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지극이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화면에 나타나는 형상들은 나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처럼 보인다. 선 긋기, 혹은 선 그리기를 통해 반복되는 노동의 조형적 변주를 탐구한다. 필연과 우연의 경계 사이를 구획 짓는 선택의 순간들이 무수히 집적되면서 만들어낸 ‘선의 패턴’은 선인장, 바다 속 산호, 구름, 물결, 숲, 산맥 등 불가사의한 자연의 이미지들 혹은 미확정의 심적 이미지의 이미저리(imagery)로 변주한다.
- 윤겸 작가 노트 中
“Reaper“는 ‘수확하는자’ 라는 뜻인데 저에 대한 불안과 확고함이 없는 저만의 신념(고민에대한 답이없는), 분노들이 가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새로움의 추구와 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그려내고 표현하고 있는 그림 속에서 제가 거울처럼 비춰집니다. 이렇게 비춰진 자신을 서늘한 그늘에 있다가 마주하게 된 따사로운 햇빛이 온 몸을 감싸는 것처럼 비유해보았는데요. 수많은 감정과 고민, 트라우마를 감싸안으며 성숙해지는 단계와 평온함과 얽매이지 않는 상태인 아락타시아를 추구하여 꽃이지고 결실을 맺는 것처럼 제 자신을 반복적으로 다듬어나가 만들어진 모든 행동과 마음을 수확하여 작업으로 나를 세상에 내보인다는 의미를지니고 있습니다.
“현기증“은 제가 평소에 보고 느끼는 세상입니다. 불안하고 어지러운 저의 상태이죠. 이런 부분에서 현기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고, 일상에서 보고느낀 것들의 심적인 부분을 시각화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짧고 가느다란 선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중첩시키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촉각적 볼륨감이 생동감 있는 화면을 구성합니다. 반복적으로 선을 그리는 행위는 세상을 불완전하게 볼 수밖에 없는 나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몰두 할 동안에 저는 알 수 없는 무아에 빠지기도해요.
어렸을 때 집이 어려워지면서 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어요 하루에 버스가 2대 다니는 깊은 산골 안 시골에 살게 되었는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었고, 혼자 생각이 많았던 10대 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밖에 없었고, 당시에 빛, 바람, 소리와 같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 취했었어요. 저한테 자연은 항상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주는 몽환적세계로 이끌어주는 고마운 존재죠.
15, 16년도부터 시작된 작업들인거 같아요 <Bluehole> 시리즈를 보면 작품 안에 hloe이 있는데 어디론가 빠지는 것 같거나 아니면 나올 수 있는 하나의 저만의 출.입구 같은 거죠. Hole 이라는 의미가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현재의 저의 상태를 보여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정을 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의 편안함과 새로운 꿈을 꾼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불안함을 즐기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의 기원은 대부분이 제가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자연이에요. 현실과는 다른 세계. 어떤 초자연의 세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 겨울에 강아지들이랑 꽁꽁 언 커다란 저수지 위에 누워서 보았던 달밤의 풍경은 잊혀지지가 않는데, 달.해처럼 순환성을 갖고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저를 몽상으로 이끕니다. 우선 캔버스 전면에 채색을 한 뒤에 마른 다음 색을 얇게 비벼서 덧칠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섞이게 합니다. 작업은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진행되며, 작업의 시작과 끝을 정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완성 지점이 불확실하지만, 스스로가 만족이되면 그걸로 완성이에요. 계획적이나 의도적으로 색을 사용하진 않고, 그때그때 작업할 당시의 심상에 따라 결정됩니다.
실질적으로 시각적인 부분에선 극복이 되질 않아요. 심적 안정을 위해 시작된 행위지만, 이러한 수양적 작업 방식이 심정의 상태뿐 아니라 자아를 찾아가는 구도의 여정으로서 의미를 지니게 되었어요. 3년 여 전에 왼쪽 눈을 다치고 난 뒤 작업스타일이 굳혀진 것 같아요, 시야가 겹쳐보이는 현상이 자주일어나다 보니 쉽게 예민해지고 피로감을 느끼게 되어 체력의 문제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런 불안이 작업에 반영이 되고있고요. 작업의 목적이 그러한 복잡한 감정들을 조절하는데 있고, 선의 패턴이라는 반복적 행위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입니다.
소박해요 당장에 큰 목표를 두기보다는 일단은 저의 작업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이 유지 되었으면 하는 게 제일 큰 바램입니다. 지금은 대구에서 올라와 파주출판단지 메이크샵 아트스페이스 입주작가로 좋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입주 기간이 끝나면 또 새로운 곳을 찾아야 되고 어디론가 이주를 해서 유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제 작업에서 떠오르는 그 ‘무엇’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실재의 풍경일 수도, 혹은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는 심상일 수도 있어요 .보편적 시각으로 표현된 풍경이 아닌 기억, 사고, 상상을 포함하며 저만의 독창적은 시각에 유기적인 세계를 계속 보여줄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한단계씩 올라가면서 더 좋은 작업을 하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윤겸 작가님의 작품은 한남동 '카페톨릭스'에서 8월 16일 화요일부터 9월 12일 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