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Nov 01. 2024

나는 사진속에서 봤던 그 남자를 기억한다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어디쯤이었을까. 공중 화장실 벽면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하철 역사에서 본 듯하기도 하고.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본 것만은 확실하다. 그 음침하고 찬기 서린 눈빛이 사진을 뚫고 나올만큼 강렬했으니까. 


퇴근 후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난, 회사 근처 삼겹살 집으로 향했다. 친숙한 할머니 같은 주인 아주머니께 항상 먹던걸로 주세요- 하고선 자리에 앉았다. 반짝거리는 스테인리스 원형 테이블이 칙칙한 나를 애써 밝혀준다. 일회용 포장 되어있는 물티슈를 싹 뜯어서 손을 대충 훑어주고선 젓가락을 들어 밑반찬을 입으로 넣는다. 윤기 좔좔 흐르는 삼겹살에 파절임 조금 얹어 먼저 넣고 싶었지만, 삼겹살 세 줄은 불판위에 누워 태닝중이다. 언제쯤 익는거니. 겉 테두리가 익어가며 앞면으로 넘어오려는 시점에 재빨리 집게로 뒤짚어 주면 곧 먹을 수 있다는 신호다. 


고기를 뚫고 위로 향하는 연기가 맵지도 않은지, 천천히 익어가는 삼겹살을 멍하니 바라본다. 불멍도 물멍도 못하는 바쁜 직장인, 고기멍이라도 해야지. 치익-


고기가 익었다. 다리를 달달 떨며 상추 한장, 그 위에 깻잎 한장 그리고  하나더 쌈무까지. 야물딱지게 겹겹이 쌓아 그 위에 고기 한 점 얹고, 아주머니가 직접 담근 된장을 슥 떠서 올린다. 침이 꼴딱 넘어간다. 목구멍 촉촉하게 한번 발라주고선, 고이 접은 통통한 고기쌈을 넣으려 하던 그때.


콩알만한 TV로 울려퍼지는 긴급한 소리.



"속보 입니다."


뭐지?

뭐 사건 사고 요즘 워낙 많으니 놀랍지도 않다. 또 횡령을 했다느니, 누가 구속되었다느니 시덥잖은 소리겠지, 하고 무시했다. 눈 앞에 고기를 두고 한 눈을 팔수 없다며 행복한듯 두눈 지긋이 감으며 입을 아- 하고 벌린다.



그러자 그 때, 앵커의 한 마디에 열정의 쌈넣기가 중단되고 말았다.

"지난 달, 아동 범죄로 징역 N년을 선고받았던 A모씨가, 







첫 문장 출처: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이전 26화 네? 제가요? 저 아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