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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30. 2019

눈 깜짝 할 사이

찰나의 순간을 기억한다면

눈 깜짝 할 사이


듣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정말 "찰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매우 짧은 순간.  경각 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로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하는 그 짧고 짧은 순간을 의미한다.


<눈 깜짝 할 사이> 호무라 히로시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엄혜숙 옮김/ 길벗스쿨

이 그림책을 작년(2018) 추운 겨울에 처음 만났다. 출간되었을 시에는 그림책의 표지가 상당히 강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표지가 시선을 끌었는데 자꾸 보려니 눈 감은 표정이 나에게 뭔지 모를 두려움을 다가와 가까이 대하지 않았다. 또 문구는 왜 그리 짧고 덩그러니 하던지...



사- 뿐
째깍
퐁 -
<갈래머리 여자아이>


같은 그림만 세 장씩 연거푸 있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짧은 단어,

외 마디처럼 들리는

저 단어들이 주는 말과

공간이 주는 여백의 말들의 조화로움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더 많은 사색을 하기에 충분해요.

짧지만 긴 여운~!


1년 반 사이 나이가 든 것인지, 나의 마음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눈 깜짝 할 사이> 그림책을 다시 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은 달라졌다.

그 전에 느꼈던 눈 감은 소녀가 왠지 어둡고 무섭고 내게 부정적인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저 구석 한 켠에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지금은 이 소녀가 편안해 보여요. 뭔가 골꼴이 생각하는 듯한 이 소녀를 보노라니 도톰한 입술이 뭐라고 말을 해 오는듯 하다.


"그간 잘 지냈어?"

"응. 미안..."

"뭐가 미안해?"

"네가 곁에 가만히 있어주었는데도 내 마음처럼 행동했거든. 이제 다시 너를 보니 반갑고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난 기다리는데 익숙해. 때가 되면 그 때 맞닿거든. 그 순간에 말이야."

...



여름이 깊어갈 때 난간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 할 때의 순간
딸아이의 귀여운 표정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시간에 쫓기어 뛰어 지하철을 타려는데 문이 닫히는 순간
거닐 다  향기가 하는 사람을 스치는 순간
아, 그러고 보니 나의 눈 깜짝 할 사이도 많구나.


정말 찰나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순간 순간을 살고

하루 하루를 살고

일 년을 살아 

지금 이렇게 있구나.

이 그림책을 다시 보면서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볼 때 마다

책꽃이를 지날 때 마다

아마도 나의 지나 간 흔적을 찾느라 

지금 다시 또 보는지도 모른다.

지나 간 흔적의 소녀,,,, 그리고 할머니....

시간의 흐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시간의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는 순간순간 생각할 수 있겠지.

고맙다. 눈 깜짝 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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