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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30. 2022

산만한 내 아이 어쩌면 좋죠?

그림책 육아상담 <너도 보이니?>

한글 읽기가 늦거나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산만하다'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관심있는 곳,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하지 말라고 해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오랜 시간 머뭅니다. 정말 내 아이만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달리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까요? 내 아이가 문제인걸까요? 다른 요인들은 찾아 보셨을까요?


오늘은 한 곳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다는 소리를 듣는 아이를 만나 <너도 보이니?> 로 그림책심리상담했던 사례입니다. (15년 전의 사례이고, 주인공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최대 집중시간은 얼마나 될까? 주변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가 심해서 콕 짚어 몇 분이라고 말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취학 아동들은 20분 간격으로 프로그램을 바꿔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반면 초등학교 수업 시간은 40분,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 수업 단위로 수업이 체인지 된다. 그렇다면 대학교는 어떤가? 2시간 내지 3시간 수업한다. 이렇게 정해진 수업 시간은 정말 아이들 집중을 최대로 높일 수 있기에 정해진 걸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보통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내외라고 한다. 어떤 유아 교육교재에는 아이 연령에 1을 더한 수가 그 아이의 집중시간이라고 한다. 만약 지금 아이의 연령이 다섯 살이면 그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6분 정도인 셈이다. 열 살이면 11분 정도가 된다는 이야기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이 번잡스럽고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 나름의 집중시간은 숫자로, 시간으로 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을 곧잘 듣는다.

“우리 애는 너무 산만해요. 자리에 앉아 있질 못해요. 엉덩이가 왜 그리 가벼운지, 앉아 있는가 하면 어느새 돌아다녀요. 내 아이를 보면 걱정이 많아져요. 애가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이러다 내가 담임선생님 호출을 받는 건 아닌지…‥. 우리 애 어떡하면 좋죠?”


위의 내용처럼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산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다. 물론 아주 가끔은 집중력이 뛰어나서 누가 아무리 불러도 모른 채 자기 관심사에 몰두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의 엄마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다른 엄마들에게 교육지침도 알려주는 모범답안 엄마로 인식된다. 산만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조용할 날 없다는 아이의 엄마는 늘 주눅 들어 있다. 그렇다 보니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기 바쁘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는 나 또한 상담사 이전에 주부, 학부모다 보니 때론 귀가 팔랑거린다. 나 역시 좋다는 곳을 둘러보며 다리품을 팔거나 인터넷을 뒤지며 시간품을 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흔히들 좋다고 하는 방법들이 모두 한결같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내 아이한테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동안 잘 몰라서 사용하지 못한 방법이 있다면 응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 더 좋은 방법은 아이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그 성격에 맞게 지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아이가 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 중에 “집중력 키워주는 책도 있나요?”이 있다. 집중력을 키워주는 책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단지 아이가 관심 대상을 바로 알고 거기에 취미를 붙이면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키워진다. 



어느 날엔가 지인이 운영하는 상담소에 놀러 갔다. 소파에서 한 남자아이와 엄마가 씨름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를 감당하지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다. 엄마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남자아이의 누나가 상담실에서 심리검사를 받는 중이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지루했는지 남자아이는 이 소파에서 저 소파로 징검다리 건너듯 옮겨가는 놀이를 했다. 조금 후에는 소파 방석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러다 그것도 싫증이 났는지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다. 엄마는 안 된다고 타이르면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는 상담소 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더니 급기야는 혼자 나가겠다고 울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그 아이 오래 참았다.     


네 살이나 됐을까? 40여 분 동안 누나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 아이에게는 고통이자 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엄마는 갈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딸아이 상담이 끝날 때가 된 것 같아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상담소 안에 있는 책꽂이를 둘러보았다. 이 남자아이에게 맞을만한 책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너도 보이니?⌟ 월터 윅 글, 사진. 이현정 옮김. 달리

이 책은 숨은그림찾기라고 보면 된다. 퍼즐 맞추기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제목이 있고 그 소제목에 맞는 사진 속에는 맞춰야 할 퍼즐조각 낱말, 예를 들어 단추, 목공인형, 구슬, 미니 장난감, 실, 과자, 나무 조각 등 다양한 찾아야 할 낱말이 있다. 색과 모양, 재질도 각기 다르다. 제목과 어울리는 것을 숨은 그림 찾는 그림책이다. 넘길 때마다 주제가 달라서 시가나 가는 줄 모르고 책만 들여다보게 된다. 나도 가끔 머리 식힐 때 이 책을 보며 기분전환을 한다. 책에는 찾아야 할 단어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예를 들면 끈 풀린 신발 한 켤레, 바퀴 달린 수탉 한 마리, 언덕을 오르는 트럭 한 대. 은칩 하트 두 개 등이다. 한글을 아는 아이라면 본인이 읽어가며 찾는 재미가 쏠쏠하고, 한글을 모르는 아이라면 부모와 함께하는 게임 그림책으로 적합하다. 아이가 뜻을 모를 경우 엄마가 아이에게 사물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어 좋다.    

 

남자아이의 몸이 뒤틀리고 급기야 한계에 도달했을 때, 나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얘! 게임 좋아하니?”

“응!”

“선생님도 게임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지금 여기에 놀러 왔다가 즐거운 게임 하나 찾았거든. 같이 해볼래?”

남자아이는 엄마 눈치를 살짝 보더니 이내 내 앞에 앉았다.

“장난감 아니잖아!”

아이는 갑자기 돌아 서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찾아야 할 목록을 읽으며 하나씩 찾아 나갔다. 나는 찾을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고, 오른손을 올렸다 내리면서 “이자!”를 외쳤다. 아이는 처음에는 눈여겨보지 않더니 이내 다시 내 옆에 앉았다. 나는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일부러 들으라는 듯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캥거루 한 마리는 찾았는데, 또 한 마리는 어디 있지? 두 마리 찾아야 하는데?”

남자아이는 한참 동안 그림책 그 페이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요. 여기 캥거루 있어요.”

그러면서 내 소매 옷가지를 잡아끌었다.

“정말이네? 이야! 너 정말 멋지다. 선생님은 한참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려던 참인데, 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찾았네. 다음엔 흔들의자 한 개 찾아야지.”

“나도 하고 싶다…‥!”    

 

아이가 한참을 조용히 집중하며 놀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 엄마는 신기해했다.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놀아줄 방법도 몰랐던 데다, 아이가 이렇게 집중력 있게 퍼즐을 맞추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누나는 차분하고 조용한 데 반해 남동생인 이 아이는 천방지축이라 한시도 가만있지 못한다고 했다. 큰애는 너무 말이 없고 친구들과 못 어울리는 것 같아서 걱정인데, 동생은 오히려 너무 사고뭉치라 걱정이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산만한 아이 집중력 키우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나라고 해서 특별한 방법은 없다. 다만 나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흥미가 무엇인지, 평소 무엇에 관심을 보이고 그에 대해 어떻게 생동하는지를 관찰하고 알고자 노력한다. 상담할 때도 마찬가지다. 담임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이의 문제점을 말할때에도 온전히 그 말에 기대어 동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먼저 아이의 진정성을 발견해내고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낸 뒤 본격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물론 상담이 길어지는 단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당사자가 마음을 을 열기도 전에 의뢰한 사람이 주문대로 진행하면 여러 가지 오류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내가 상각하는 상답 방법과는 너무나 달라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부터 찬찬히 한다.     


이 남자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아이의 집중력을 키우기보다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 잘 관찰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보통 남자 아이들은 책보다는 게임, 레고, 장난감, 놀이터 등을 좋아한다. 남자아이가 이것들을 즐겨할 때 시가나 체크를 한다든지 노는 방식을 점검하면 아이의 집중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혼자 노는 편인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편인지도 알아야 한다. 또래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경쟁심이 강한 아이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이용한 놀이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스킨십을 이용해 라포를 형성한 뒤 차근차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엄마를 통해 아이의 관심 사항을 전해 듣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아이와 소통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많다. 나의 진심 어린 상담으로 인해 아이 마음이 움직이면, 아이는 엄마한테 말하지 못했던 의외의 것을 나에게 고백하기도 한다. 그것을 곧바로 놀이에 활용하면 아이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는 셈이다.


다시 남자아이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엄마는 아이가 산만하고 남을 귀찮게 한다고 했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아이는 내성적이면서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아이다. 누군가를 귀찮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놀 만한 재료들이 덜 제공되었을 때다. 내가 보기에 이 남자아이는 재료만 주어진다면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고 궁리하며 연구할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속단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이 아동을 이렇게 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는 낯선 상대가 하는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은 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이 발동했고, 타인과 조합해서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였다. 만약 엄마가 걱정하는 것만큼 산만한 아이였다면 벌써 다른 곳을 갔거나 엄마를 졸라 나가버렸을 것이다.


아이의 한 가지 행동만을 크게 확대로 키워 보듯 그 돋보기로 다른 부분도 샅샅이 살피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우리 주부들, 특히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사소한 것에 목숨 걸듯 집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때로는 그냥 지켜봐 주며 좀 더 세심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 아이의 숨은 재능을 키워주기를 바란다. 어른 역시 싫어하는 일은 좋은 기분으로 하지 않는 것처럼.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동기부여도 되고 취미로도 연결되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조금만 더 관심을 보이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다면 없던 집중력도 생기고 없던 진지함도 생긴다.     


참,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아이에게 “안 하면 안 돼, 반드시 해라.”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그 일에 흥미롭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앞서 제시한 ⌜너도 보이니?⌟ 그림책을 보여주며 “우리 같이 하자!”라고 다가갔다면 어땠을까? 어떠면 내가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라고 해서 무조건 같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같이 시작해도 좋지만, 아이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아이가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조금은 과정된 말을 시도해보자. 엄마가 무언가에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면 딴짓하던 아이도 슬금슬금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런 작은 행동들을 놓치지 말고 냉큼 받아 함께 시작하면 된다.      


기회를 만들었다면 그걸 바로 아이에게 적용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열린 가슴이 필요하다. 또한 한 번의 시도로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인내가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른이지 않은가. 아이들이 쉽게 지루해하고 짜증 내더라도 우리는 아이들보다 한 걸음 더 물러나서 봐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제가 2010년에 쓴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 책이 2020년 계약만료로 절판되었습니다. 책 내용을 목차별로 원고 수정 및 재작성하여 쓴 글입니다.

2월부터 1주일에 책의 한 꼭지씩을 올리고 있어요. 아이를 육아하고 계시는 양육자 분들, 상담현장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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