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하늘 아래서도 봄은 다시 핀다

by 모티


그해 봄 나는 약간 정신이 나가 있었다. 고막이 찢길듯한 굉음은 소란스러운 도시를 잠재웠고, 혼비백산이 된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난생처음 듣는 소리에 벌벌 떨며 양손으로 귀를 감쌌지만 아무리 손바닥에 힘을 주어도 그 가느다란 틈 사이를 관통하는 소리를 막을 길은 없었다.


사방이 유리와 콘크리트 벽 파편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사이에서 일어난 흙먼지가 숨을 쉬기 힘들게 했다. 계속되는 진동에 고층 빌딩마저 흔들거리며 위태로웠고 비상구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부터 무더기로 밀려 나왔다. 날카로운 형광등 유리 조각에 긁혀 이마에 피를 흘리는 이들도 있었고, 무거운 철근 더미에 다리가 끼어 울부짖는 이들도 있었다. 밖으로 나와도 다를 것 없는 상황에 당황한 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인파가 몰린 곳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혼자보다 여럿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서일까.


하지만 미세하게 갈라진 금이 심한 진동으로 하여금 굵어지고 있었고 내 발 밑을 가르며 퍼져가는 것을 보며 당장에 그곳으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자칫 그곳에 발을 들였다간 무게를 더해 바닥으로 순식간에 꺼져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첫 문장 출처: 풀이 눕는다 / 김사과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