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을 기억한다면
눈 깜짝 할 사이
듣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정말 "찰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매우 짧은 순간. 경각 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로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하는 그 짧고 짧은 순간을 의미한다.
<눈 깜짝 할 사이> 호무라 히로시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엄혜숙 옮김/ 길벗스쿨
이 그림책을 작년(2018) 추운 겨울에 처음 만났다. 출간되었을 시에는 그림책의 표지가 상당히 강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표지가 시선을 끌었는데 자꾸 보려니 눈 감은 표정이 나에게 뭔지 모를 두려움을 다가와 가까이 대하지 않았다. 또 문구는 왜 그리 짧고 덩그러니 하던지...
사- 뿐
째깍
앗
퐁 -
<갈래머리 여자아이>
같은 그림만 세 장씩 연거푸 있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짧은 단어,
외 마디처럼 들리는
저 단어들이 주는 말과
공간이 주는 여백의 말들의 조화로움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더 많은 사색을 하기에 충분해요.
짧지만 긴 여운~!
1년 반 사이 나이가 든 것인지, 나의 마음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눈 깜짝 할 사이> 그림책을 다시 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은 달라졌다.
그 전에 느꼈던 눈 감은 소녀가 왠지 어둡고 무섭고 내게 부정적인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저 구석 한 켠에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지금은 이 소녀가 편안해 보여요. 뭔가 골꼴이 생각하는 듯한 이 소녀를 보노라니 도톰한 입술이 뭐라고 말을 해 오는듯 하다.
"그간 잘 지냈어?"
"응. 미안..."
"뭐가 미안해?"
"네가 곁에 가만히 있어주었는데도 내 마음처럼 행동했거든. 이제 다시 너를 보니 반갑고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난 기다리는데 익숙해. 때가 되면 그 때 맞닿거든. 그 순간에 말이야."
...
여름이 깊어갈 때 난간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 할 때의 순간
딸아이의 귀여운 표정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시간에 쫓기어 뛰어 지하철을 타려는데 문이 닫히는 순간
거닐 다 향기가 하는 사람을 스치는 순간
아, 그러고 보니 나의 눈 깜짝 할 사이도 많구나.
정말 찰나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순간 순간을 살고
하루 하루를 살고
일 년을 살아
지금 이렇게 있구나.
이 그림책을 다시 보면서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볼 때 마다
책꽃이를 지날 때 마다
아마도 나의 지나 간 흔적을 찾느라
지금 다시 또 보는지도 모른다.
지나 간 흔적의 소녀,,,, 그리고 할머니....
시간의 흐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시간의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는 순간순간 생각할 수 있겠지.
고맙다. 눈 깜짝 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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