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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글 Aug 29. 2021

제휴에 관하여

나의 첫 영업제휴를 기념하며

벌써 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업무를 담당한 지 15개월이 지났습니다. 기존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와 업무를 익혔고, 반복적이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조금씩 개선하며 나의 일로 차근차근 만들어갔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구매와 손익 업무는 제조사와 협상을 잘해 좋은 단가를 얻어내고 입고 관리와 재고관리 등 이력을 잘 정리하여 영업 담당자들이 거래처에 효과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또한 손익의 경우 매출 추정, 장려금 추정, 비용 관리 등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틀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한 업무입니다.


봄이 올 무렵, 팀의 영업담당 선배와 커피를 한 잔 하던 도중 선배가 저에게 조언 한마디를 건네었습니다. "매니저님이 지금 업무도 정말 잘하고 있는데, 우리 팀에서 있으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정리 잘되어있는 건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막연하더라도 처음부터 본인이 만들어보는 경험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선배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며 지금까지 저의 회사생활을 잠깐 돌아보았는데요. 선배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입사 후 전임자의 일을 하루빨리 인수인계받아 빈틈없이 업무 처리하는 것을 잘했고 그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체적인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내용을 정리하고, 숫자를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다만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아직 제겐 부족해 보였습니다.


저의 기존 업무는 업무대로 잘해야 했고 추가적으로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보는 것을 하반기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정의는 저도 모르고, 그 어떤 누구도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막연하고 막막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제가 만들어봐야 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업무적으로 새로운 걸 추구하던 제가 신규 업체와 영업 제휴를 맺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고, 여전히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좌충우돌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 뭐할래?(WHAT) 

 무엇을 할지 고민을 시작하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거창한 것을 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 허세? 도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더욱 답이 안보였던 것 같습니다.

 기대를 줄이고 우리 팀의 입장에서 일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팀은 연초부터 에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ICT 디바이스 공급을 확장하고 있었고 기존 업체와의 실적은 상승했지만 특정분야의 에듀테크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신규 업체 발굴 및 콘텐츠와 제휴를 통해 사업 확장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니 제가 하면 좋을 일들이 보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신규 업체 제휴를 하반기에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2. 어떻게 할래?(HOW)

 신규업체 제휴를 목표를 설정했으니 이제 목표를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에듀테크 영역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해당 산업영역에 대한 신문기사를 시간 날 때마다 읽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기존 에듀테크 업계의 상황과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 후에는 해당 업계의 플레이어는 어떤 회사들이 있으며 우리와 제휴 포인트가 있는 회사들을 하나씩 저의 기준으로 선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에듀테크 산업을 알아갈수록 제휴하고 싶어지는 기업들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주 두 곳씩 제휴 업체 리스트를 만들어냈고 해당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제휴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3. 계속할래? 포기할래? (GO? or STOP?)

 매주 두 곳의 업체를 선별하여 제휴 메일을 보냈습니다. 우선적으로 함께 하고 싶은 기업에게 제안을 보냈고 회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전화는 물론 회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매주 나름 시간을 투자하고 고생하며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하나도 오지 않는 건 분명 힘이 빠지는 일이 맞습니다. 어떠한 피드백도 없기 때문에 제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7주가 지나도 회신을 하나도 못 받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습니다. 따라서 저의 제안 메일을 바꿔보기로 결정하였고 기존에 메일 중심의 제안 내용을 PPT로 변경하여 제안서를 별도 작성하였고 메일에는 최소한의 설명만 기입하여 다시 발송해보았습니다.

 메일을 받는 회사에서는 제휴 메일이 여러 가지 올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궁금하게 만들어 최소한 전화통화 한 번만 해보자라는 콘셉트로 메일 내용과 제안 내용을 다듬었습니다.


4. 결국 되더라(Done)

 8월 초 점심을 먹은 후 손익 업무를 하고 있는 도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보낸 제휴 메일을 보고 연락했다며 담당자는 본인을 소개했으며 동시에 본인들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에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해당 업체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에듀테크 플랫폼 회사였으며 제안서를 읽고 제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동시에 미팅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의논하고자 하였으며 이틀 뒤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ICT 디바이스 결합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2주 뒤 파일럿 테스트 진행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제휴가 필요한 때에 저의 메일을 읽었다며 감사를 전해왔고 현재 순조롭게 파일럿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5. 마치며

저의 좌충우돌 영업제휴에 대한 기록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감사하게도 해당 업체와 제휴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비즈니스 제휴의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뒤의 업무는 영업파트에서 진행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요? 저는 다시 또 매주 새로운 업체들을 공부하며 제휴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추가로 회신이 온 기업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매주 제휴 메일을 보내고자 합니다. 계속해서 저의 메일 내용과 제안 내용을 개선하며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비즈니스 기회의 타이밍이 알맞아 저희와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후에 제가 제휴한 업체와 어떻게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합니다. 해당 제휴를 통해 저희의 성장은 물론 해당 기업도 성공하는 이야기를 함께 들려드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마 내일도 좌충우돌할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해서이겠지요. 다만 좌충우돌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짐을 알고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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