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밤

by 모티


밤에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다짐한다. 꼭 이번에는 말하겠노라고.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채 40여 년을 살아왔다. 그렇게 골병이 들었다. 덮어두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노트에다가도 끼적이지 못한 인생이 가엾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속 깊은 곳에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엉킨 마음을 풀어 꺼내려했지만, 마치 벌거벗겨진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듯한 느낌에 아무것도 써내리지 못한 날이 수두룩하다.


가장 사적이면서도 가장 날 것의 이야기인 일기. 나 혼자만 간직할 수도 있는 것이거늘 이곳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남들은 혼자 싸매고 있다가 큰 탈 난다, 상담이라도 받아봐라, 가까운 지인에게 털어놓기라도 해봐라들 한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나의 사적인 영역을 함부로 공개했다가는 최약점을 빌미로 잡힐 수 있으며, 상담받는 것이 소문이라도 났다가는 '정신이 이상한 애'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주위에는 꼬리를 살랑이며 나만 빤히 쳐다보는 치즈 고양이 머루뿐이기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어떡하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지금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살았던 어린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날의 일을 또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 한다면 그 시절로 절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자다가도 숨이 벌떡거린다.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느냐고, 내가 무얼 잘못했느냐고 목 놓아 소리쳤지만 나를 알은체 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가장 착한 마음에서 했던 나의 모든 행동이, 가장 악한 것으로 내게 되돌아왔던 날. 나는 버려진 세상에서 또다시 살아내야만 하는 가장 불쌍한 존재가 되었다.









첫 문장 출처: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 문상훈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