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바다는 당신의 기억보다 먼 곳에 있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은 그 바다를 기억 속에서 더듬어 본다. 눈앞에 있어도 닿을 수 없고 차가운 물결이 넘실거리는 파도를 만져도 그 속은 알 길이 없다.
부산 앞바다를 본 건 바야흐로 3년 전의 일이다. 저조한 출산율에 교사들의 수마저 점점 줄어드는 때. 시끌벅적하던 샛별초는 어느새 목소리를 잃어갔고 15명 넘짓의 아이들과 6개의 반으로 남았다. 교육비 예산은 물론이고 그나마 남아있던 방과 후 프로그램마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마당에 수학여행이라는 건 꿈에서나 꿀 수 있는 일이었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하다못해 제주도로의 수학여행은 샛별초 아이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밖에 되지 못했다.
수학여행 시즌이 다가올수록 눈치없이 자라는 기대감을 억누르려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 한켠이 시큰거렸다. 제 나이때 보고, 듣고, 먹고 싶은 그 모든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세상. 그 세상을 만드는데 한참 보탬이 된 것만 같아 자꾸만 숨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갑작스런 지방령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감옥에 갇힌 것만 같았던 나는 한동안 짜증에 뒤덮여 살았다. 하지만 이 곳의 티없이 깨끗하고 맑은 순수함 때문일까, 나는 아이들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내게는 일상과 같았던 일들이 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서울 이야기'가 되었고, 조금의 과장을 덧대어 썰을 풀어낼 때면 아이들은 칠판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여 내게 집중했다. 순수한 관심 그리고 새로운 것을 알 때의 그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볼 때면 한밤중 수만마리의 반딧불이가 뛰어노는 들판에 온 것 같이 황홀했다.
첫 문장 출처: 곰탕 / 멍투탁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사진 출처: Unsplash의Alex Dukha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