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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Feb 25. 2022

엄마 마음? 아이 마음!

그림책육아 세번째 - 줄무늬가 생겼어요


무엇을 결정할 때 부모의 교육과 훈육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지 않으면 아이 마음 문을 닫게 됩니다.

오늘은 엄마 마음이 중요한지, 아이 마음이 중요한지에 대해 <줄무늬가 생겼어요> 그림책 육아로 다룬 그림책심리상담했던 사례입니다. (15년 전의 사례이고, 주인공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외동딸인 지은이가 말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상담을 의뢰한 분이 있었다. 중학생 아이들의 경우 상담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도통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 또는 “모겠는데요? 네, 아니요, 글쎄요.” 등으로만 대답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초등학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말수가 적었다.     


지은이는 평소 말이 없는 편이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고스란히 전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지은이는 학교생활이 즐겁다고만 할 뿐 으 이상 말이 없었다. 지은이는 원래부터 말이 없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점점 말이 없어지더니 초등학교 들어서면서부터 말수가 더욱 줄어든 것이었다. 지은이 엄마는 무슨 병이 생긴 건 아닌지,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건 아닌지 답답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화할 상대가 없거나, 있어도 대화의 수준에 큰 차이가 다를 경우, 대화할 분위기가 아닐 경우, 대화가 일방적이거나 끊기는 경우 등 다양하다. 나는 지은이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탐색에 들어갔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쁜 아빠는 지은이를 무척 예뻐하긴 하지만 주말이면 낮잠을 자거나 골프 모임에 갔다. 간혹 일찍 귀가하는 날에는 동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지은이가 따라가더라도 또래 친구들은 옆에 없이 지은이 혼자였다. 그 외에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없었다. 지은이 엄마는 말이 약간 빠른 듯하고 여성스럽고 교양 있어 보였다. 엄마는 지은이가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명확한 선을 그어놓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그 선을 넘을 경우 호되게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갑자기 차가운 냉소적이고 차가운 철판을 바닥에 내려치는 듯한 음성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에 지은이는 놀라서 움찔 뒷걸음쳤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감당하기에 벅찬 상황이었다. 물론 어른인 내가 봐도 내가 지은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무서웠다.     


지은이를 두 번 정도 만날 때까지 우리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세 번째 만났을 때는 그나마 가끔 얼굴을 보면서 상담할 수 있었다.

“지은! 선생님 눈이 어디 갔나? 선생님 좀 봐줄래?”

“왜요?”

“그냥, 지은이 콧구멍은 있는지, 혹시 수염이 났는지 잘 모르겠어서.”

“큭, 수염 같은 건 없어요.”

“우, 우리 지은이 웃었네!”

“뭐가요?”

“그전까지 지은이는 선생님이 뭘 물으면 고개로 대답했잖아. 끄덕이거나 도리도리, 그런데 좀 전에는 웃었거든. 웃는 모습 보니까 정말 좋은데? 선생님이 막 신이 나는걸?”

“제가 웃는데 왜 선생님이 신나요?”

“신나지! 지은이가 교실에서 친구들한테 재미난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들이 안 웃어봐. 지은이가 친구들 앞에서 기분이 어떻겠어? 웃으라고 하는 얘기하는데 썰렁하면, 선생님도 마찬가지야. 선생님이 이야기하는데 지은이가 웃으니까 ‘내가 좋아서 웃나?’ 그런 생각이 들어 즐겁고 신나지.”

“우리 엄마는 안 그러는데.”

“지은이 엄마는 안 그런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니에요, 아무것도.”

“지은아, 선생님이 무서워?”

“아니요.”

“그런데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선생님을 무서운 도깨비로 아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선생님은 왜 맨날 웃어요?”

“…….”

“우리 엄마는 안 웃는데 ……. 우리 엄마는 …….

“우리 엄마는 ……?”

“우리 엄마는 내가 예쁜 행동을 할 때만 좋아해요.”

“어떤 행동이 예쁜 걸까?”

“선생님, 오늘 일찍 가면 안 돼요? 저 오늘 숙제 많은데.”     


다음 주에 지은이는 처음으로 바지를 입고 왔다. 지금까지 줄곧 치마만 입고 왔던 지은인지라 더욱 관심이 갔다. 또한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 놓칠 수 없었다.

“와! 지은아, 바지 입었네? 예쁘다.”

“엄마는 안 예쁘대요.”

“엄마 말고 지은이 생각은 어떤데?”

“엄마는 바지 싫어해요.”

“지은이는?”

“전 좋아해요.”

“좋아하는 거 입으면 되잖아. 그게 힘들까?”

“엄마는 여자가 바지 입으면 안 된대요. 치마 입어야 한 대요.”

“지은이는 바지 입고 싶을 때 엄마가 치마 입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데?”

“엄마가 입으라고 하는 거 입어요.”

“그런데 오늘은 바지를 입었네?”

“엄마 봤죠? 안 웃고 있잖아요. 제가 바지 입으면 엄마는 막 화내요. 웃지도 않고.”

“엄마가 웃지 않고 있으면 지은이는 어떤데? 무서운가?”

“엄마가 웃으면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잘 안 웃어요.”

“지은이는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지은이는 좋아하는 게 뭘까?”

“없어요.”

“좋아하는 게 없구나. 그럼 싫어하는 건 뭘까?”

“없어요.”     


열 번 상담하기로 했는데 진척이 없었다. 말이 조금 나오는가 싶으면 또 들어가고, 대화가 되는가 싶다가도 또 제자리여서 난감했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단서를 잡고 싶었는데, 엄마가 바지를 싫어한다는 것으로 끝났다. 어느 날은 기분이 좋은가 싶어서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했지만 그럴수록 지은이와의 대화는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것 역시 그림책! 말을 잘 하지 않으려 드는 아이일수록, 그래서 어느 정도 감은 오지만 확실히 알고 싶을 때 그림책이 요긴하다. 지은이가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아 고민하던 중, 마지막으로 바지 입고 온 때를 다시 짚어보기로 했다.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주인공, 주변 사람들 눈치 보느라 고생한 주인공이 떠올랐다.     

<줄무늬가 생겼어요> 데이빗 섀논 글, 조세현 옮김. 비룡소

친구들은 맛이 없다며 아욱 콩을 싫어했지만 카밀라는 아욱 콩을 너무 좋아했다. 아욱 콩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했지만 아욱 콩을 싫어하는 친구들한테 말하면 놀릴까 봐 고민이었다. 이것 말고도 어떻게 옷을 입어야 친구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서 매일 고민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갈아입는 옷, 아이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고민하느라 학교 가는 준비 시간이 길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될까?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될까?로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주변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나 먹고 싶은 아욱 콩을 먹지 못한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카밀라의 모습이 바뀌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하면 말하는 그대로 변했고, 누군가 노래를 부르면 노래 가사처럼 변했다. 급기야 카밀라는 뉴스에 나오게 되었고, 카밀라 부모님은 걱정한 나머지 병이 났다. 카밀라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최종적으로 왔다간 사람이 말한대로 카밀라는 방처럼 변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할머니가 카밀라에게 아욱 콩을 건넸다. 너무나 좋아 하는 아욱 콩이었지만 처음에는 아욱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안 먹겠다고 버텼다. 그냥 지나가려는 할머니 뒷모습을 보고 카밀라는 아주 어렵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했다. “아욱 콩 먹고 싶어요.” 할머니가 주는 아욱 콩을 먹자마자 카밀라는 마술이 풀린 것처럼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 후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먹고 싶은 아욱 콩을 마음껏 먹었고, 주변의 시선에 고민하지 않는 카밀라가 되었다.     


나는 지은이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지은이는 아욱 콩 그림을 한참 바라보았고, 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한 카밀라를 신기하게 보았다. 지은이에게 뭔가 심경의 변화가 온 것 같았다. 나는 지은이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뭔가 조그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분명 지은이가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이지 개미 소리만큼 작아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어렵게 마음을 연 지은이가 도망갈까봐 조심스럽게 귀를 열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난 태권도가 좋은데 …….”

“무얼 좋아한다고 한 것 같은데, 선생님 귀가 작아서 그런지 잘 못 들었어. 뭐라고 했더라?”

“난 태권도가 좋은데, 태권도 하고 싶은데 …….”

“아! 지은이는 태권도가 좋구나!”

“난 태권도 하고 싶은데 무서워요.”

“태권도가 무섭구나?”

“…….”

“다칠까 봐 무서운 거? 아니면?”

“엄마가…….”

“엄마가 무서워?”

“응, 엄마가 무서워. 우리 엄마는 피아노만 치래.”

“지은이는 엄마한테 태권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봤니?”

“아니, 아니요. 우리 엄마는 치마 입는 거 좋아하고 피아노 치는 거 좋아해요. 저번에 엄마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내가 피아노 쳤더니 박수치고 좋아했어요.”

“그랬구나. 엄마, 엄마 친구들은 지은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했구나. 그런데 지은이는 어땠어?”

“피아노 치는 것보다 태권도 배우고 싶어요.” 

    

지은이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다. 유치원 다닐 때 체육 선생님이 훌라후프도 가르쳐주고 뜀틀도 가르쳐주셨는데 너무 즐거웠다. 어느 날 선생님은 하얀색 태권도 옷을 입고 발차기를 가르쳐 주었다. 너무 멋있었고 정말 배우고 싶었다. 땀 흘리고 친구들과 뛰면서 움직일 때가 즐겁고 좋았다. 다른 친구들은 힘들다고 헉헉거렸지만 지은이는 체육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이 좋아서 ’언제 체육 선생님 오시나.‘하고 손가락을 꼽을 만큼 기다렸다.     


지은이는 엄마한테 태권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여자애가 무슨 태권도를 한다고 그러니? 지금은 아직 어리니까 위험한 거 하지 말고 피아노만 열심히 쳐. 피아노 쳐야 중학교 가서 실기점수 잘 받는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지은이가 떼쓰고 우니까 엄마는 “초등학교 들어가면 태권도 학원에 다니게 해줄게. 울지마.”라고 했다. 지은이는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더 이상 조르지 않았다. 분명 엄마가 보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래서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짓말쟁이였다! 피아노 열심히 치고 울지 않으면 초등학교 들어가서 태권도 보내준다고 약속했는데, 지은이가 태권도 이야기만 꺼내면 야단치면서 방에 들어가라고 했다. 학교 친구들은 피아노만 배우지 않았다. 지은이가 그토록 배우고 싶어 하는 태권도를 배우는 친구들도 많았다. 태권도는 남자아이들만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지은이와 가장 친한 혜진이도 배우고 있었고, 함께 유치원 다녔던 여자아이들도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지은이의 마음을 몰라주었다. 지은이가 말하려고 하면 엄마는 엄마 필요한 말만 한 뒤 공부하라고 했다. 숙제도 다 했고 책가방도 다 챙겼다. 엄마 기분 좋게, 엄마가 하라고 한 거 다 한 다음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만 하면, 엄마는 전화기를 붙들고 손 사레를 치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지은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엄마는 전화기를 사랑하고 엄마 친구들만 사랑한다. 난 필요 없는 아이다.’ 이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니까 더 이상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엄마는 “씻어라. 간식 먹어라.”라는 말만 했다. 삼촌이 입학선물로 사준 문구 세트에 들어 있던 귀여운 지우개를 짝꿍이 가지고 가서 울면서 집에 온 것도 몰라주는 엄마. 속상해서 말하고 싶지만 엄마는 항상 바쁘다. 엄마는 늘 전화기로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친구 집에 가서 한참을 있다가 온다. “피아노 학원 갔다 왔니?” “학습지 선생님 오실 시간이다. 지우개, 연필 준비하고 기다려야지.” 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밖에 할 게 없나? 난 할 말이 많은데, 그래서 엄마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은데, 그런데 엄마는 지은이가 미운가 봐. 맨날 씻고 공부만 하래.     


지은이와 물꼬를 트게 한 그림책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지은이와 눈 마주치는 것도 힘들었고, “예, 아니오.”라는 대답만 하는 지은이의 마음을 읽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가슴에 비밀을 꼭꼭 숨겨두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작은 가슴에 저토록 큰 비밀을 깊이 숨겨놓고는 이불까지 덮어 아무도 모르게 꼭꼭 싸매고 있다니 말이다. 같이 사는 부모님도 모르게 꼭꼭 숨겨놓는 비밀의 기술.     


더 신기한 건, 그렇게 깊숙이 숨겨놓은 비밀이 물꼬를 한번 트기만 하면 언제 숨겼는지 모르게 졸졸졸 계곡물처럼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자신이 쌓아두었던 조약돌을 스스로 하나씩 치우고 다듬기도 한다. 지은이가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른이라는 존재가 자기 뜻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까? 어른들은 물건 사고팔 듯이 아이들의 마음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입장이 아닌, 아이 입장에서 필요한 것 말이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아이들이 어느 순간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이유를 잘 살펴보면 분명 원인이 발견된다. 꼭 상담실에 오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아이의 말수가 줄었다면 아주 최근의 일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빠르다. 물론 그전의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쌓여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최근의 일을 먼저 점검하고, 그 일에 대해 차분하게 아이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전달되도록 말을 건네보자. 아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속 시원하게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 바로 말을 접어버리지 말고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변하지 않는다며 벌컥 화를 내거나 금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은 마음에 더 강한 빗장을 걸게 된다.  

   

여자아이, 남자아이들이 하는 운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니까 이래야 하고 남자니까 저래야 한다는 생각은 잊어야 한다. 어른들의 편협한 사고가 아이들의 사고까지 막아버린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 소꿉 놀이할 때를 기억해보자. 성별 구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을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지 않았는지. 아빠 역할 한다고 해서 그 애가 바로 아빠가 되는 게 아니고, 아기 역할을 한다고 해서 바로 아기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지금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단지 성별로 구분하는 건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를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만들어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는 어릴 적 경험이 소중하다.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훗산 생소한 것을 시작할 때 거부감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미리 겁먹고 아이들을 대하지 말고, 어릴 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안겨주자. 그냥 있는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하는 적극성과 책임감이 생긴다.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위배되는 것까지 모두 허용하라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우리 어른들이 생각해야겠지만, 작은 울타리에서 키우기보다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고 멋지게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은

제가 2010년에 쓴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 책이 2020년 계약만료로 절판되었습니다. 책 내용을 목차별로 원고 수정 및 재작성하여 쓴 글입니다.

2월부터 1주일에 책의 한 꼭지씩을 올리고 있어요. 아이를 육아하고 계시는 양육자 분들외에 개인 및 집단상담을 하시는 분들의 현장 상담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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