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캠프

by 모티


전화 한 통이 내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날이었다. 그야말로 하나도 빠짐없이, 완전히 뒤바뀐 그런 날.


"안녕하세요 한예솔 씨, 2080년 5월 2일 올해부로 만 서른세가 되셨습니다. 두 달 전 즈음 댁으로 전자우편 하나 발송되었을 텐데 확인하셨지요?"

"아 네, 확인했습니다."

"그럼 대략 준비는 어느 정도하고 계셨겠군요. 혹시 더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원래 절차대로 진행하려 합니다."

"혹시, 시.. 시간을 좀 미룰 수 있을까요? 아직 마무리할 일이 있어서요."

"흠... 연장권은 약 한 달분 짜리로 총 3회 사용 가능하십니다만 만약 1회 사용하실 경우 일부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제한이 있을까요?"

"사용 기간 및 시점에 따라 제한의 폭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으로 확인하시려면 전달드렸던 전자 우편 확인해 주세요. 대표적인 제한이라 하면 만약 연장권 1회를 사용하실 경우 현 삶은 다음 달 6월 1일까지 유지 가능하지만, 그 후 과거로 넘어간 순간 타임리프 총 5번 기회 중 1번이 차감됩니다. 즉 총 3번의 연장을 하시게 되면 3회가 차감되어 결국 2회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죠. 아마 예솔 님의 선택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도 별도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고요."

"아 네... 그럼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이따가 다시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알겠습니다. 오후 3시경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는 결정을 해주셔야 정부 전산상 처리가 가능하니 참고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예솔에게도 원치 않는 때가 왔다. 이십 대 후반에 들어서며 예솔은 얼마 남지 않은 청춘을 충분히 즐겨야겠다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더 누리고 만끽하지 않으면 지금의 시간은 사라져 버리니까. 피 터지는 노력 끝에 내로라하는 IT 대기업 개발팀에 정규직으로 입사도 했고, 팀 과장님이 주선한 소개팅 자리에서 스펙 뛰어난 남자친구도 만들었다. 시간을 쓴 만큼 모든 것이 술술 풀려가는 그 시기에 예솔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마의 서른이 찾아온 것이다.


과거로 떠나야만 하는 숙명. 기구한 운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순탄하다고만도 할 수 없다. 이 국가의 시민이라면 응당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야 할 신비스러운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제법 깬 머리로 어린 시절을 여행한다 생각하면 흥미진진할 법하나 놀라운 사실은 예솔의 과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해당자의 부모의 삶을 경험해야 하는, 그리고 그 부모는 지금의 예솔이 되어 현세대를 누리는 이른바 '스위치 캠프'다.







첫 문장 출처: 빛이 이끄는 곳으로 / 백희성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빛이이끄는곳으로 #백희성 #건축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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