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반 배정을 받고, 처음으로 받은 숙제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이었다.
쓰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는 내가 그것도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한다니.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끼니를 거른 적이 없는 내가 곡기를 끊게 만들었다. 단지 쓰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MBTI 유형중 'I'가 99.9%에 달하는 극 내성적인 성향의 내가 그 숙제를 남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사실.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말을 더듬다 못해 완전히 절어버리는 모습이 아찔하기만 하다. 하필이면 학교도 동네에서 유일한 남녀공학이라 여자 애들 앞에서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간 한 순간에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다른 애들은 상관없다만, 그중 남몰래 1년째 짝사랑 중인 지아와 눈이 마주쳤다간..그 자리에서 거품 물고 실신할지도 모른다.
첫 문장 출처: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 / 서동원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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