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가끔씩 복시현상을 겪는다.
복시현상이 일어나는 순간을 나는 통제할 수 없다.
눈 앞에 보여지는 통제 불가능한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것에 대하여 사고한다.
시각은 뿌옇게 변하고 흐릿해져 간다. 그러한 가운데, 다른 부분보다 정확히 보이는 부분은 사라져가는 형태들 속에서 더욱 머리에 박힌다. 뚜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어떠한 물체로 인식하려고 한다. 그렇게 않은 것들은 그냥 색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잘 보이는 그 부분에 집착하여, 그 곳만 보려고 한다.
풍경은 점차 색과 단순한 구조로 변화한다.
- 작업 노트 중
복시 현상을 겪었을 때, 발견했던 이미지의 중첩된 잔상이 아주 인상 깊게 머릿 속에 남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그러한 화면들에 흥미를 느껴서 그것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감을 얻게 되는 원본이미지들을 중첩시켰을 때 생기는 화면이 너무 복잡하다고 느껴져서, 그 화면들을 특별한 규칙없이 순간 순간 보여지는 느낌을 토대로 면으로 분할하며 단순화 시켰다. 그리고 면들을 다양한 색을 이용하여 대비시키면서, 평면적이면서도 움직임이 느껴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중첩 뿐만 아니라 대칭적인 요소도 사용하여, 이미지가 겹쳐지는 부분이 우리가 보았을 때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낯선 이미지들로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영감을 얻는 포인트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보통 감정적인 정서를 느꼈던 것들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노래나 춤 혹은 각종 공연 등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남들과 다른 나만이 가진 특별함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던 적이 있다. 그 당시 한창 '시각'이라는 것,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의 조금 다른 두 눈으로 그 생각이 이어졌다. 그렇게 내가 눈으로 직접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들 중에 복시현상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사람의 신체 형상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로 영감을 얻는 것에 각종 공연, 춤 과 같이 무대 위의 사람들이 반드시 포함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신체 형상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사람의 몸에는 직선이 하나도 없이 유려한 곡선으로만 이루어 져있는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몸에서 보여지는 선들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미지를 중첩 시켰을 때, 나오는 새로운 이미지들은 신체를 이용했을 때가 익숙하면서도 가장 재밌는 모양이 나와서 신체 형상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아크릴 상자 작업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과 달리 특정 장소를 위하여 제작하였다. 그 장소는 옛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실로 쓰이던 곳이었는데, 그 안에서 많은 동물 실험이 이루어 졌다고 들었다. 그 때 실험에 사용되었던 동물들이 들어있던 병들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실험실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투명한 유리병이 생각났었는데 그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아크릴판에 그림을 그렸다. 유리 대신 아크릴판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였는데, 아크릴 판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 어떤 효과가 날지 궁금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림을 처음 그렸을 때 어둡고 탁한 색상을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한 점을 고치기 위해 밝고 맑은 색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것이 강렬한 색의 대비로 정착되었다. 아크릴은 다양한 색을 섞을수록 뿌옇게 드러나는 성질이 있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원래 나와있던 색의 베레이션이 많은 색이 푸른 계열이라서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푸른 색 특유의 깊은 서정적인 감정과 차분한 느낌이 움직임과 율동감이 느껴지는 형태와 대비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쓰고있다.
작업은 먼저 사진에서 시작한다. 사진은 직접 찍기도 하고 웹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썸네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영감을 받은 공연이나 무대의 보도 사진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모아진 사진을 먼저 프로그램을 통해 중첩을 시킨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단순한 선으로 정리한 후 캔버스에 옮겨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 그리는 일 이외에도 편집 디자인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간간히 외주로 웹진이나 엽서 같은 간단한 인쇄물 작업도 하고 있다.
영화도 좋아해서 즐겨 보고 있는데, 영화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친한 친구가 있어서 같이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내용이나 기술적인 측면, 예를 들면 미장센이나 카메라의 위치 동선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은데, 특히 사람들이 잘 없는 한적한 곳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내용을 담아 책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도피의 몸부림1’이다. 작업 방식이나 그리는 방법을 바꾼 후에 가장 마음에 들게 나온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작업 방식과 결과물 사이의 괴리감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 작업을 한 뒤로 생각이 한결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목표로 하면 당연히 관람객들과의 소통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처럼 보인다. 흔히들 자기 만족에 의해서 또는 그것을 위해서 작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람객 혹은 대중들과의 소통을 이룰 수 없다면 계속 한자리에만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림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비록 그것이 내가 전달하려던 내용이 아니더라도, 상호간의 어떠한 생각의 교류가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
김민화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레 필로소피'에서 8월 11일 목요일부터 9월 1일 목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