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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플연가 Oct 15. 2016

p.755
현지너리 작가

Artist interview

삶은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은 날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다. 책의 755쪽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 현지너리 작가 노트 中


여의나루,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16


키스를 하는 연인이 있고, 그 사이 ‘토코투칸’이라고 알려진 새 한 쌍 역시 입맞춤을 하고 있다.

2년 전,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예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의나루 역 안에 작은 포토부스가 하나 있거든요, 여권사진이나 증명사진 찍는 기계인데... 네, 거기가 처음 뽀뽀했던 장소예요. 그래서 그림의 제목이 ‘여의나루’예요.(웃음) 1주년에도 뽀뽀사진을 찍었고 올해 기념일에도 또 다시 뽀뽀사진을 찍었어요. 물론 우리 둘만 보는 사진으로 간직하려고요. 그 날 집에 돌아와서 작년 사진이랑 같이 봤는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거예요. 예뻐서 그림으로도 그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남자친구랑 같이 있을 때까지 매년 같은 곳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 남겨놓을 생각이에요. 그림 사이에서는 토코투칸 새 두 마리가 입을 맞추고 있는데 그냥 입술이 닿은 걸 직접적으로 그리기 보단 대신 새 두 마리가 입맞추고 있는 모습으로 대신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업에는 항상‘토코투칸’이라는 새가 등장하는 것 같은데,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고등학교 때 영어 모의고사 문제집에서 ‘토코투칸’에 대해 설명을 한 문제가 나왔어요. 글의 맥락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라! 이런 문제였는데 지문을 읽으면서 ‘후르트링에 그 새가 토코투칸이었구나!’하고 투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새를 그리고, 찾아보고, 찾아가고 하다 보니까 알게 된 건데, 얘는 부리가 자기 몸집만큼큰데 속은 텅 비어있어서 가볍대요. 화려한 색깔에 커다란 모양이 뭔가 꽉 차있을 것 같고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부리가 저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용감하고 넉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저는 그 반대거든요. 낯도 많이 가리고 소심하고 겁도 많아요. 일부러 안 그래 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행복한 결말 : 화산폭발(부분컷), 162.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4


2014년 작품인 ‘행복한 결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화산폭발’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지만 밝은 색감, 그리고 꼭 붙어있는 한 쌍의 토코투칸을 보면 작품은 오히려 밝은 느낌이 든다.

갓 사귀기 시작할 때 그린 그림이에요. 삶에서 영원한 건 없잖아요, 지금 나는 너무너무 행복한데 이 행복이 언젠가는 끝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극도로 행복한 와중에 그만큼 불안해했어요.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말이에요. 끝이 나버리기 전에 지금 딱 세상이 폭발해버려서 이대로 다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화산폭발’ 과 ‘빙하기’ 둘 다 그런 마음을 담은 그림이에요. 그래서 작품 제목이 ‘행복한 결말’이구요. 밝으면서도 어두운 그림이죠.


작품들은 다소 ‘일러스트’ 혹은 ‘캐릭터’같은 느낌이 든다. 굿즈, 캐릭터 사업 등 다른 방법으로 작업에 대한 수익을 내려는 계획이 있을까?

수익을 내려는 계획은 아직 없어요. 그림으로 올해 말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 계획도 있고 옷에 프린트해서 입거나 핸드폰 케이스로 제작해서 쓸 계획도 있지만 아직 이렇게 만든 물건으로 수익을 낼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기회가 생겨 ‘홍규’시리즈로 굿즈를 만들게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계속 머리를 길러 동그랗게 올려 묶고 다니는 남자친구를 그리다 보니까 이걸 저만의 캐릭터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앞으로 토코투칸을 그리듯 홍규를 많이 그리게 될 것 같아요.


월하정인, 90.9x60.6cm, Acrylic oncanvas, 2016


연인을 표현하는 작품들은 다양한 세대에 걸쳐 존재한다. 앞으로도 남자친구를 소재로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지금 ‘키스’를 소재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2014년에 그린, 지금 전시장에 걸려있는 ‘행복한 결말 : 화산폭발’이라는 작품을 또 활용하여 그리고 있어요. 또 위의 작품 ‘월하정인’을 한 번 그리고 나니까 명화 속 연인들의 모습에 저희 모습을 넣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그렇게 작업을 하려고요. 이번 전시가 끝나면 남자친구 그림은 조금 자제하려고 했는데 그리고 싶은게 계속 생겨나네요.(웃음) 아마 앞으로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작가로써 작품활동에 대한 궁극적인 지향점 또는 목표가 있다면 듣고 싶다.

표현하고 싶은 건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에게 그 방법중 대표적인 것이 그림인 것 같아요. 그냥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재미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이것뿐이지 궁극적인 지향점이나 목표는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찾고 찾고 찾다보면 마음 속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네, 일단은 그래요.




현지너리 작가님의 작품은 합정 복합문화공간 'BBOX'에서 10월 11일 화요일부터 11월 7일 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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