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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03. 2019

어른DO읽는그림책 7 도착, 그리고 가버나움

그림책 숀 탠 <도착>도 함께 보기

[가 버 나 움 ]

       

고속도로를 달리다 라디오를 통해 들은 영화소개가 인상적이었다.

- 제 71회 칸영화제에서 가장 긴 기립박수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는 영화.

- 실제로 레바논에서 빈민생활을 하고 있던 아이가 길거리 캐스팅 되었다는 영화.

- 여성 아랍감독 최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

영화소개만 인상적인 게 아니라 보고난 소감도 마찬가지로 내겐 인상적이다.   

 

종교적 지명을 상징하는 가버나움보다는, 프랑스 문학에서의 가버나움으로 보고싶다. 카오스, 즉 혼돈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 포스팅 하고 싶다.     


2월 27일 영화를 본 뒤의 감정을 묻는다면, ‘답답함과 화남’이었다. 그리고 ‘먹먹함’.

진정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기 위해 고발하는 레바논 출생의 아이에 대한 연민과 화남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뼈저린 고통으로 깡다구만 남은 아이의 고발을 통해 이 시대의 삶의 아픔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땅히 받아야 할 부모님의 사랑은 어디가고 생계를 책임지고 동생들을 책임져야하는 어른 아이가 100개는 숨어있는 어린 아이 자인. 부모님, 사랑, 가족, 애착, 융의 심리학적으로 보는 모성적 본능을 상징하는 놀이기구의 모습과 요나스 아기 돌보기의 모습들을 통해 심리적 접근으로 볼 수도 있고, 신앙적으로 볼 수도 있는 영화는 생각할 꺼리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작년 우리나라 제주도에 난민을 받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암묵적이고 심리적인 투표의 모습들도 떠올라 더욱 화가 났다. 그 나라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닌 자국민을 버려야 하는 심정과 버려져 타국에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버려지지 않고 내쳐지지 않으려는 삶의 사투를 영화 내내 보았다. 그것도 어린 12살 소년의 눈으로 말이다.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은 참으로 참혹한 현실이다. 인정하고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한 동안 자리에 일어서지 못했다. 영화를 볼 때 살짝 흘리던 눈물이 왜 영화를 보고서 한참 동안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지 그래서 더더욱 일어나지 못했다. 자인의 얼굴. 사망신고서가 아니라 출생증명서를 위한 사진이라는 말에 비로소 환하게 웃는 자인. 자인의 웃는 모습은 내 기억이 맞다면 딱 2번 웃은 것 같다. 라힐 집에서 케잌에 초 하나 켜고 입김으로 불고 끈 날 시간.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렇게 웃을 일이 없단 말인가?   

난민 수용소 밖에서 위로공연을 하는 신부의 모습.

난민 수용소 안에서 그 나라의 종교를 따라는 모습.

수용소 안에서 밖을 보는 시선과 수용소 안에서 안을 보는 시선들이 나를 참 많이 웃고 울게 만들었다. 저 모습이 지금 현실의 모습은 아닌지, 정말 사람을 위한다는 행동이 과연, 진정, 정말 위하는 마음과 행동이 맞는지.....    

가버나움을 본 뒤 포스팅을 하기 위해 곰곰이 생각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가진 자의 위선’,

‘진성성과 사랑’.

‘사랑과 책임감은 별개인가?’

그리고 그림책 한 권이 떠올랐다.    

숀 탠의 <도착>


손탠 작가의 그림책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같은 책을 한 자리에 앉아 수십번을 보고, 자리를 이동해서 수십 번을 보면, 그때서야 조금은 작가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표현한 작가로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이다. <빨간나무>로 그림책심리상담을 수차례하면서도 각기 다른 삶의 언어로 자기를 통찰하게 만든 숀 탠의 또 다른 그림책 <도착>은 가버나움을 본 사람이라면 꼭 같이 보길 바란다. 글자없는 그림책으로도 유명하지만 ‘난민’, ‘이민자’, ‘이방인’ 등의 어려 시각으로 사람의 심리적 어려움과 그 장소에서 겪는 사람의 심적 고통을 세밀화 그리듯 하주 섬세한 붓터치로 사람의 마음을 읽은 그림책이다.    


어제 파주출판단지에서 가서 다시 꺼내 본 <도착>

오늘 또 가버나움을 포스팅하면서 또 생각한다.    


가버나움의 영화를 보면서 한 마디로 마무리 지어 표현한다면,

이 영화를 통해 얻은 큰 것은 ‘상담가로서의 나의 정체성 찾기’였다. 영화 주인공 자인의 이름이 실제 캐스팅 된 소년의 실제 ‘자인 알 다피아’의 이름을 고스란히 살린 이유도 그 아이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나만의 생각도 해 보았다.    

그림책으로 상담하는 내가 정말 나의 정체성을 잘 찾아가고 있는지, 그림책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내가 그 개인의 어깨 무게를 진정성 있게 덜어주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제 나아가야 하는 2019년의 봄 맞이 마음을 다시 새기게 된 그런 감동있는 영화와 그림책이다.  

  

영화 <가버나움>과 그림책 <도착>, 그리고 어른도읽는그림책. 이제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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