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만남

by 모티


건배는 긴장감이 감도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줄리아는 대충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 모임이라 피해볼까도 싶었지만 초대받은 이들 중 거절 의사를 내비친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줄리아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오묘한 희열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녀의 오른쪽 맞은편 방향으로는 약 5년간 만났던 X, 노아가 앉아 있었고 그와 가까운 곳에 짧게 연애를 즐겼던 그의 X 클로이가 앉아 있었다. X와 X의 X가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어색한 잔기침 소리만 울려 퍼지던 그때 그때 문이 드르륵 열리며 멀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터가 정중히 인사하며 들어왔다. 프랑스 30년 산 고급 와인 카베르네 쇼비뇽을 한 손에 들고선 자리를 돌아다니며 와인을 따라주었다. 투명하게 닦인 와인잔 굴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와인은 밑바닥을 감돌았다 위로 튀어 올랐다. 양이 더해질수록 짙은 자줏빛을 띠는 레드 와인에 은은한 피비린내가 비치는 듯했다. 여지없이 그 사건이 떠오른 줄리아는 생생해진 기억에 입꼬리를 자꾸만 오르내렸다.








첫 문장 출처: 장미와 나이프 /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장미와나이프 #히가시노게이고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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