 나이, 기억에 오래 남는 나이, 지금의 나이에 맞는 상황, 감성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미래 나이가 있는 그림책을 보면서 미래를 짐작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림책의 페이지가 곧 이 그림책의 나이가 대신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인생여행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시작하는 0세의 인생에서 출발하여 100세를 소개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하고 맛을 구별하게 되는 4살부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18세, 누군가를 이토록 걱정한 적이 없었을 40세, 정신 차릴 틈 없이 흘러가는 80세, 그리고 또 이어지는 인생 나이는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나이이다.

0에서 100의 숫자가 있는 페이지 중에서 과심있는 나이들을 펼쳐본다. 아직은 19세, 보름 뒤 생일을 지나면 스무 살이 되는 딸 나이가 있는 나이 ‘19’를 펼쳐보았다.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 딸, 자신이 가진 재능과 궁금한 세상의 호기심에 이젠 호~록~ 날아갈 수 있게 손 모아 있는 끝에 앉은 딸, 스스로 날아가 세상의 향기와 세상의 드넓은 초원 위를 날아다니며 꿈을 펼칠 딸의 모습이 그려지는 손바닥과 나비 그림이다. 내게 있어 소중한 딸이기에, 혼자 만 18년을 키워온 딸이기에 더더욱 자기를 알아가는 인생의 첫 걸음이 되는 19세, 곧 20세의 성년이 되는 그림을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멋지게 자기비상을 할 수 있으며 이제 자기 인생을 살아갈 나비를 손에 올려 놓고 날려 보낼, 날아갈 채비를 한다.

'32' 페이지를 펼쳤을때 깜짝 놀랐다. 그 당시 나의 마음이 아주 딱 맞아 떨어지는 글귀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사람은 그 상황에서는 가장 최악의 순간을 떠올리며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보기를 거부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택을 믿고, 선택을 합리화 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래도 가장 잘 한 선택이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또 다른 세상 밖에 발을 내딛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그건 아주 좋을 때와 아주 나쁜 때
그 두 경우 가운데쯤에서 가장 잘 자란단다."

아이를 출산하고 딸아이가 돌 되기 전에 독립된 삶을 위해 선택한 이혼. 아이와 단 둘이 사는 싱글맘 인생을 선택한 나의 서른한 살과 어쩜 이리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지. 인생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는 서른한 살의 내가 있을 법한 그림책 32세.

인생의 절반, 이제는 반환점을 돌아 원래의 나이, 태어난 나이로 돌아가야 하는 50에는 어떤 글과 그림이 있을까? 내 나이 올 해 쉰 한 살,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 쉰 살인 '50'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인생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어.
누군가 너를 끌어주고 있니?
누군가 너를 밀어주고 있니?"

나를 밀어주고, 당겨주고, 끌어주는 사람은 나의 가족이고, 나의 엄마이고, 나의 딸의 3대가 함께 하는 자리가 있는 그림이다. 내 인생의 선물이 딸이고, 딸 덕분에 살아가고, 더불어 사는 힘을 주신 엄마, 엄마와 딸과 사이에 있는 나. 나는 두 가지 큰 힘을 가지며 지금껏 버텨왔다.


'81세'에는 어떤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지, 그 나이에는 어떤 마음으로 사라왔을지 궁금하다. 한 번도 살지 않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인생의 나이에는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궁금하다. 나이를 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나이라 여든이라면, 나이를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날을 세며 하루를 이틀을 지내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99'세에는 다음 생을 위한 준비를 하는 나이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배워왔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기를 되돌아 보며 초시계의 시간만큼 의미 있는 날들을 만들 준비를 하는 게 인생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세상을 보는 눈은 키우기 위해 눈을 부릅뜬다고 더 잘 보이는 게 아니고, 눈을 감는다고 세상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내가 본 만큼, 내가 보는 만큼, 내가 보고 싶은 만큼의 세상을 본다. 세상은 경험치로 보여 지는 게 인생이다. 나이가 젊고 어리다고 해서 덜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살아온 시간과 살아 온 기간과 살아갈 동안의 어느 한 곳에 머물러 보이는 게 아니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과 향기로 그 나름의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을 길이로 ‘행복하다, 불행하다’할 수는 없지만 인생을 여행으로 멀리 깊이 간다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앞으로의 삶, 주어진 삶에 대한 나의 인생곡선을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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