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k into.

by 모티


내 목소리 들려?


여기 너무 춥다 지영아.

너는 나를 얼마나 찾아 헤매고 있을까. 미안해,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해서.

그래도 다행이다. 겨울이면 코 끝이 빨개지고 손발이 시려 오들오들 떠는 네가 여기 있지 않아서.

작은 몸을 한 없이 더 작게 웅크려 내 품 안으로 파고드는 네가 생각나니 겨울이 더 애틋해진다.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이 내게 온 걸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게 너같이 착하고 예쁜 사람이 와 주었을까.

너는 내 자부심이었고 내 전부였어. 내 목숨과 당장에 맞바꾸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사람 말이야.

그런 너를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너를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나는 약속했지.

그래서일까. 불철주야 근무해도 아깝지 않았던 것이.

콜이 많이 들어오는 날이면 그저 지영이 네가 좋아하는 치킨 5마리는 더 사줄 수 있겠다 생각만 들더라.

닳아가는 나의 배터리쯤은 별것도 아니었어. 너를 채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였으니까.


유독 콜 알람이 쉴 새 없이 빗발치던 그날,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너와 함께할 저녁 시간에 더 환한 웃음상이 차려질 것만 같은 생각에 한없이 기뻤어.

치킨을 입에 한가득 물고 오물거리며 나를 보며 웃는 너의 해맑음이,

네 입가에 귀엽게 묻은 치킨 부스러기가, 부풀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너의 통통한 볼이.


그런데 지영아, 오늘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너를 안아줄 수도, 너를 달래줄수도, 너를 사랑할 수도. 그 어떠한 것도 해줄 수 없을 것만 같아.

난생처음 겪는 진동이 일면서 굉음에 파묻혀 나는 순식간에 지하로 꺼져 정신을 잃고 말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깊은 어둠 속, 내 목소리는 밖으로 나가질 못하고 안에서만 부서지더라.


땀이 멈추지 않는 무더위에 이런 추위가 반가웠던 것도 잠시, 지금은 너무 춥고 무서워 지영아.

내가 너의 곁에 돌아가지 못할까 봐, 너를 더 담을 수 없을까 봐 너무 무서워.

며칠이나 있었을까. 힘이 점점 빠지고 숨도 가빠오는 것 같아. 상처도 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어렴풋이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은데, 너도 그중에 있을까? 한 번만 불러봐 줄래.


지영아, 너무 보고 싶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꼭 안아보고 싶어.


미안해, 보고 가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담을 큰 그릇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평생 지키겠단 약속은 멀리하고 아프게만 한 것 같아서.


그래도 고마워 지영아, 너의 곁에 있지는 못하더라도

너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항상 널 위해 반짝이는 별이 될게.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첫 문장 출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 천선란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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