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때였습니다.
아파트 앞 늘 그 자리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은행나무는 싱그러운 풀내음을 풍기며 봄이라 속삭였고
시원한 그늘이 되어 푹 찌는 여름을 잠재웠어요.
오색빛으로 온 거리를 물들이며 선선한 가을을 노래했고
앙상한 가지를 남기며 시린 겨울을 말했죠.
가녀린 잎은 나무에서 떨어져
흙먼지 속에 구르거나 셋 빗줄기에 흠뻑 젖어 찢어지곤 했지요.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가여워하지는 않았습니다.
다 떨어져 쓸모짝에도 없다며 발길질하던 어느 날,
낡은 구둣방 허리굽은 할아버지의 지팡이가 머리 위로 툭 날아왔어요.
예끼 이놈아.
왜 때려요, 어차피 다 버리는 건데.
쓸모가 없긴 왜 없어. 세상에 그런 건 없다.
할아버지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은행잎 하나하나 이어 붙여 어여쁜 글씨로 된 푯말이 있었어요.
떨어져 바싹 말라버린 잎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낙엽이
당신의 손길로 환한 조명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아름답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보지 않았던 것이라는 것을요.
첫 문장 출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내가틀릴수도있습니다 #비욘나티코린데블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