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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Jun 22. 2016

자녀 동반 여부는 부모님이
판단하십시오

yBa, 그리고 아라리오 뮤지엄


[ 경 고 ]

"본 전시에 포함된 작품 중 일부는 관람객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자녀 동반 여부는 부모님이 판단하십시오. 전시실 중 한 곳은 18세 이하 관람불가입니다."




위 경고문은 1997년 영국 로열 아카데미에서 열린 <센세이션(Sensation)> 展에 실제로 붙여졌던던 경고문입니다. 경고문은 설레발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전시장엔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이 가득했습니다. 


더러움, 그리고 충격적인 시도에서 느낄 수 있는 섹시함


재능있고 카리스마 넘쳤던 yBa의 수장, 데미안 허스트의 작업들은 충격적입니다.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호주에서 잡은 상어가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절여저 박제한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라거나,


in and out of love, 1991


23동안의 전시 기간 동안 9000마리 이상의 나비를 밀폐된 공간에 살도록 하고, 죽게 만든 <in and out of love>



센세이션이란 전시 명에 걸맞게 기성 시대 작가들이 다루지 않았던 삶과 죽음, 고뇌, 변형, 욕망 등을 주제로, 말그대로 센세이션한 전시를 보여주며 영국 현대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젊은 작가들. 바로  yBa(Young British Artist) 입니다.



yBa는 ‘Young British Artist’의 약자로 1980년대 말 이후 영국의 젊은 미술가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를 비롯해 트레이시 에민 (Tracy Emin), 마크 퀸(Marc Quinn) 등이 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게리 흄, 제니 샤빌, 마크 퀸, 사라 루카스, 채프만 형제, 질리언 웨어링


그들의 첫 전시인 <프리즈(Freeze)>는 유명한 일화로 아직 회자되고 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는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자신의 경험들을 십분 활용해 런던 도클랜드의 빈 창고를 무료로 빌려 전시를 열었습니다.



골드 스미스 입학 전 갤러리 큐레이터로서 활동했던 허스트는 그 당시 수집했던 콜렉터들에게 모두 초대장을 보내고 심지어 택시를 보내 모셔올 정도로 치밀하게 기획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이자 사치갤러리의 창시자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와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그들의 작품은 미국으로 넘어가있던 현대미술의 판도를 다시 유럽으로 가져왔고, 터너 프라이즈에 노미네이트 되거나 수상한 것은 물론, 베니스 비엔날레에 국가 대표로 참가하는 등 세계적인 예술가로 거듭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현대 미술계의 거장이 된  yBa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바로 아라리오(ARARIO) 입니다.



아라리오 뮤지엄과 갤러리는 창업자이자 컬렉터, 그리고 아티스트 CI KIM으로 활동해온 김창일 회장의

‘아라리오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여, 다섯 곳의 뮤지엄과 세 곳의 갤러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중 세 곳에서 yBa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창덕궁 옆에 자리 잡은 아라리오 뮤지엄 in space 입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in space는 우리나라 건축가 김수근씨의 건축사무소였던 공간 사옥 건물으로, 공간사옥의 특성을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로운 감각의 예술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건축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마크 퀸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마크 퀸(Marc Quinn), <Self>

마크 퀸은 사실  골드스미스 출신도 아니고, Freeze전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Self>연작을 통해 yBa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두상을 캐스팅한 것으로, 4.5리터의 작가의 ’피‘로 만들어진 자소상입니다. 보통 한 사람당 4.5리터의 피를 갖고 있다는 부분을 반영해 그 만큼의 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냉동장치로 유지되는 작품으로, 미국의 한 갤러리에서는 장치가 고장나서 전시장이 피바다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in space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방 안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트레이시 에민(Tracy Emin), <침대와 아기 바구니 외 4점>

트레이시 에민은 '고백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자신의 어릴 적 상처, 특히 성(性)과 관련한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과 결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in space에는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이 많은데, 그 중 '1963년을 기억하며'(오른쪽) 라는 아플리케 작품은 어린 시절 작가가 겪었던 인종차별을 고백합니다. 에민은 자신이 들었던 인종차별적인 단어, 욕설, 문구들을 조각천과 자수로 직접 새겼고, 그녀가 겪었던 아픈 경험에 대해 작품으로나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입니다. 


 이곳에서는 yBa의 수장,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찬가(Hymn)> 

데미안 허스트는 삶과 죽음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이용한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오히려 덜 충격적인듯해 보입니다. 아라리오 갤러리의 유리벽을 통해 외부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인체 조형물 작품은 전 세계에 단 4개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체의 피부와 근육, 장기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6m 높이의 거대한 인체모형으로 속이 다 보이는 듯 하지만 숨겨진 것을 꿰뚫어 볼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한 작품입니다.

 




<채리티(Charity)>

아라리오 갤러리 조각 공원에 위치한 이 작품은 자선 행위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부러진 다리에 낡은 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선모금 상자를 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허스트는 옥션에서 구매한 작은 모금 상자에서 영감을 얻어 큰 사이즈로 확대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2004년 영국 Momart 창고의 화재사건으로 유명해졌는데, 당시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화재로 손상을 입었지만 <채리티>의 경우 작품 크기가 커서 수장고가 아닌 야외에 보관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 모텔  입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폐관하여 버려진 공간을 뮤지엄으로 탈바꿈하여 새롭게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는 것을 가치 있게 여깁니다. 그래서 지난 2014년에는 제주 시에 오래 전 부터 자리 잡고 있던 옛 영화관, 바이크샵, 모텔 건물을 개조하여 4곳에 뮤지엄을 열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동문 모텔 Ⅰ에서는 

채프먼 형제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채프먼 형제(Jake & Dinos Chapman), <끔찍한 해부(tragic anatomies)>

채프먼 형제(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먼)는 의도적으로 충격적인 작업을 하는 쇼크 아트 작가들입니다. 

그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를 비판하며, 

예술은 보편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네킹들은 상반신이 붙어있거나 팔다리가 거꾸로 붙어있는 기형적인 인체의 형상을 보여줌으로서 불안정성과 사회적 갈등을 과장하여 보여줍니다.



<독일병정들 (Dass Kapital ist Kaput? Ya? Nein! Dummkopf!)>

독일 병사들과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체들, 그리고 절단된 신체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가득 찬 축소모형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작가들은 장난감을 이용함으로써 어린이들의 세계까지도 이러한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는 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상업화시키는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합니다.





 ‘영혼을 머금고 있는 단순함’이라는 철학으로 ‘작품이 주인공이 되고, 관람객이 작품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아라리오 뮤지엄과 갤러리에서 yBa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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