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김사원 프로젝트

by 모티


오후가 돼서 시작된 가는 눈발이 비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얗고 동그란 눈송이가 앉았다 이내 녹아가며 머리카락을 축축이 적셨다. 미처 일기 예보를 확인하지 못하고 급하게 나온 탓에 눈을 피할 길이 없었다. 낡고 해진 가방 속에 퍽 쓸만한 것이 있는지 휘적여보았으나 집히는 것은 없었다. 구깃해져 가방 속을 나뒹구는 종이쪼가리 밖에는.


할 수 없이 가방 자크를 닫고 가방을 머리 위로 올렸다. 몸 전체를 가릴 순 없지만 적어도 머리만큼은 사수해야겠다 생각한 터다. 사방이 꽉 조이는 불편한 정장을 입고 팔을 위로 올리니 가슴팍이 터질 듯 조여왔다. 치마 안에 넣었던 셔츠도 제멋대로 밖으로 튀어나와서는 불룩한 옆구리를 자랑하게 했다. 비교적 낮은 굽의 정장 구두지만 앞으로 쏠릴 것만 같은 신발을 신고서 비를 피해 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까이에 있는 역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고 앞만 보고 뛰다가 움푹 파인 웅덩이에 발을 헛디디고야 말았다. 첨벙. 하 씨. 시커먼 구정물이 살색 스타킹 곳곳으로 튀었고 치맛자락까지 번져 얼룩을 그렸다. 다행히도 새까만 검정 정장을 입고 있어 얼룩은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스타킹 정도는 편의점에서 하나 집어 갈아 신으면 된다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만 젖어버린 머리카락이 저들끼리 한데 뭉쳐 굵게 떡진 머리처럼 보였는데 첫인상에서부터 감점 요소로 작용할까 겁이 났다. 세 손가락을 머릿속에 끼워 털어내며 흔들어 말렸으나 만질수록 가라앉는 머리에 자꾸만 위축되어 갔다.








첫 문장 출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우행시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