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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Jun 15. 2016

예술로 목욕하다, 행화탕

아현동에 있는 목욕탕, 아니고 예술공간

아현동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행화탕'은

50여년 동안의 이야기를 고이 간직한 동네 목욕탕입니다.


주변 스파나 찜질방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2011년, 아현동 재개발로 철거가 확정된 뒤 문을 닫게 됩니다.

이후 잠시 도박장 '바다이야기'의 영업 공간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다행히도 행화탕이 앞으로 2년여간

'생각'과 '예술'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직접 다녀온 행화탕의 모습과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그때도 손님이 없던 행화탕에 가면 우린 수영을 했지

치기 어린 이방인들을 말없이 품어 주었던 작은 골목길은

이제 흔적조차 없어져 버렸지만 흘러가는 인생


- 스윗 소로우의 노래 '아현동' 中



개관 공연 <수중 인간>_Yoon sukmin 제공


개관 공연 <수중 인간>_v.manim 제공


지난 5월 15일 세상이 비로 목욕하듯 비가 내린 날 , 행화탕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태어났습니다.

100여명의 주민과 손님, 예술가들로 가득찼습니다.


 

개관 공연<수중 인간>_시몽 제공


개관 공연 <수중 인간>_Yoon sukmin 제공 


개관 공연으로 진행되었던 상상발전소의 <수중인간> 공연입니다.

옛날 뱃사람을 유혹하던 사이렌의 모습을 현대에 융복합 컨텐츠로 승화시켰습니다.

앞으로 열릴 예술 행동들에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합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다른 미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건물 자체가 작품으로 기능하며 

목욕탕의 기억이 기반이 되었을 때

내부에서는 흥미로운 동선들이 만들어집니다."



행화탕



올해 2월 '사람'이 들어 오면서 행화탕의 마지막 모습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목욕탕을 예술로 채운 주동자들은 바로, 기획단 '육일삼일일'

바로, 행화탕의 지번주소인 61311을 차용한 팀입니다.

PD, 전시 기획자, 방송 작가, 축제 기획자, 큐레이터, 건축자 등 10명의 기획자가 뜻을 모았습니다.


기존 목욕탕의 구조를 살리기 위해 벽과 바닥에 남은 공간 분할의 

흔적을 살리고 천장을 제거하여 서까래를 노출시켰습니다. 

전기 배선 설치, 화장실 보수, 지붕 방수, 먼지와 보일러실의 자갈 제거 등의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자칫 음침해 보일 수 있는 
오래된 목욕탕이 기획자들의 눈에는 
예술 프로그램을 채워 넣기에 환상적인 공간으로 보였으며 
죽은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의기투합한 기획단은 
자신들의 본업 일정 사이로 틈이 날 때마다 
행화탕에 모여 공사와 청소에 참여하였습니다."




행화탕의 첫 전시는 예약제 투어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월, 화요일은 휴무이며 
수,목,금,토,일 각각 오후 2시와 4시 정시에 
투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들어서자,

뒤로 머리를 질끈 묶은 기획자분이

목욕탕 번호가 달린 고리를 선물로 주며,

행화탕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행화탕에 쌓였던 역사와 이야기

그 분위기만으로 충분히 좋습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은, 이 시간동안

일시적 공동체를 이룹니다

서로 인사하세요"





"이 건물을 사람이라고 비유하자면, 노년에 사망 선고가 떨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도시 재생 같은 큰 범주에서 생각한다기보다 '지금 당장'

주민들에게 흉물스럽고 필요없는 공간으로 두고 싶지는 않았어요.

 고독사시키는 것보다 '예술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온기가 채워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함께함으로써 그 공간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방식"



높이 솟은 벽돌 굴뚝과 함께 보이는 아파트가

대조되어 인상적인 모습을 자아냅니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을씨년스러웠던 공간을

덩쿨도 치우고, 가드닝에 관심이 있던 멤버가 꽃도 심으면서 조금씩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목욕탕과 집이 같이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좁게 난 길목을 따라 걸어가보면




2층에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The Ferris Wheel> 구수현

돌고 도는 렌즈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장치로 우리 시선은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The Ferris Wheel>  구수현


뒤에 있는 렌즈가 돌아가면서 바깥 풍경이 순간 순간

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부서져있는 벽과 창문 사이로 보이는 옛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와 대비되어 묘한 느낌을 들게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재개발의 모습들.


그리고 아직 정돈되지 않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갑니다.

잔뜩 덮힌 곰팡이가 그 동안 행화탕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보여줍니다.

이 공간은 4-5개월 뒤에 차차 무언가로 채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곰팡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작가분이 있으면 소개시켜주세요.."



그리고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움직임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기름 창고



그리고 두번째 전시를 보러 이동합니다.

빈티지 중의 빈티지를 자랑하는 행화탕.



성인이 겨우 들어갈만한 공간에 몸을 숙이고 들어가면

두번째 전시장이 나타납니다.




두번째 전시, 이원형 展 <몸의 정원>


"행화탕은 재개발을 앞두고 버려진 건물이다.

실의 용도와 동선을 재구성해 ‘예술로 목욕하는’공간으로 재생한다.

어둡고 낮은 기계실과 높고 시커먼 보일러실은 스케일과 빛의 차이로 ‘공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예술은 차이를 만드는 작업이고, 행화탕은 예술로 일상의 옷을 벗기는 공간이다.

목욕탕은 알몸으로 휴식과 안락, 쾌락의 시간을 즐기는 장소다.

몸을 씻던 물은 이제 마음을 씻고, 몸을 비추던 등은 거세된 감각을 깨우며,

물과 말이 뒤섞여 울리던 소리는 음악으로 공간을 채운다.

행화탕은 몸의 정원으로 다시 살아난다."


<몸의 정원>  이원형



10명이의 젊은 기획자들이 고민하고 모색을 나누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첫째, 창작자와 기획자, 프로듀서, 큐레이터의 구조를 회복하여 창작자가 기획부터 

작품 발표와 홍보까지 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신인 작가 혹은 중견 작가들에게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극장과 갤러리에 

작품이 들어가기 전 시범적으로 시연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제시한다.


셋째, 융복합 작업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들이 모인 장점을 활용하여 

각 기획자들이 제작과정을 돕고, 네트워킹을 도모한다.


넷째, 각 기획자들의 경험과 정보 공유 그리고 각자의 아이디어로 펀딩을 시도하여 

창작자가 예술기금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도모한다. 



"행화탕프로젝트는 행화탕이 2년 후 재개발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화탕의 지번은 61311입니다. 아현동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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