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Utopia) 최소윤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그림1.jpg 동경(憧憬)하다 3, 견에 혼합재료, 72.7x72.7cm, 2015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中


너무 힘들고 지칠 때, 그 누구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나는 무작정 한강공원으로 간다. 넓은 잔디밭과 적당한 소음, 흘러가는 강물, 빽빽한 사각형 속 새어나오는 불빛들의 아름다움,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들. 벤치에 앉아 이들을 보고있으면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때론 한강공원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귀에 이어폰을 끼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만의 완벽한 세계를, 나만의 바닷가를 생각한다. 당신은 당신의 바닷가가 있는가?


‘동경’을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는 대부분 정해진 일상이라는 작은 틀 안에서 살아간다. 여행과 같은 짧은 변화 또는 작은 소소한 변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떠나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도달하기까지는 다소 현실과는 동떨어진 바램. 그저 그 곳은 마음 속으로 꿈꾸거나 동경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를 떠나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여, 나만의 동경하는 대상인 '행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3.jpg 동경(憧憬)하다 1, 장지에 혼합재료, 100x72.7cm, 2015


정말 걱정과 근심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곳인 공간은 조금 더 밝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은 조금은 어두운 것 같다.

과거의 작품에서도 그랬듯 평소에 밝은 색감도 좋아해왔지만, 이번 ‘동경(憧憬)하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내가 생각한 이상의 공간은 좀 더 고요한 곳이였으면, 또한 보는이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졌으면 했다. 어두워 보이면서도 먹색이 가지는 고유한 몽환적인 느낌, 또, 곳곳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느낌...

동양화의 전통적인 석채를 사용하여 어두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또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그러한 곳 말이다.


작품 속 등장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펭귄과 태아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눈동자'가 가장 감정을 드러내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사람을 그리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내가 그리는 그 무엇인가를 보는이가 너무 쉽게 꿰뚫어 읽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펭귄은, 특히 황제펭귄은 눈주위 털이 어두워 가까이에서 관찰하지 않는 이상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부분이 나에게 가장 와닿는 소재로 다가왔다. 나는 그때부터 펭귄에 작게는 나의 모습, 넓게는 내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 군중을 의인화시켜 표현했다.

또한, 우리는 평소 우스갯소리로 얘기하곤 한다. 삶이 너무 고단하고 지칠때면 엄마께 “아,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싶다.”라고. 나는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면 뼈있는 농담을 할까? 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작지만 온전한 보호막안에서 평화롭게 노닐고있는 태아의 모습은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고, 그 무엇보다 평온한 모습이 였다. 따라서 “태아의 모습” 역시 나에게는 하나의 동경의 대상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림8.jpg 동경(憧憬)하다 25, 견에 혼합재료, 72.7x72.7cm, 2016
그림7.jpg 동경(憧憬)하다 8, 장지에 혼합재료, 116.8x80.3cm, 2015


자개, 비단, 목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항상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동양화의 매력을 알릴 수 있을까?'

어릴때부터 서양화는 쉽게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나 역시 전공으로 동양화를 택하기 전까지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 그저 동양화란 난을 친다거나 전통 사군자 정도라고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공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점점 더 다양한 전통재료들을 접할 수 있었고, 동양화 재료를 가지고도 현대적으로 충분히 세련되게 표현 할 수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재료에 대해서 공부도 깊게하게 되었고, 작품에도 필요에 따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작업을 하는데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는가?

물론 채색, 구도, 주제 선정 등 작품의 한부분으로써 많은 중요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작품이 가지고있는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작품에 무엇을 담아낼까 하는 고민을 하는데 80% 비중을 두고, 나머지 그 생각을 표현해내는 채색, 구도 등에는 20%정도의 비중을 둔다. 색감 표현같은 것은 단지 내 생각을 대변해내는 작은 보조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일화를 하나 얘기하자면, 첫 개인전을 할 때 한 50대 남성분께서 갤러리를 방문해 주셨다. 그때, 전시장에 앉아있는 작가인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감상평을 이야기를 해줬는데, '작품만 봤을때는 뇌가 매우 큰, 나이 많은 중견작가가 그린 줄 알았다'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지만, 그 분이 떠난 후 한동안 너무 행복했다. 적어도 그 분은 내 작품을 가볍게 보지 않았고, 하나하나의 작품에서 묵직한 무엇인가를 느꼈기 때문에 아직 경력도 많지 않은 신진작가인 나를 믿고 작품을 사가신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림9.png 동경(憧憬)하다 22 , 160x65cm


이상향이란, ‘지금 살고있는 세상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누구나 그렇듯 아무 걱정없이, 그 무엇의 마음의 짐 하나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이상향이다. 고로 그 이상은 어쩌면 바로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작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 작은 유토피아를 느낄 수 있고, 마음놓는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도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이상향에 이미 도달해있기 때이다. 나는 우주속에 나만의 이상향을 그려, 작품을 보고있는 이들이 그 순간만큼은 이상향에 와 있는것처럼 근심, 걱정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는가?

이 인터뷰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작품, '동경(憧憬)하다 3'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듯, 작품 시리즈 제목인 “동경(憧憬)하다”라는 주제와 가장 실질적으로 부합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바탕이 되는 비단 역시 처음으로 작품에 사용했던 소재였고, 이로 인해 이전에 장지에만 그려왔던 나에게 시각적으로 조금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것 같다.


그림5.png 동경(憧憬)하다 11, 장지에 혼합재료, 116.8x72.7cm, 2015


앞으로 어떤 작품활동을 하고 싶은가?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아직도 세상에는 미술이라는 분야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시를 보러간다는 것 역시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이번 치포리 카페 전시처럼, 평소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도, 책을 보는 공간에서도 좀 더 가깝게 미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나 역시 작품들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림6.jpg 동경(憧憬)하다 10, 장지에 혼합재료, 91x91cm, 2015


최소윤 작가님의 작품은 '문래동 카페 치포리'에서 3월 25일 금요일부터 4월 29일 금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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