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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Sep 28. 2016

돌창고 프로젝트

보물섬 남해의 보물창고 이야기

경남 남해에는 돌로 만든 50년 된 창고가 있다. 


   

1968년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 남해가 섬이던 시절에 돌창고는 만들어졌다. 남해마을 사람들의 보물인 양곡과 비료를 저장하기 위해 마을단위 농업협동조합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보관하기 위해 가장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으나 섬이라 시멘트가 항상 부족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남해의 자연석(청돌)이었다. 시간이 흘러 낡은 돌창고는 콘크리트와 조립식 창고로 대체되었고 도로 확장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다 2015년 7월, 멈춰진 시간을 살고 있던 돌창고는 젊은 문화 기획자와 도예작가를 만나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두 사람이 돌창고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물었다.  

    

“낡은 창고를 부수고 얼른 새 건물을 지어야 하지 않겄냐”

“어르신 저는 돌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돌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용을 채워 갈 것이라고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호박전을 가져다주며, 돌창고와 함께 보낸 자신들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 쪽 산에서 석공이 돌을 깨주면, 힘 쎈 사람은 두 개씩 아니면 한 개씩 마을사람들이 짊어지고 내려왔지.”

“여름에 돌창고 안에 들어오면 참 시원도 했지. 어릴 때 돌벽에 튕겨서 동전치기도 했었어.”



“남해의 돌창고는 단순히 구조물이 아닌 남해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삶의 현장이에요. 돌로 만든 견고한 아름다움 속엔 남해 사람들의 삶과 소중한 기억이 녹아있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남해의 문화와 우리의 행위를 연결시킬 겁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젊은이들이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돌창고프로젝트는 지역에서 문화와 예술로 삶의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음의 미션을 갖는다.     

* 우리의 사용이 허가된 남해의 돌창고를 보존하고 재생한다.

* 최선을 다할 기회를 얻지 못한 창작자의 작품 활동과 발표 기회를 제공한다.

* 모든 적합한 방법을 활용해 가장 폭넓은 사람들을 수용하고, 그들이 동등하게 문화와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경험을 기획하고 실현한다.

*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의 가치와 부합하는 공동체와 협력한다. 


    

이제 돌창고는 마을 사람들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며, 젊은이들이 오래된 공간을 보존하고 활용하여 예술창작과 지적창작을 할 수 있는 ‘생산의 장’이 되었다.      


“돌창고프로젝트는 지역에서 삶의 방법을 모색하는 어른들의 놀이터입니다.”    

 

그리고 2016년 7월 22일 돌창고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정지비행 展 전시 포스터


“공중의 한 지점에 멈추어 자세히 보는 것 오래 보는 것 깊이 보는 것은 나의 날갯짓이 만든 바람을 타는 일이며, 누군가에게는 정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온전한 나의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작가노트 中 



아피통 이야기 展 포스터 사진


                                                        

“이 나무는 필리핀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아피통 나무이고, 선박의 한 부분이었으나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다. 이 곳의 어민들은 이 나무를 주워 배 아래를 청소하기 위한 굄목으로 사용한다. 김영호 작가의 손을 거쳐 아피통 나무는 아피통 그네가 된다.”      


2016년 여름, 한 달 동안 시문창고에서는 김정수 작가의 회화전 <정지비행 展>이 열리고 대정창고에서는 김영호 작가의 설치미술전 <아피통 이야기 展>이 열렸다. 


김정수 작가는 전시회를 위해 두 달여 간 돌창고를 작업실 삼아 작업을 해나갔고, 공간 속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들이 돌창고에 전시되었다. 또한 김영호 작가는 노을이 아름다운 사촌해변에서 주워온 아피통 나무로 대정창고에 그네를 만들어 전시했다.



시문창고에서 열린 ‘정지비행 展’ 전시 풍경이다. 창고 본연의 모습을 살리고, 창고 안에서 그려진 3m 가 넘는 그림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시간대 별로 다른 빛이 찾아온다.     


 

조명으로 창고의 오래된 벽 질감이 살아나 동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전시를 쉬는 날에는 농민들의 고추와 깨가 들어와 그림과 함께했다.

                                                    


대정창고의 문을 열면, 5m정도 되는 높은 벽면에 쓰인 전시제목과 아피통나무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보인다.    



관객들은 아피통 나무로 만든 그네위에 앉아 자신의 발을 땅에서 띄우고 몸을 온전히 나무에게 맡긴다. 텅 빈 공간에서 조금씩 흔들리는 그네에 앉아 그들은 나무의 여정과 자신의 삶의 여정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높은 창문에서 떨어지는 빛줄기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무언가를 안겨준다.               


<돌창고 첫 번째 프로젝트 관련 영상> 

https://youtu.be/GPeXfG8xxkg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첫 번째 프로젝트와 함께 지나가고, 돌창고프로젝트는 다음 기획을 시작했다. 



"오래된 돌창고(돌로 만들어진 창고)에 

낮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프리마켓이 열리고,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듣고 

별이 뜬 밤엔 영화를 보면 어떨까? 맥주를 마시며" 




곧 진행되는 돌창고 두 번째 프로젝트인 문화예술축제 ‘돌(창고)잔치’는 2016년 10월 1일 (토) ~ 10월 2일 (일) 이틀간 시문 돌창고에서 열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농업경제와 디자인을 전공하는 남해출신 청년 2명이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여, 문화와 예술을 통해 지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돌잔치’는 이틀간 오후 열두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며 프리마켓, 인문학강의, 음악공연, 영화 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프리마켓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며 현미김밥, 프랑스건강빵, IPA Beer, 마늘새우까수엘라, 목공예품, 누드크로키 엽서 그리고 남해의 농산물 등을 판매한다. 오후 5시부터 6시에는 김동윤 교수의 ‘굿 라이프 데미안’ 인문학강의,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음악공연,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박흥식 감독의 ‘두 번째 스물’ 영화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가 열린다. 

     

‘돌잔치’ 정보안내 - http://blog.naver.com/kyh05081/220822186500



“우리 프로젝트는 영원히 미완성입니다. 계속 모습을 달리해 나갈거예요. 최대한 많은 돌창고를 매입해 창고마다 다른 색을 입혀 남해의 보물로 만들고 싶어요. 언젠가는 보물창고들을 연결하는 보물지도가 만들어지겠죠.”      

<참고자료>

돌창고프로젝트 홈페이지 www.dolchanggo.com    

돌창고프로젝트 블로그 http://blog.naver.com/kyh05081    

인스타그램- #돌창고 프로젝트 

남해신문 http://m.namhae.tv/news/articleView.html?idxno=29397    


글_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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