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그림자

by 모티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엄마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시작됐다. 애초부터 나의 관심을 끌 만한 일이 아니었다. 당사자와 일말의 상의도 없이 덜컥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내 신경을 곤두세웠다. 상스러워 입에 올리기조차 께름칙한 그날의 일로 인간이란 종자는 항시 경계태세를 갖춰야 할 대상이 되었다. 더러운 기억을 피해 전학을 갔고 벌써 8개월이 지나 지금에 왔다. 서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반 친구들과 서서히 말을 터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또 한 번의 전학이라니.


특별한 사건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였다. 백번 양보하여 이해해보려 해도 이번만큼은 절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묻는다고 순순히 얘기해 줄 엄마도 아니었고. 그때의 일을 수군거렸던 사람들의 입에 놀아난 것은 분명 나였음에도, 나의 엄마는 극도의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날 이후부터 나의 엄마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내 곁을 지켰다.


작은 소리가 나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 가슴을 부여잡았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거닐 때도 내 손을 놓는 법이 없었다. 분명 엄마의 보호를 받고 있던 나였지만 그녀의 과잉보호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손톱을 죄다 물어뜯어 헐어있는 손 끝자락을 보면 뒷목이 서늘했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도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리기만 하는 엄마는 길 잃은 강아지와 같았다.


지금 이 갑작스러운 통보가 엄마의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가여운 딸아이의 안전을 지극히 위하는 것일까. 잦아들어야 할 두려움은 그녀로 하여금 더 깊고 넓게 퍼져만 갔고, 그 탓에 그날의 기억을 절대 지울 수가 없게 되었다.





첫 문장 출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 이꽃잎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