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가지고 오는 사람을 우리는 ‘행운아’라고 말한다.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순서를 정해놓은 것처럼 술술 착착 풀려서 의도하지 않은 즐거운 일들을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작은 것을 보고도 놓치지 않고 “와우~ 끝내주는 데?”, “어쩜, 내게 이런 일이. 정말 다행이야.”라며 기뻐하는 모습에서도 스스로 행운의 연속이다.
#1. 행운을 찾아서
가끔 순한 바람이 불곤 합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가야 할 때지요.
난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행운아 쩡!’
이라고 자칭한다. 내게 있었던 행운은 셀 수 없이 많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난 남편과 첫 연애, 첫 남자, 변함없는 남편과 9년이라는 장기간 연애 후 첫사랑과 결혼한 행운아. 예쁜 딸을 낳고 싶었는데 나랑 꼭 닮은 아이를 낳았다. 이혼 후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다 의정부에서 5년을 살던 첫 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해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독서치료’가 개설되어 수강 후 심화과정 까지 개설되어 연이어 들을 수 있었다. 평택대학교 대학원에 독서치료를 배울 수 있다고 하여 바로 입학하여 석사과정에서 독서치료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특수상담학과 독서치료 전공 2기생이라 그 당시 독서치료에 조예가 깊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교수님과 선생님들을 만나 전수받듯 핵심적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행운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서치료로 상담이라는 것을 처음 배우면서 내가 이혼 후 겪은 우울감과 죄책감, 바닥까지 칠 정도로 떨어진 자존감과 수치심을 수련하는 상담공부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다. 우연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운명 같은 행운을 주었다. 이 공부를 하면서 사랑스런 딸을 진심 사랑스러운 존재로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친구 같은 딸과의 관계가 되었다. 어린 딸의 한글도 자연스럽게 그림책으로 떼면서 그림책과의 인연이 17년간 이어지고 있는 것도 내겐 큰 행운이다.
그림책과의 인연이 정말이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게 가장 큰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그림책으로 상담하고 강의하는 일을 배울 수 있었던 대학원 공부, 그리고 이어진 상담심리 박사공부 하면서 사람의 내면을 더 깊이 보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이혼이 내 인생 최대 결점처럼 느껴지고 아이에게 큰 죄책감으로 다가와 힘들었던 나를 지탱해주고 강한 지지의 원동력이자 최고의 힘이 되었다. 이혼여성에 대한 이혼결정과정에 대한 질적연구를 위해 재혼하지 않은 4~50대 여성이자 출산 후 자녀 양육을 하고 있는 대상을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용기도 내겐 행운을 가진 것이다. 이 공부를 하면서 위로 받고 이 분들께 남녀이해, 마음 이해가 되는 그림책을 중간 중간 선물하면서도 같은 길을 함께 걷도 있는 여성으로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힘을 낼 수 있었다. 석사과정 중 그림책으로 상담했던 사례를 엮어 10년 전에 책을 출간하는 것도 행운이었고, 그 해 겨울 10년 넘도록 연락을 끊었던 초등동창들과 재회하는 행운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림책은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행운을 주었는데, 지금 하는 일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내게 용기를 주어 몇 년 전에 개인사업자, 연구소를 차리기, 과정 만들어 진행하기 등등을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받은 것도 내겐 행운이자 축복이다. 내가 사업을 하다니.... 한 번도 나는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못했고, 사업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림책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옛날의 내가 아닌 한 뼘 더 성장하고 튼튼한 마음을 지니게 해 준 것도 그림책과의 인연이다.
반면에, ‘왜 이렇게 하는 것 마다 안 돼지?’, ‘내 사주는 대체 왜 이렇게 꼬인 거야!’라며 스스로를 ‘불운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마다 노력보다 고생이 많은 사람도 있고, 결실보다 손실이 많은 사람도 있다. 물론 나도 때론 원하는 것을 얻기보다 잃었던 경우도 있었기에 가끔은 나의 불운을 불행과 연결하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던 때도 있었다. 연이어 이어지는 부정적 행운이 멀어지고 긍정적 행운이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린 때도 과거에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리 불행이 찾아오는 걸까...’ 하며 속도 상하고 맘도 상해하면서 하루하루를 이어간 적도 많았다. 아침 해가 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2. 행운을 찾아서
가끔 반대로 바람이 불곤합니다. 그럴때면 지나치게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되지요.
사실, 나도 올 해 초반에 불운씨가 찾아온 것 같아 심히 우울하고 무기력했었다. 행복하지 않은 날들이 이어져 코로나를 무지 원망했었다. 그림책관련 일을 시작해서 작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올라가고 있었고 그림책심리지도사 대기자가 열 명씩 이어지면서 다달이 강의를 개설하고도 벅차서 사업이 승승장구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다 갑자기 올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직접 사람을 만나는 전적인 대면 상담과 대면 교육을 해야 내겐 최악의 불행이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전 세계를 강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 터져서 3~5월 달은 사전에 예약된 그림책 과정 교육 외에는 공기관(도서관, 교육청 관련 기타 등등)의 강의는 전면 중지. 모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고,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두어 외출 자체를 자제와 권고하던 때라 더더욱 아무 거도 못하고 칩거만 했었다. 몇 달 동안 그림책 개인 수업 외에는 작년부터 섭외된 강의 일정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백지로 이어져 스케줄러에 아무것도, 흔적만 지워야 했던 그 불행했던 시절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말 한 달 만 참으면, 조금만 더 견디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잠 못 이루거나 며칠씩 꼼짝 않고 잠만 자기를 반복하면서 몸과 마음이 황폐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불운이 나에게만 온 게 아니라는 공범적 안도감과 새롭게 도전해야하는 당면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기계치가 기계와 친해지는 연습을 하고, 대면강의에서 비대면 강의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러 다니면서 오랜만에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배움의 길을 열고 있다. 기계와 친해지기를 하다 보니 어떤 때는 감정이 말라가는 건 아닐까 염려하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연속과 비연속을 번갈아가는 융통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행운과 행복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그 거리는 어느 정도 될까? 행복과 불행은 정말 동전의 양면과 같을까? 이런 생각들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는데,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 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 <행운을 찾아서>가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또 지금 코로나 시대에 있는 우리들의 마음자세가 잘 표현된 그림책이라 눈길을 사로잡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생각과 다른 마음이 곧 다른 運을 가지고 온다는 사실이 어쩜 그림책에 이렇게 잘 표현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정말 어른이 보면 확실하게 전달되는 그림책이다.
행운씨와 불운씨 사이에는 우리의 속마음이 겉으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깊숙이 들어나고 원하는 대로 나타난다. 작은 행복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관찰과 관심이 곧 행운을 부르는 것이고, 작은 씨앗의 불안과 불편함을 불운하게 여기지 않고 조바심과 조급함을 버리면 오던 불운도 행운으로 바뀌지 않을까? 지금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바꾸고 멀리 보면 좋겠다. 행운과 행복사이에는 내 마음의 움직임이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 변덕스런 마음의 중심을 잘 잡으면 행복이 눈 앞에 있다는 것도 볼 수 있겠지. 난 그리 믿는다. 또 믿는 만큼 보이기도 하고, 보이면 잡히기도 쉬운 법. 행운과 행운 사이에는 불운이 아니라 행보기 있다.
저는 오늘 행운과 행복 사이를 손잡고 걷는 중입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행운과 행복 사이를 걸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