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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Feb 05. 2019

설날을 기다리는 철없은 어른

어른도 새뱃돈 받는다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주시는 새뱃돈을 받았다. 결혼하고서 나서도 이혼하고 나서도 지금까지도 부모님이 주시는 새뱃돈을 받고 있다.

올 해 여든 네살 되신 아빠,여든 세살 되신 엄마가 쉰 살 된 딸에게 새뱃돈을 주신다.(이 나이 먹었어도 부모님을 아빠, 엄마라 부른다. 난 이 호칭이 좋다^^)

이 나이에도 난 부모님이 주시는 새뱃돈을 받는다.

우리 집은 자식들이 부모님께 용돈드리고,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키우든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 형제들은 여전히 부모님 자식이라며 용돈을 주신다.

큰 오빠를 시작으로 작은 오빠와 새언니들, 나와 여동생, 그리고 부모님의 손주 8명 까지  모두 다 받는다. 그리고 형제들은 동그랗게 앉아 서로에게 덕담하며 형제들끼리 새배를 한다. 형제 새뱃돈은 없다^^

삼대째 받는 새뱃돈.

설날을 기다리는 철없는 어른.


엄마는 5명의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인 손주들 새뱃돈을 은행에서 빳빳한 신권으로 준비해서 봉투에 담아주신다. 그리고 그냥 주신 법이 없다. 꼭 봉투에 이름 쓰고 짧지만 몇 마디 덕담을 한 글자 한 글자 꼭 꼭 적어주신다. 내 딸 에게 쓴 ''화이띵''  이라는 글자에 눈물샘 자극하며 크게 웃는다. 그런데 눈물이 막 난다. 우리 엄마 83살이신데도 신세대!!!♡


 ''따랑해요. 엄마~.  아빠~♡''


아빠는 나 어릴 작부터 지금까지 이러신다.

'' 당신도 새뱃돈 받고 싶으면 내게 절 해~ 내가 임자 새뱃돈은 애들 준거 합친 것 보다 더 줄테니. 어서 해 봐~''  오늘도 들었다. 우리들이 엄마를 부추겨도 엄마는 절대로 아빠한테 인사는 해도 절은 안 한다고 하시며 만둣국을 내신다고 후닥 일어나신다.

우리 집 설날 풍경은 재밌다.


오늘우 윷놀이는 못 하고 헤어졌다. 설날 다음 연휴가 짧아 장모님댁에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 과일이며 선물세트 형제들끼리 간단하게 나누고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인사로 헤어진다.


며칠 전 83살 되신 울 엄마가 ''올 내 생일은 아주 기쁨 천지구나. 큰 딸 은정이가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박사가 되어서 큰 생일선물을 주고, 작은 아들 ㅇㅇ이가 무사귀환해서 어른되어 오고, 큰 아들 막내가 대학에 합격했으니 이 보다 더 큰 선물이 있니!''라고 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울 엄마의 모습.


엄마 생신인 일요일 주말을 끼고 부모님은 여동생과 함께 일본여행을 다녀오셨다. ''은정이 빽! 하나 살까 했는데 못 고르겠더라''며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라며 새뱃돈을 두둑히 주셨다.


난 부자다!

행복부자, 부모님과 독수리 5형제, 그리고 독수리 5형제의 아이들까지 모두 있어 난 행복한 부자다!


갑자기 그림책 한 권이 떠오른다.

오사다 히로시가 글쓰고 이세 히데코가 그린 <아이는 웃는다>.

태어난 순간의 웃음과 울음, 슬픔을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을 보면서 설날 오후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품는 지. 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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