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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31. 2019

시간이Time흐르면

순간과 영원을 담을 수 있어

'시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로,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를 말한다.


내가 보는 순간에서 다시 보는 순간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라면 <시간이 흐르면>의 그림책 제목을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의 흐름'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역시, 이 책을 보면 사전적 정의와 제목이 짧지만 긴 문장을 담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흐르면>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글/ 마달레나 마토소 그림/ 이상희 옮김/ 그림책 공작소

지금처럼 가을이 깊어가고 있고,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 날인 걸 떠올리면 올 해도 두 달 남았으니 시간의 흐름을 더 실감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흐르면....

가까운 내가 변하고, 가까운 내 아이가 변하고, 사물과  환경이 변하고,

맵다고 느낀 양파도 몰캉이면서 단맛을 내고,

아이가 크면 바지는 짧아지고, 연필도 짧아지면서 시간이 흐름을 이야기 하고,

어렵게 느꼈던 운동화 끈 매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쉽게 느껴지고,

색이 바래진 책도 있고,

촌스럽다고 느낀 스웨터가 때론 멋지고 때론 우스꽝 스러워진다.

과일은 안 먹으면 상하고, 치즈는 시간이 지나면 더 맛있어 지는 것 처럼.

시간이 흐르면 잃는 것도 있고....
때로는 얻는 것도 있어!

그림책 <시간이 지나면>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몇 가지 있다.

내 감정을 느끼는 시간의 흐름을 정말 리얼하게 표현했기에 시선이 더 머물렀다.

먼저, 시간? 이라고 하면 흐름이고 나이듦을 떠올릴 수 있는데 요즘 나의 나이듦이 그림책에 투사되었을까? 기존 돋보기에서 업데이트 된 다촛점안경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도 모른다. 어제 딸아이  교복 밑단이 터져서 꿰매어야 했다. 바늘 구멍에 실을 넣어야 하는데 자꾸 바늘허리만 스치는 실을 보면서 더욱 내 시간이 부쩍 흘렀음을 느끼기도 했다.

또 다르 장면은 텍스트에서는 '손등이  쭈글쭈글 하다'는데 , 나는 왜 그림에 먼저 시선이 머무는지....나이듦의 현실을 받아들여지는 지금, 여기!

많은 시선이 머무는 그림책이지만,

강력하게 나의 시선을 끄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

이 장면은 담지 않으련다. 그림책을 직접 보면 나의 마음이, 나의 시선이, 나의 생각이 왜 여기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뜨게질을 하는 여자의 시간은 오전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지만 8시를, 

처음 뜨게질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흐르니 모양이 생긴 뜨게질하는 그녀....

성과물인지 성숙을 의미하는지... 이 여인네의 모습이 나의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이 장면이 정말 좋다.

찰나의 순간들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눈 깜짝할 사이> 처럼,

그렇지만 순간들이 모이고 시간이 흘러 경이롭고 신비한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처럼.


 또, 처음 책장의 안면지의 맨 위쪽에서 출발한 달팽이 본문 구석구석을 지나 마지막지막 면지에서는 오른쪽 맨 아래 끝에 구조적으로 배치해 놓은 그림책의 섬세함을 보면서도  물리적, 시간적 흐름을 이야기 하고 있다. 멋지다. 이 책!

느리더라도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가는 달팽이,

느리게 느껴지더라도누구에게나 같은 양으로 흐르는 시간,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

나의

지난 '시간'이라는 타임캡슐에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

이제 남은 '시간'의 미래 타임캡슐에 무엇을 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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