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밥을 먹던 딸이 "조심히 가세요. 전화드릴게요" 하며 배웅했다. 사돈어른이 차에 올라타 딸의 손을 "곧 또 보자" 하시며 손을 흔들었고 그 모습이 멀어져 갈 즈음 희연은 '후'하고 숨을 내쉬며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풍족하고 나무랄 데 없이 똑 부러진 아이로 키웠으나 눈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마음이 울렁거렸다. 쫙 찢어진 눈매에 부잣집 포스를 풍기는 고상한 말투로 희연의 행동거지를 은근히 훑어보는 사돈댁 앞에서 진땀을 빼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딸아이는 아랑곳 않고 노릇하게 구워진 전복 구이를 한 점씩 저들 접시에 올렸다. 그리고는 접시 가장자리에 누가 먹다 남은 음식마냥 남은 야채와 전복 부스러기 몇 알을 집어 제 접시로 가져왔다.
바짝 긴장한 탓에 전날부터 한 끼도 못 먹었을 것이 눈에 훤했다. 한 숟갈 만이라도 편하게 들어가기만을 바라며 곁눈질을 하며 희연을 몰래 살폈다. 하지만 사돈의 말소리에 그나마 들고 있던 젓가락 마저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희연을 보며 부아가 치밀었다. 겉으로는 웃어 보이지만 상 아래 무릎 위에 올려둔 왼 손은 불안한지 손톱 끝자락 거스러미만 툭툭 뜯고 있었고, 어울리지 않는 높은 스틸레토 힐은 퉁퉁 부어 부풀어 오른 빵만 같았다. 열 달 동안 찢어지는 고통으로 품어온 귀한 자식이 허접스러운 대우를 받는 걸 보며 가슴이 미어지지 않는 부모가 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첫 문장 출처: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 정연희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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